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배의 [을의 경제학] 한가위에 돌아보는 경제 성장의 의미

이근선l승인2018.10.24l수정2018.10.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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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배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연구원

(전) 노동당 정책실장

추석과 관련된 옛 기억을 더듬어보면 차례 지내는 날 마당에 모인 아이들에게 대추와 깐 밤을 한 주먹씩 쥐여주던 친척 할머니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아마도 초등 저학년 시절까지, 차례를 마치고 음식을 나눈 가깝고 먼 친척들의 수가 30~40명 정도 됐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문중 제사에서도 집안의 먼 어른들에게까지 음식이 돌아갔다. 조상의 덕을 기린다는 명분 속에 가려져 있을 뿐, 이런저런 제례의식들의 경제적 기능은 재분배 장치였다.

한가위라고 모두 고기와 과일이 충분하지는 않았던 당시의 전반적인 곤궁을 생각하면 거의 두달에 한번꼴이었던 그 재분배의 규모는 미미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던 조상들의 덕담도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자연의 풍성한 결실을 기원하는 의미였다기보다 이날만큼은 더 많이 가진 집안이 넉넉하게 내놓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생산성의 증가로 자연의 결실은 조상들이 이 덕담을 건네던 시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졌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은 한가위의 풍요와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명절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소식이 이즈음의 단골 뉴스다.

한가위도 저성장에 짓눌려 있는 것이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2010년 6.5%를 고점으로 다음해에 3.7%로 급락한 뒤 2017년까지 내내 3% 내외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기업, 가계, 정부의 살림이 모두 어려워진다는 얘기는 불문율처럼 통한다. 그런데 근본에서 정말 저성장이 문제일까? 간단한 우화를 통해 이 질문을 생각해보자.

개체수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늑대 무리가 있다. 무리가 사냥하는 초식동물의 수가 해마다 3%씩 증가하는데 이상하게도 해마다 굶주리는 늑대가 더 늘어났다. 소요가 일자 자기들 먹을 것을 무리 몰래 저장해놓던 늑대 몇 마리가 이렇게 말한다. “최근 3년 동안 우리는 사슴과 염소를 매해 전년보다 3마리씩은 더 많이 사냥했어. 그런데 그 전에는 매해 7~8마리씩 더 많이 사냥했거든. 이것이 우리가 전보다 더 배고픈 이유이지.”

실제 늑대 사회는 이렇지 않다. 그러나 우화에 등장하는 이기적인 늑대의 논리가 인간의 경제에서는 통용된다. 인간이 늑대보다 지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경제의 작동 원리가 이런 논리를 상당 부분 경험적 진실로 확증하기 때문이다.

성장률 하락은 실업률 증가와 동반한다. 경제는 자체의 동학으로 쓸 만한 일자리를 갈수록 없애는 추세지만, 시장경제의 법칙은 기를 쓰고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인구가 축소되면 다른 변수가 중립하는 한 성장률이 하락한다고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 자본은 자신이 가난하게 만든 노동자 집단이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할 능력이 없어지는 것을 걱정한다. 해결책은 금융자본이 개인 대출을 시작하고 그 양을 늘리는 것이었다. 되풀이되는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정책은 절대 투기 수요를 근절하는 수위로까지 나가지 않으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주기적으로 치솟는 것을 방치한다.

부동산 자산 계층의 구매력을 확대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너무 늘어난 가계부채는 노동자의 소비 능력을 위축시키고, 치솟은 아파트값은 젊은 세대의 결혼 회피와 출산율 저하로 이어져 다시 성장의 족쇄가 되었다.

▲ 사진 @세계일보 갈무리

그렇게 성장을 향해 달려오는 동안 이번에는 자연의 풍요마저도 끝장나게 생겼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인류가 이룩한 농업 생산성을 무위로 돌릴 기세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 대란도 가볍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공방이 끊이지 않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저성장 위기 극복의 유효성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현재의 경제 성장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애초에 경제 성장의 목표는 모든 구성원에게 더 많은 소득을 가져다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은 위기에 빠진 성장을 위해 먼저 가계의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고 한다. 이보다 더한 가치의 전도가 있을까?

이미 충분히 가진 사람들에게 생산된 부의 더 많은 부분이 돌아가야만 작동하는 경제를, 그 결과 전년보다 더 많은 부를 생산하고도 대다수가 궁핍해지는 경제를 근본에서 바꿔야 한다. 경제가 모두에게 풍요가 되는 것은 이미 충분히 쌓은 부를 평등하게 나누는 것이다.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경제는 풍요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경제에서만 지구를 보존하는 성장의 축소도 가능해진다. 이번 한가위가 그런 이야기로 풍성해지길 기대해본다.

 

* 이 내용은, 경기도 정치문화웹진 '나와 세상을 이음'(http://2-um.kr/)에도 게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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