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충우돌 알바 체험기 - 택배 물류센터 편①

①고된 노동 6시간 만의 휴식, 점심 후 11시간만의 식사 이근선l승인2018.09.05l수정2018.09.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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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뉴스 갈무리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20분경 충북 옥천군 CJ대한통운 물류센터서 일하던 53세 임시직 노동자가 물류를 상하차하는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주변의 동료가 응급초치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왔었는데 병원으로 이송 후 사망했다고 한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에도 임시직 아르바이트(대학생)이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감전사로 사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글을 쓴 언론인 강창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류센터 사망 사건,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사망사건 외에도 알려지지 않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죽음이 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2년여 전,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때 한 50대 노동자와 인사를 하며 지내게 됐고, 그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장기간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그는 탈진해 쓰러지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젊은 노동자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경험이 없는 노동자일수록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소개되는 내용은, 지난 2016. 7. 22. 강창대 씨가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글로 작성한 것이다.

 

 

강창대 / 언론인

당장 쓸 돈이 필요해 그날그날 수당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야간물류' 일자리가 다수 검색됐다. 지원은 담당자의 연락처로 이름과 성별, 나이, 주소 등을 문자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인천 부평역 8번 출구에서 오후 5시 30분에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내용과 함께 출근이 가능한지 묻는 답신이 왔다.

그날은 장맛비가 내렸다. 부평역 8번 출구로 나오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대개는 대학생 또래의 어린 남자였고 그 속에 삼십대 초반로 보이는 이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무리 가운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약속한 시간이 넘었지만 출근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비를 피해 피자가게 차양 밑으로 들어갔다.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쇼윈도 밖을 내다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눈길을 피하며 머쓱하게 서 있자니 한 남성이 서류 한 장을 들고 인원체크를 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다가가 이름을 밝혔지만 그 문서에 내 이름은 없었다. 내가 당황해 하자 그는 그냥 대기하라고 했다. 

여섯시가 다 되어 관광버스 한 대가 우리 앞에 섰다. 버스의 좌석이 다 채워지자 담당자는 다시 인원체크에 들어갔다. 그에게 내 이름이 누락됐다고 재차 말하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마치고 그는 내 이름을 문서에 수기로 써 넣었다.

버스가 향한 곳은 경기도 이천이었다. 낯선 곳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밤샘을 대비해야 했기에 나는 바로 잠을 청했다. 

버스는 근무 시작 시간인 저녁 8시를 조금 넘겨 현장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우리 말고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내 또래 전후의 연배로 보이는 사람들과 세 명의 여성이 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할 만한 일이겠구나'라며 안도감이 들었다. 택배회사 로고가 있는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무리를 나누더니 인솔해 갔다. 

물류센터 내부로 들어가자 얼기설기 복잡한 구조를 한 롤러 컨베이어(roller conveyor)가 눈에 들어왔다. 촌닭처럼 구조물에 압도돼 있던 나는 앞 사람의 발길에 이끌려 어느 지점에 도착했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함께 조에 편성된 이들이 근무처를 할당받고 있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는 '400~600'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류센터 중앙을 크게 감싸고 있는 롤러 컨베이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계가 내는 소음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자갈밭에 구르는 탱크 소리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 롤러 컨베이어. 사진은 본문과 무관합니다.(사진 출처: wikkipedia)

조끼를 입은 사내가 내게 다가와 컨베이어에서 이동하는 상자 가운데 지역번호가 400에서 600번대에 있는 것을 모두 골라내야 한다고 알려줬다. 내 자리에 부착된 표식에 적혀 있던 숫자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그 숫자에 해당하는 상자를 골라내어 컨테이너 쪽으로 향한 또 다른 컨베이어에  싣는 게 그날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내 뒤로는 컨테이너까지 물건이 잘 전달되도록 하는 사람이 한명, 컨테이너까지 운반된 물건을 그 안에 차곡차곡 쌓는 인원이 두 명 있었다. 드디어 컨베이어 위로 상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서투르기 때문이었을까. 컨베이어의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이미 상자는 내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래도 처음 한 동안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최대한 물건을 빨리, 그리고 많이 골라내 컨테이너에 싣는 게임.

그런데 과업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속도만은 아니었다. 외관만으로 상자의 무게를 짐작할 수 없다는 것도 큰 골칫거리였다. 예상치 못한 상자의 무게에 몸이 끌려가 균형을 잃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롤러 컨베이어를 받치고 있는 철재 프레임에 정강이가 부딪혀 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한동안 나는 정신없이 일에 몰두했다. 티셔츠는 땀에 젖어 흥건해졌고 정강이는 멍이 들었는지 고통이 더 깊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출근 시간에 쫓겨 저녁식사도 못했던 터라 시장기가 느껴졌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휴식은 없었다. 휴대폰 베터리는 방전돼 시간을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때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시계 바늘은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일이 시작됐으니 이제 겨우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이 지난 셈이다. 일은 힘들고,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남은 긴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 것인가.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정강이의 통증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발목과 무릎, 허리에서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혈당도 모두 소진되었는지 점점 더 기진맥진해졌다. 다시 시계를 보았다.

그런데 시계는 여전히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작동이 멈춘 시계였구나. 나는 그 사실이 오히려 반가웠다. 모르기는 몰라도, 시간은 이미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식사시간은 언제인 것인지. 휴식도 없이 몇 시간 동안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드디어 요란하게 돌아가던 컨베이어가 멈추고 귓가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누군가 "식사하고 오세요"라고 외쳤다. 나는 깊은 숨을 내쉬고는 곧바로 사무실에 비치돼 있는 생수기로 향했다.

한 모금 정도 채워지는 종이컵으로 연거푸 물을 마셨다. 그러면서 눈으로는 시계를 찾아 벽면을 이리저리 훑었다. 그곳에 있는 시계는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고 6시간만의 휴식. 그리고 점심을 먹은 지 11시간만의 식사였다. (계속)

* 이 기사는 http://kangcd.tistory.com/40 [구르지 않는 돌] 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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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선  kingsj8782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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