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 수협의 단전·단수 조치로 제대로 장사 못해

수협에 의해, 구 노량진수산시장에 어제(5일) 오전 9시부로 단전, 단수가 됐다. 281개 업소 상인들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전기와 물을 끊은 것이다.

▲ 산소가 공급이 안돼 죽어가고 있는 물고기들, @송용식(구 노량진수상시장 상인)

▲ 산소가 공급이 안돼 죽어가고 있는 해산물들. @송용식(구 노량진수상시장 상인)

▲ 산소가 공급이 안돼 죽어가고 있는 대게들. @송용식(구 노량진수상시장 상인)

▲ 산소가 공급이 안돼 죽어가고 있는 물고기들. @송용식(구 노량진수상시장 상인)

단전으로 인해 건어물부와 시장 내부 전체는 암흑천지로 돌변했고, 40분이 지나자 수조의 물고기 등 해산물들이 산소부족으로 죽어가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한 상인은 SNS를 통해 “수협의 단전, 단수 조치에 대해 수협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투입돼 많은 상인들이 맞고, 다치고, 연행되었다”고 밝혔다.

▲ 수협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쓰러진 상인 @최인기(빈민해방실천연대)

▲ 수협에 항의하는 상인들이 경찰들이 막고 있는 모습 @차윤석

또 다른 상인은 “오늘 수협에서 수산시장 상인의 생명 줄인 전기를 끊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도 대한민국 경찰은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SNS를 통해 전했다.

이어 “성난 상인들에게 온갖 행태로 조롱하고, 야유하며, 폭행마저 서슴치 않는 수협의 직원들과 수협에서 부르면 굶주린 늑대떼처럼 달려오는 경찰들이 야속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협과 상인은 적대적 관계가 아닌 공생관계이다. 잘못됨을 짚어주면 개선점을 찾기보단, 여느 마피아처럼 폭력과 협박을 앞세운 채, 졸속 현대화를 마무리 지으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전기가 나가 촛불을 켜놓은,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참혹한 모습. @차윤석

▲ 전기가 나가 촛불을 켜놓은,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참혹한 모습. @송용식(구 노량진수상시장 상인)

상인들은 노량진수산시장비상대책위원회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수협의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위법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협은,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일환으로 신시장으로 옮기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현재 시장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상인들은 “상식적으로 신시장으로 이주해 장사가 된다면, 가지 말라고 해도 이주를 하는 것이 상인들의 속성”이 라며, “지난 3년 동안 신시장으로 이주한 상인들의 상황을 보면, 정말 자신있게 이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어렵지만 기존 시장에서 장사를 한 것이 다행인 것인지 금새 확인된다”고 밝히며, 장사가 안되는데 가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상인들은 “일차적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해 현재 시장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지난 50년 가까이 서울시민들의 추억 속에 함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더욱 타당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는 환영하지만, 일방적인 폭력에는 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수협은 지난해 노량진수산구시장 집행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승소를 근거로, 상인들의 자택을 강제 경매에 붙이기도 했다.

▲ 상인들이 지난 11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수협중앙회의 폭압적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과 상인 손해배상소송 강제 경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최인기(빈민해방실천연대)

이와 관련해, 상인들은 지난 11월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수협중앙회의 폭압적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과 상인 손해배상소송 강제 경매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인 송용식 씨에 의하면, “현재 상인들은 임시 조치로 발전기를 구해 가동하거나, 산소통을 구해 수조의 물고기 등 해산물들의 생명을 유지시키고 있는데, 이런 준비를 못한 상인들은 생명체들을 다 죽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이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가 협동조합 설립 정신에 맞는 것인지도 이해가 안되지만, 촛불정부라는 정부 하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광장을 시민들에게 내어줬던 서울시가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상인들과 수협 간의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가 방관하지 말고 직접 나서 중재하고, 합의점을 찾도록 대화의 광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박원순 서울시장 등 관련업무 공무원들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다음은, 노량진수산시장 단전단수 조치에 대한 ‘노량진 수산시장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이다.

[성명]노량진수산시장 단전, 단수에 대해

"수협의 노량진수산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위법이다"

수협은 자신들의 신시장 이주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존의 시장부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의 이주를 다양한 방법으로 종용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법원의 판결을 통한 강제 명도집행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상인들의 저항에 막혀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최악의 방법을 동원했다. 바로 바닷물 공급을 끊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 잘 되자고 한 신시장 사업인데, 정작 자신들의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자, 급기야 오늘(11월 5일 오전 9시 정도)은 전기와 수도를 끊어 버렸다. 알다시피 전기와 수도는 관련 기본법에 의해 누구도 임의로 중단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 등의 판례에 따라,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도8074 판결, 대법원 1986. 10. 28. 선고 86도1764 판결, 1994. 4. 15. 선고 93도2899 판결, 2000. 4. 25. 선고 98도2389 판결, 2001. 2. 23. 선고 2000도4415 판결 등 참조)을 갖추도록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하지만, 수협은 살아있는 수산물을 팔아서 생활하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의 생명줄과도 같은 전기와 수도를 끊었다. 이 과정에서 목적의 정당성은커녕 법익의 균형성은 둘째 치고, ‘대화와 타협’이라는 기본적인 상생의 정신을 무시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노량진수산시장의 신시장 문제를 막대한 국고가 들어갔음에도 방치했던 해양수산부, 법적으로 시장개설자임에도 불구하고 수협의 눈치만 보고 있는 서울시가 방조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신시장으로 이주해 장사가 된다면, 가지 말라고 해도 이주를 하는 것이 상인들의 속성이다. 지난 3년 동안 신시장으로 이주한 상인들의 상황을 보면, 정말 자신있게 이주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어렵지만 기존 시장에서 장사를 한 것이 다행인 것인지 금새 확인된다.

이런 상식적인 판단도 하지 못하고, 수협 뒤에 숨어서 사실상 수협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정부와 서울시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수협의 행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 신청을 하기로 했다.

또한 단전과 단수로 집단 폐사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수협과 이를 방조한 정부와 서울시에 물을 것이다.

수협이 정말 시장 상인들의 이주를 원한다면, 협박과 폭력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신시장으로 이주한 상인들이 정말 잘 정착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우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일차적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해 현재 시장의 존치를 주장하는 것이지만, 더 나아가 지난 50년 가까이 서울시민들의 추억 속에 함께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서도 더욱 타당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합리적인 토론과 대화는 환영하지만, 일방적인 폭력에는 굴할 생각이 없다. 다시, 수협의 막가파식 테러를 규탄한다. 많은 시민들의 연대를 부탁드린다.

* 항의전화: 수협중앙회 노량진개발사업부, 02-2240-2362

노량진수산시장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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