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민주주의는 세금혁명이었다.

정부가 대선, 지선 등 모든 선거에서 국민이 힘을 준 이유를 잊어버린 것 같다. 당권싸움, 끗발자랑, 자식 결혼식 자랑하라고 준게 아니다. 적폐를 혁파하고, 개혁하라고 힘을 몰아준 것이다.

민주당과 정권은 착각하지 말라.

민주주의의 시발인「마그나 카르타 Magna Carta」는 흔히 대헌장이라 하듯, 최초로 권리를 문서의 형태로 만든 장전이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땅을 모두 빼앗겨 실지왕(失地王, John Lackland)이란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은 존이다.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는 1215년 영국 존 왕의 실정에 분격한 귀족·승려가 왕의 권한을 제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왕에게 강요하여 받은 약정서다.

사자왕으로 불리는 영국의 리처드 1세는 별로 유능한 왕이 아니었다. 그는 영국을 자주 방문하지 않았고, 3차 십자군 전쟁에서 붙잡혀 적들로부터 거액의 몸값을 요구받았다,

프랑스 전쟁 배상금을 포함해 그의 석방에 15만 마르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자리를 비우는 적이 많아서 영국에 직접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 존보다는 평판이 좋은 편이었다.

그가 죽은 뒤, 여러 재앙이 겹쳐 반란이 일어났다. 존 왕은 정복자 윌리엄의 땅이었던 노르망디 공국의 대부분을 빼앗겼고, 새로운 캔터베리 대주교의 임명을 두고 교황과 대립해 파문당했으며, 귀족들이 들고 일어났다.

1215년에 러니미드(Runnymede)에서 승인한 마그나카르타는, 왕의 권한을 제한하는 최초의 법적 시도였다. 존 왕은 마그나카르타의 규정에 응했지만, 그것은 실제적 도구라기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한 상징으로서 더 중요했다.

반란은 존 왕의 죽음 이후까지 이어졌다. 전문 63조로 되어 있는데, 영국 헌법(불문법)의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되었다. 내용은 꽤 방대하다. 미성년자의 상속세와 후견인 제도, 과부의 재혼에 필요한 지참금 회복 문제 등을 포함하여 무려 63개의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 인권 자유의 토대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금융소득 종합과세 확대 권고를 정부·여당이 하루 만에 뒤집은 배경에는, 과세 대상이 30만 명 가량 늘면 조세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의 분석 결과를 보면, 신규 과세 대상으로 편입되는 이들의 평균 세부담은 10만원을 밑돈다.

실제 세부담 증가 계층도 그간 추진해온 ‘부자증세’ 대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조세저항에 대한 당정청의 과도한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16년에 낸 ‘금융소득 종합과세 개편의 영향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4년 귀속분 기준으로 기준금액을 현행 2천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내리면 37만4,910명이 추가로 과세 대상에 편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은 1,343억 원이 더 걷힐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 가운데 신규 과세자 37만 명이 부담하는 몫은 370억 원 정도다. 나머지 973억 원은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초과해 기존 과세 대상이었던 11만3,130명의 몫이다.

이에 따라, 신규 과세 대상자의 1인당 평균 추가 세부담은 9만8천원에 불과하다. 기존 대상자 11만 명의 추가 세부담은 평균 86만원에 이른다. 연간 추가 세부담이 100만 원 이상 되는 사람은 전체 납세자의 0.15%인 약 3만 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당시 국세청 과세자료 1만6천 건을 분석해, 이같이 추정 분석했다.

재정개혁특위의 권고대로 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추가 세부담은 금융소득이 아니라 종합과세되는 총소득이 얼마인지에 따라 6~42%의 세율을 매겨 정해진다.

금융소득이 연간 1,500만원인 경우, 종합과세 기준금액이 1천만 원으로 낮아지면 이를 초과하는 500만원이 종합과세된다.

이 경우, 금융소득을 제외한 나머지 소득이 과세표준 기준으로 4,100만 원 이하라면 추가 세부담은 5만원 수준이다. 기존에 적용되는 분리과세 세율 14%와 거의 비슷한 15%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다른 소득 없이 예금 이자에 의존해 살아가는 은퇴 고령자가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일도 발생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소득이 3억 원을 넘는다면 500만원에 대해 40%의 세율이 적용돼 130만원을 더 내야 한다. 즉, 고소득자일수록 그간 금융소득 분리과세를 통해 소득 대비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혜택을 누려온 셈이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금액을 1천만 원으로 낮출 경우, 소득재분배 효과도 커진다. 금융소득의 지니계수는 세전 0.3028에서 세후 0.2981로 1.7% 개선되고, 전체 소득의 지니계수는 0.3314에서 0.3145로 5.1% 개선돼, 전체적인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소득 간의 수직적 조세형평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금융소득자과 비금융소득 사이의 수평적 조세형평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정부는 이번 권고안에 따라 늘어날 과세 대상 인원만 밝혔을 뿐, 이들의 세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대해선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분석이나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권고안을 거부한 셈이다.

전체 국민의 1%도 안되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인데도, 정부가 몸을 사리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부가 세밀한 검토도 없이 권고안을 뒤집은 것은, 앞으로 다른 세목의 개혁과제도 강도가 약하게 나올 것이란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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