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길병원 기업노조 위원장 간선이 진행된 7월 20일, 가천대길병원(회장 이길여) 직원들은 삼삼오오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에 모여,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총회를 열었다.

가천대길병원지부 조합원들은, 초대 지부장으로 강수진(간호부 만47세), 수석부지부장으로 안병훈(원무, 만36세), 사무장으로 정영민(시설 만 36세) 조합원을 선출했다.

설립총회에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비롯하여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과 다수의 보건의료노조 및 민주노총 간부들이 함께했다.

▲ 강수진 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장이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강수진 지부장은 당선 인사를 통해 “가천대길병원은 온갖 직장 갑질에 공짜노동,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게다가 부패사건도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어떠한 개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전체 직원의 뜻을 모아 갑질을 청산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병원, 부정부패가 없는 병원, 희망을 만드는 병원을 만들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설립총회에 참석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많은 갑질을 들어왔지만, 가천대길병원에서의 갑질은 그 정도가 도를 넘는다. 새 노조는 이 같은 갑질을 말끔히 걷어내고 공짜노동과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 6만 조합원은 가천대길병원지부가 굳건히 자리 잡아 가천대길병원이 직원만족, 환자만족, 병원발전의 길로 나아가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며 조합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장과 원종인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의 격려사가 있었고,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 지부장들과 간부들이 인사를 하며 격려했다.

가천대길병원지부의 설립과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한공, 아시아나 등 항공사의 갑질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가운데 의료계에도 이에 못지않은 갑질이 알려지고 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인천 가천대길병원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에 의하면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은 회장 생일에 맞추어 부서별로 축하 동영상을 찍고, 사택(私宅) 관리와 사택 내 행사에 동원된다는 증언이 있고, 전체 직원을 역량강화교육을 한다며 회장 기념관 견학까지 강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회장 집무실과 별도로 VVIP 병실을 전용 사용하며 물리치료, 피부관리, 영양사 등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다반사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가천대길병원에 민주노조가 설립된 배경은?

최근 우리 사회는 갑질에 대한 ‘을의 반란’(?)이 큰 쟁점이 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직원들도 <을의 반란>에 함께했다.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은 지난 4월 말부터 <길병원 직원모임>이라는 오픈 카카오톡을 만들어 자신이 겪은 갑질의 아픔을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물론 병원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업노조에도 이를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과 기업노조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조합원이 600여 명에 이르는 기업노조는 제기되고 있는 각종 갑질에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오픈 카카오톡 <길병원 직원모임>에서는 이를 성토하고 때 마침 다가오는 위원장 선거는 직선으로 진행해, 직원의 아픔에 함께하길 기대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없었다. 기업노조는 7월 20일 단 8명의 대의원이 간선으로 위원장을 선출했다. 직원들은 병원의 무응답과 기업노조의 행태에 다시 절망하고 분노했다. 그 절망과 분노는 곧 민주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을의 반란>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노조는 “가천대길병원의 갑질과 열악한 노동조건, 부정부패는 십 수 년 전 민주노조가 각종 악질적 탄압으로 좌절된 이후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즉, 내부에서 갑질을 제어하고 노동조건 개선하여 투명경영을 이끌어갈 동력이 없었던 것이다. 새 노조의 출현은 바로 그 힘을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천대길병원의 갑질과 부패, 그리고 열악한 노동 현실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조 설립을 계기로 살펴보니 가천대길병원의 갑질과 부패, 그리고 열악한 노동 현실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가 파악한 현황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 가천대길병원에 새 노조가 생긴 것은, 길병원 직원들에게는 희망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가천대길병원 직원들의 새 노동조합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합원가입이 줄을 잇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가천대길병원지부와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는 병원을 순회하며 직원들을 만나 가입원서를 받고 있다. 인쇄해간 가입원서가 모자라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한편, 길병원노조가 실시간 이슈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 길병원 노조가 실시간 이슈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 길병원 직원이 만들어 <길병원 직원모임> 오픈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웹자보

▲ 길병원 직원이 만들어 <길병원 직원모임> 오픈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웹자보

최근 여러 병원에서 노동조합 설립이 계속되고 있다. 2017년 ‘촛불’의 승리 이후 보건의료노조는 한림대의료원을 비롯하여 동국대병원, 건양대병원, 국립암센터 등 크고 작은 26개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노조 설립과정에서 가장 민감하게 대응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이다. 가천대길병원의 경우, 십 수 년 전 민주노조를 탄압하여 끝내 좌초시킨 전례가 있다. 게다가 기업노조도 있다”면서, 부당노동행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새로운 노조로의 가입을 방해하거나, 기업노조를 통한 노노 갈등으로 몰아간다면 보건의료노조는 묵과하지 않을 것”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 근절을 위한 특별근로감독과 기획 수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가천대길병원에서 유사행위가 발생한다면 고용노동부가 즉각 개입하여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보건의료노조는 “가천대길병원에서 직장 갑질 문화를 척결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여 노동존중을 통한 노사 상생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나 “부당노동행위 일어나고 기업노조를 통한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면 6만 조합원과 함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곧 가천대길병원 측에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 설립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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