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충우돌 알바 체험기 - 택배 물류센터 편②

②예정된 근로시간보다 5시간여를 훌쩍 넘긴 연장 작업 이근선l승인2018.09.05l수정2018.09.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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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뉴스 갈무리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20분경 충북 옥천군 CJ대한통운 물류센터서 일하던 53세 임시직 노동자가 물류를 상하차하는 작업을 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주변의 동료가 응급초치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왔었는데 병원으로 이송 후 사망했다고 한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에도 임시직 아르바이트(대학생)이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감전사로 사망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글을 쓴 언론인 강창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물류센터 사망 사건,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사망사건 외에도 알려지지 않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죽음이 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2년여 전,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히면서, “그때 한 50대 노동자와 인사를 하며 지내게 됐고, 그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장기간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그는 탈진해 쓰러지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젊은 노동자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경험이 없는 노동자일수록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소개되는 내용은, 지난 2016.  9. 4. 강창대 씨가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글로 작성한 것이다.

 

 

식당에 들어서며 벌써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식판을 살폈다. 메뉴는 제육볶음이었다. 그리 잘 차려진 식단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래도 땀으로 빠져나간 전해질과 소진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가능한 한 짜게, 그리고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육볶음은 자율배식이 아니었다. 나는 무척 배가 고파 허겁지겁 식사를 마쳤다. 무엇보다 휴식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가버릴 것만 같았다.

이날 정해진 작업시간은 전날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였다. 식사시간 한 시간을 제하면 근로시간은 딱 8시간인 셈이다. 다음 작업은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3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시간은 2시간. 가볍게 남은 근로를 마치고 버스에 올라 단잠을 자리라. 그렇게 마음먹고 나는 젖은 빨래처럼 의자 위에 축 늘어져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얼마 후, 누군가 식사 시간이 종료됐다며 조별로 모이라고 소리쳤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야 했다.

작업 시작 전에 업무를 할당해주던 조끼를 입은 사내가 인원을 확인했다. 그는 우리가 식사 전까지 상당한 물량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자그마치 10대의 콘테이너를 가득 채웠다고. 특히 내가 있던 자리에서 많은 물량이 나갔던 것으로 보였다.

조끼를 입은 사내는 나와 내 옆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했다. 그만큼 그 자리에서 같은 사람이 계속 작업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자리를 돌며 새로운 업무내용을 지시했다. 

나는 이번에 702와 704라고 표시된 박스를 처리하는 일을 할당 받았다. 그제서야 나는 식사 전에 내가 했던 작업량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400에서 600번대의 숫자가 표신된 박스의 양은 굉장히 많았다. 오죽하면 관리자로 보이는 이가 와서 컨베이어가 막히면 안 되니 처리하기 어려우면 박스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라고 말했을까. 

이번 일은 비교적 수월한 과업으로 보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그조차도 힘이 부쳤다. 얼마 안 되는 박스들이 번호를 확인하는 순간 내 앞에서 멀어져갔다. 그것을 잡으려고 하면 할수록 뒤 따라 오던 상자까지 놓치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이 힘든 일도 2시간만 참으면 된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팔에 쥐가 나서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이대로라면 남은 2시간도 험난하고 긴 여정이 될 것만 같았다. 

▲ 콘테이너의 내부 (출처: wikipedia)

가장 뜻 깊은 경험 하나

식사를 하면서 눈에 들어왔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가 나와 같은 조인지도 몰랐다. 내 연배이거나 좀 더 많아 보였지만 건장하고 단단한 체구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내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상자의 바코드를 스캔하면서 상차를 거들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옆자리에 있던 대학생 또래의 청년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그러자 그가 스캐너를 그에게 건내며 자리를 바꿨다. 상자를 빼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흐트러진 기색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내 자리의 상자가 지나가면 그것을 안쪽으로 당겨 놓으면서 상자를 두 번 '툭툭' 쳐서 신호를 보냈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이의 형편까지 챙기다니. 그런 생각조차 못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지까지 했다.

나도 그를 좇아 내 다음 자리의 번호에 해당하는 상자가 지나갈 때 앞으로 당겨놓고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머지않아 다음 사람도, 그 다음 사람도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다. 사람들은 우리 조와 무관한 상자가 지나가면 그것을 처리하기 좋게 반대편으로 밀어 놓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또 얼마나 지났을까. 그 사내는 청년과 다시 자리를 바꾸었다가 내게로 와서 잠시 쉬라고 했다. 괜한 자존심이 발동한 것일까. 나는 괜찮다며 그의 호의를 사양했다. 그는 물이라도 마시고 오라며 나를 내몰았다. 나는 못 이기는 척, 그러면 잠시 다녀오겠노라며 자리를 떴다. 덕분에 나는 물도 마시고 콘테이너 트럭 사이에서 담배도 한 대 뽑아 물었다. 어느새 까만 하늘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멈추지 않는 컨베이어, 지쳐가는 알바 노동자

자리로 돌아와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컨베이어는 멈추지 않았다. '알바 노동자'들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콘베이어 위로 수많은 택배 상자들이 쏟아졌고 지친 노동자들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상자들이 그 위에 쌓여만 갔다. 결국, 상자들이 정체되면서 컨베이어가 자주 멈추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때마다 관리자들은 고성을 질러댔다. 몇몇 관리자는 컨베이어 위로 올라가 상자를 바닥으로 내던졌다. 그들은 상자의 내용물이 무엇이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험한 대우를 받은 상자들은 컨베이어 위에서 옥수수며 감자 등 내용물을 토해내기도 했다. 도시의 누군가를 위한 것이었을 촌부의 사연도 그렇게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어린 청년들에게는 반말과 욕설까지 난무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청년들이 그런 핀잔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들은 지시 받은 대로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상자를 골라내고 있었을 뿐이다. 누가 감히 컨베이어 위로 올라가 상자를 내던질 생각을 했겠는가. 소리를 질러대는 관리자들을 쳐다보는 청년들의 표정은 당혹감과 수치심, 두려움과 분노가 뒤섞인 채 얼어붙는 것 같았다.

예상했던 새벽 5시를 넘겼지만 컨베이어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토요일 저녁에 출근해 컨베이어 앞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고 있었다. 일요일은 택배 물류시스템 전체가 휴무에 들어간다. 아마도 그래서 그날 작업이 더 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콘테이너트럭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닥은 아침 햇볕으로 달궈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작업은 아침 식사도 거른 채 계속되었다. 그나마 휴식은 정체로 인해 컨베이어가 잠시 멈출 때나 겨우 가능했다.

이것은 노동이 아니라 '혹사'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장수당이 얼마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작업은 무리였다. 정말 욕이라도 내뱉고 싶었다. 결국, 이날 작업은 오전 10시에 가까워서 끝났다.

* 이 기사는 http://kangcd.tistory.com/40 [구르지 않는 돌] 에도 게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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