지난 6월 17일 오후 3시, 지체 장애인 1급 故 권오진 씨가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실려 간 후 한달여만에 폐혈증이 악화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 고인이 된 지체 장애인 1급 권오진 씨의 영정 사진 @사진제공 ; 민들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문상민 사무국장

이에 대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 장차연)는 19일 오전 11시 부평가족공원 추모의 집 앞에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들레장애인야학이, 박장용 민들레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의 사회로 ‘사회보장정비방안 희생자 故 권오진 동지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는 묵념을 시작으로, 문상민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이 고인의 약력을 소개했고, 문종권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가 추모발언을 했다.

이어, 전혜정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코디네이터가 ‘부치지 못한 편지’를 낭독하고, 고인의 동생이 유족을 대표해 발언했다. 그리고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장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다.

인천 장차연에 의하면, 故 권오진(향년 47세) 씨는 지체 장애인 1급(척수장애 ; 경추 4~7 손상) 척수장애인으로, 24시간 누군가 보살펴 줘야 하는 최중증장애인이었고, 침대에서 생활을 해야만 했었다.

故 권오진 씨는, 1996년 불의의 사고로 경추손상을 입고 척수장애인으로 가평 모처에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2002년에 입소했으나, 삶을 가두고 관리당하는 시설생활의 반인권적 처사에 부당함을 느끼고, 2011년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센터)의 체험홈에 입주하면서 자립생활을 시작하였다.

탈시설 자립생활의 실현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센터 동료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지탱하고 견딜 수 있었던 삶이었다. 특히 장애인 활동가들과 함께 투쟁해서 이뤄낸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의 시행은 탈시설 자립생활의 삶이 정착되도록 도와주었다.

하지만, 2016년 2월부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인천시는 2015년 9월 ‘지자체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에 따라 복지예산 대폭 삭감과 활동지원 24시간 중단 계획을 발표하며, 중증장애인의 삶을 흔들었다.

이에, 인천 장차연이 시청을 점거하며 거세게 반발하여 예산삭감계획은 철회되었으나, 활동지원 24시간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한 결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였고 결국, 2016년 2월 24시간 활동지원은 중단되었던 것이다.

인천 장차연은 “활동지원 24시간이 중단되면서 권오진 씨는, 활동을 보조해 주는 사람 없이 매일 9시간 가량을 혼자 보내게 됐으며, 그 과정에서 욕창이 심해졌고 건강이 악화되었다. 고통과 불안의 나날이었다. 새벽 2시 30분 ,4시 30분, 6시 30분 세 번 방문하던 야간 순회 서비스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휴식을 방해하거나 세심하지 못한 관리로 더 힘들게 했다”며, “그렇게, 권오진 씨의 삶이 송두리째 뿌리 뽑혀 말라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천장차연은 “사회보장정비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만들어낸 권오진 동지의 죽음에 분노한다. 보건복지부와 인천시가 협력하여 장애인의 활동지원 24시간을 중단하였고, 그것이 결국 권오진 동지를 죽였다”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인천장차연은 “권오진 동지는, 그 누구보다 자유를 사랑하고 인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동지였다. 권오진 동지의 죽음에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 다시는, 탁상행정과 적폐관료집단이 중증장애인의 삶을 흔들거나, 뿌리 뽑지 못하도록 결사투쟁 할 것이다. 인간답게 살 권리가, 중복이나 낭비로 불리는 적폐를 뿌리 뽑겠다. 그것이 권오진 동지를 향한 우리의 추모이다”고 밝히며, 결의를 다졌다.

▲ 故 권오진 씨가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중단에 대해 인천시에 항의하며 시청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생전의 모습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 故 권오진 씨가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중단에 대해 인천시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하던 생전의 모습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故 권오진 씨는 당사자이면서 활동가이기도 했다. 자신의 문제이고 장애인 모두의 문제에 대해 직접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잘못 인식된 장애인의 문제와 탁상행정의 과오로 억울한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故 권오진 씨는 많은 시간 침대에 누워 있어서, 욕창이 심했다고 한다. 1시간 30분 내지 1시간(야간) 마다 체위를 변경해 주어야 하는데, 야간 순회 서비스는 2시간씩의 공백이 존재했다. 

지난 5월 5일 오전 6시, 호흡곤란으로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한림병원에 실려 간 후 한달여만에 폐혈증이 악화돼 숨지고 말았다. 지난 5월 6일 길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원 측은 소변이나 욕창 쪽으로 균이 침투한 폐혈증이라고 진단을 내렸고, 최종 사인도 그렇게 내려졌다. 

24시간 활동지원이 보장되어서 욕창 치료가 잘 이루어졌다면, 이렇게 빨리 그리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활동지원 문제는,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로서 그 필요성이 장애계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었다.

2012년에는 故 김주영 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사이 집에서 난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숨진 사건이 있었으며, 2014년에는 호흡기를 사용하는 근육장애인 故 오지석 씨가,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에 호흡기가 빠져 사망하는 등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사각지대 피해자들의 사망 사건이 끊이지 발생했었다.

이러한 장애인들의 억울한 사망사건은, 24시간 활동지원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체 장애인 1급 故 권오진 씨의 약력과 사망경위는 다음과 같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인천지역의 장애인의 차별을 철폐하고자 사회․시민․노동단체와 장애인 단체가 함께 만들어 투쟁하는 연대체이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단체는 <민들레장애인야학, 작은자야간학교, 바래미야학, 장애인자립선언, 서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연수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인천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노동당 인천시당, 정의당 인천시당, 통합진보당 인천시당> 등이 참여하고 있다.

고인의 삼우제인 내일(21일) 오후 5시, 청와대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의 공동 주최로 “박근혜 정부 적폐 사회보장정비방안이 권오진을 죽였다!”, “활동지원 24시간을 보장하라!”는 주장을 펴며, ‘사회보장정비방안 희생자 故 권오진 동지 삼우제 추모결의대회’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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