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희 /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작년 2월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에서 어린이집, 유치원 100여 곳을 감사했을 때 여러 가지 비리 백태가 다 나왔다. 그런데 기관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에서 양육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라며, 올해 초 전국 140여개 교육지원청에 최근 3년간 유치원 감사 결과 및 처분 내용 일체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었다.

이에 대해, 전라남도 교육청 산하 22개 교육지원청, 세종시교육청, 경북과 부산의 일부 교육청을 제외하고, 110여개 교육지원청이 비공개 답변을 내놨다. 그래서 지난 5월에는 행정소송까지 진행했다.

분노스러운 것은 최근 박용진 의원실이 입수한 교육부 공문을 보니, 행정소송 직후 교육부가 법무부에 ‘감사적발 유치원 명단공개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공개해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아니고, 법적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러자, 전국 교육청 직원들이 모여서 대책회의까지 했다고 하고, 계속해서 제공 안하고 버티고 있었다.

지금 박용진 의원실을 통해 공개돼서 다행이지만, 여기서 대충 마무리 되서는 안 될 것이다. 법무부도 공개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그걸 알고서도 공개요청을 묵살하고 계속 버티고 있었다면, 교육당국은 유치원 비리와 무관할까?

유치원 원장들, 어린이집 원장들 행사마다 줄줄이 얼굴 비추는 정치인들 아무것도 몰랐을까? 국공립 어린이집은 또 얼마나 다를까?

지난 9월 경기도의 어린이집 회계관리 시스템 도입에 반발해, 도내 사설 어린이집 원장 천명이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었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사회서비스공단(원)에 보육 부문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어린이집 원장들이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지난달 어린이집 표준보육시간 관련 한어총 정책토론회에 학부모 토론자로 참석했을때, 급하게 추진된 정책토론회에 800석 국회강당을 가득 메우는 조직력에 한번 놀랐고, 십여 명의 국회의원 축사에 한번더 놀랐다. 서면으로만 보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줄줄이 다 오시더라. 일시에 다 모이지를 못하니 토론 하다 끊고, 오시면 발언 듣고 다시 이어가고 그랬다.

이 상황에서 언론과 여론이 한유총 때리기에서 그친다거나, 공개된 어린이집 말고도 많을테니 유치원 전수조사 하자는 정도의 주장만 정치권에서 나온다면, 한심한 일이다.

지금은 보육정책 전반에 대한 대개혁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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