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의 이방인 (III)

부초와 같은 운명: 공교로운 계약해지 강창대l승인2015.10.28l수정2016.05.3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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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이 사건은 우리사회의 민낯일지도 모른다. ‘개인’은 인류가 오랜 야만의 시간을 보낸 끝에 찾아낸 가장 위대한 발견 가운데 하나다. ‘개인’을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인권과 자유, 평등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개인은 공동체의 논리에 밀려 희미한 그림자로 존재할 때가 많다. 부천의 한 복지관에서 임산부를 놓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우리가 전체의 일원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개미뉴스>는 이 사건을 깊게 들여다보고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개인’의 존재에 대해 묻고자 한다.

[연재 순서]
1. 가벼운 농담의 진실: 끝없는 평행선
2. 무모한 선동꾼: 그의 문제의식이 문제였을까?

3. 부초와 같은 운명: 공교로운 계약해지
4. 꿈꾸는 어느 중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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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문제가 된 간부의 발언이 일상적인 농담에 불과하고, 따라서 인권침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복지관은 또, 대수롭지 않은 사건을 계약직이었던 사회복지사 이은주 씨가 확대해석해 문제를 키웠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개미뉴스>는 앞서 두 편의 기사에서 이러한 문제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복지관의 주장은 입장발표 등 여러 정황에 비추어볼 때 개연성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건의 피해자인 조재화 씨와 조 씨의 입장에 섰던 이은주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 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의혹마저 든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은주 씨가 복지관과 고용계약이 해지된 것에 대해 살펴보고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이은주 씨는 복지관과 1년(2014년 8월 1일부터 2015년 7월 31일까지)의 고용계약을 맺고 복지관의 ‘환경프로젝트’ 사업과 관계된 일을 맡아왔다. 이 씨가 고용계약의 만료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 6월 29일이다. 그리고 한 달 뒤인 7월 31일, 이 씨는 복지관을 떠나야 했다. 이 씨와 대책위 측은 이를 ‘보복성 부당해고’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관은 기간이 만료돼 계약관계가 자연적으로 소멸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은주 씨가 복지관의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보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 씨가 맡았던 사업이 진행 중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복지관이 계약갱신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관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예산상의 어려움’이다. 복지관은 예산이 부족하게 된 원인으로 부천시가 복지관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동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매년 일정하게 증가하는 인건비 상승분이 예산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기 때문이라는 게 복지관의 주장이다. 

 재계약 불가한 이유, 예산 문제라지만...

 우선, 복지관이 주장하는 ‘예산상의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복지관의 세입·세출결산 내용을 살펴보았다. 결산서는 홈페이지에 공시된 것을 참고했다. 

 그러나 복지관의 세입·세출결산서에서는 어려움을 짐작할 만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부천시에서 지급되는 보조금이 동결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2014년 이후 복지관의 재정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다. 그 내용을 그래프로 표시해보았다<표1>.

▲ <표1>.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수입현황(2011년~2014년)

 2011년부터 보조금의 증가폭은 1%대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2014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4.8%가 증액됐다. 그간 보조금 증액이 소폭이었고, 작년에 이례적으로 대폭적인 증액이 있었기 때문에 보조금이 동결됐다 하더라도 재정을 압박할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외에도 사업수입과 후원금 부문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를 보면 복지관의 수입은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였고, 2014년에는 예년에 비해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복지관의 재정을 가늠할 만한 또 다른 지표로 ‘이월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월금은 한 해 동안 복지관 및 사업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지출하고 남은 돈을 다음 년도로 넘기는 예산을 말한다. 이 부분을 따로 떼어내 인건비 등과 비교해보면 <표2>와 같다.

▲ <표2>.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의 전체수입과 인건비, 이월금 비교(2011년~2014년)

 표를 보면, 2013년까지 이월금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지만 2014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프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2015년 이월금은 1억2백여만 원으로 2014년 이월금인 5천7백여만 원보다 두 배 정도 늘었다. 즉, 복지관의 재정이 2014년부터 현격하게 호전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인건비를 살펴보자. 인건비는 2%대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14년도에는 전년에 비해 6.8%(3천5백98여만 원)가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2014년 복지관 수입이 10.3%(1억4천5백여만 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의 보조금이 동결됐다 하더라도 인건비 상승분에 의한 압박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즉, 계약직 직원의 계약갱신을 포기해야 할 정도의 예산상의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 예산상의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복지관 관장 홍갑표 씨의 말을 들어보았다. 

홍갑표: 복지관은 보조금으로 인건비하고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다른 어떤 예산으로 인건비를 전용하고 이럴 수가 없다. 
개미뉴스: 보조금은 포괄적 사업비가 아닌가? 즉, 세목(細目)이 정해져 있지 않을 텐데.
홍갑표: 복지관은 인건비와 운영비로만 지원을 받는다. 법인전입금이나 이런 것으로 인건비를 쓸 수 없도록 규제를 받는다.
개미뉴스: 결산서에서는 복지관의 재정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갑표: 결산서에서 다른 부분의 예산이 증가하고 있을 수 있지만 복지관의 직원 인건비에 관한 부분은 보조금 범위 내에서 지출된다. 세입세출 결산서와는 관계가 없다. 예산이 부족한 문제는 부천시의 지도점검 과정이나 시의회에서 확인된 것이다. 

 즉, 복지관의 인건비는 다른 예산으로 충당할 수 없고 시 보조금으로 해결해야 되기 때문에 보조금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복지관의 보조금 수입은 9억6천2백여만 원이다. 이는 그 해의 인건비 총액인 5억6천1백여만 원의 두 배에 가깝다. 물론, 세목이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기타 여러 운영비 등의 사용으로 인건비가 모자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른 예산을 끌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홍 씨의 말대로 라면 보조금 이외의 예산을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에 대해 부천시 복지정책 관계자에게 물었다. 

개미뉴스: 복지관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부족할 경우 다른 수익으로 인건비를 대체할 수 없다던데.
부천시: 아니다. 시가 주는 예산에서 인건비가 모자라면 전입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개미뉴스: 복지관 보조금이 포괄사업비라고 알고 있다. 세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건가?
부천시: 그렇다. 보조금은 인건비나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에서 나가는 보조금으로 인건비도 커버하지(감당하지) 못하는 기관도 있다. 시 보조금은 복지관 전체 예산 가운데 35%에서 38%에 불과하다. 
개미뉴스: 보조금은 주로 인건비로 사용되나?
부천시: 거의 그럴 것이다.
개미뉴스: 모자란 부분은 어떻게 충당해야 하나?
부천시: 법인 전입금이나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후원금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그래서 기업 등, 복지관 사업을 공유하는 기관들에 사업제안을 하고, 그게 채택될 경우 인건비 등이 포함된 사업비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홍갑표 씨의 주장과는 달리, 부천시는 보조금 이외의 다른 예산에서 인건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시 보조금이 복지관 전체 예산의 절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관이 다양한 방식으로 인건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부천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홍 씨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그러나 복지관을 12년 동안 운영해온 홍 씨가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여느 복지관이 전체예산의 40% 미만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는 부천시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원종종합사회복지관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전체예산의 64~65% 정도로 오히려 특혜에 가깝다.

 이은주 씨의 통장에 매월 급여로 찍히는 금액은 1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돈이었다.  결국, 계약직 직원과의 재계약을 포기해야 할 만한 예산상의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복지관이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댈 수 없다면 이은주 씨의 계약해지 이유인 ‘예산부족’은 단지 핑계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산부족 이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나

 그렇다면 복지관이 이은주 씨와의 근로계약에 대해 갱신을 거절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물론, 홍갑표 씨는 그 이유에 대해 예산부족 이외의 문제는 부정했다. 하지만 <개미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홍 씨는 계약갱신을 거절한 이유가 꼭 예산 때문만은 아닐 것으로 짐작할 만한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일을 잘하거나 관장이 이런 예산이 꼭 필요하다고 인정했을 경우에는 기존에 있는 직원들을 다른 데로 발령을 해서 ... (기존의 직원을 다른 데로 보내고) 그렇게 할 수는 있겠으나, 직원들이 동의하고 인정하는 선에서 가능한 부분들이겠죠. ... 그래서 5월 16일날 ‘직원들의 동의와 인정이 없으면 안 된다’라고 이은주 선생한테 얘기했던 부분들이고.”

 즉,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관장의 직권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직원들의 동의가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이에 동의하는 직원이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정황은 ‘6월 8일 전체직원회의’ 녹취록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한 간부가 했던 말을 옮겨보면.

 “저는 이은주 선생님을 직장동료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조재화 선생님도 직장동료처럼, 같이 일할 수 있을 마음이 생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상처받은 사람도 있고, 일에 지장도 있었고.” 

 복지관 간부들이 이은주 씨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다는 말은 ‘6월 8일 전체직원회의’가 있기 전부터 이미 복지관 주변에서 돌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주)생산공동체한울타리의 대표 유영식 씨는 5월 16일에 열린 ‘오정뜰 어울림축제’에서 이은주 씨가 조재화 씨를 부추기고 문제를 일으켜 “간부들이 같이 일 못 하겠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말을 관장 홍 씨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보도한 기사에서 이번 ‘임산부 인권침해 사건’을 이 씨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이 씨가 보인 행동이 근로계약이 해지된 이유라면 이 역시 부당한 처분일 수 있다.
 
 이외에도, 홍 씨는 이은주 씨의 업무태도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복지관은 올해로 ‘시즌10’을 맞고 있는 ‘환경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해왔다. 복지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업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다. 당시 복지관은 부천시 오정구의 생태환경에 대한 현황조사를 바탕으로 생태환경이 부족한 주거지역에는 생태환경을 창출하고, 생태환경이 풍부한 대장동 등은 생태체험 지역으로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관장 홍 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을 가진 시민사회 활동가를 원했고, 부천시민연합 이사장인 백선기 씨의 추천으로 2014년 8월에 이 씨를 특별채용하게 됐다. 하지만 홍 씨는 이 씨의 업무 실적에 대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했다”라며 “상반기 사업평가에서 평가할 내용이 없었다”라고 혹평했다.

“이은주 선생은 세 가지 부분을 했었는데. 올해 들어와서 대장동 그것만 하고 나머지 일들을 아예 안 했어요. 주민지도력 강화 사업도 있고 농촌체험도 있는데, 농촌체험도 물론 대장동에서 진행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주민지도력강화 사업은 아예 진행된 부분들이 없고. 상반기 사업평가 부분들 속에서 평가할 내용이 없더라고요, 사업 진행 자체가 안 돼서. 그러니까 이은주 선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한 거예요, 거기에 몰입이 돼 가지고.”

 사업 문건이 보여주는 또 다른 진실

 이에 대해 이은주 씨에 대해 물었다. 
 이 씨는 입사 후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작성된 문건 70여 페이지 분량을 <개미뉴스>에 전달했다. 문건은 사업 또는 실행계획서, 과정기록지, 보고서 등으로 여기에는 ▲생태환경프로젝트 시즌10과 ▲주민지도력강화사업, ▲생태체험학교와 ▲대장동 생태마을 만들기 등의 사업명이 등장한다. 앞서, 이 씨가 ‘대장동 마을 만들기’ 이외에 ‘농촌체험’과 ‘주민지도력강화’ 사업을 진행하지 않아 평가할 내용이 없었다고 주장한 복지관 관장 홍갑표 씨의 말과는 달리, 주민지도력강화나 생태체험학교(농촌체험)와 관련한 문건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이 씨가 이 사업들을 진행하던 주 무대가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대장동을 대상으로 한 사업과 주민지도력강화 및 생태체험학교 사업 등은 상호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경계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특성이 있었다. 따라서 이 씨가 어느 것 하나에만 전념하고 다른 사업을 도외시 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이은주 씨가 제공한 문서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과정기록지’라는 문건에는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이에 대해 간략하게 스케치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서에 결재란이 있는 것으로 보아 복지관 내부의 보고체계에 따라 회람됐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명에 ‘주민지도력강화사업’으로 표시된 과정기록지에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이 씨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그는 ‘마을 만들기’에 대한 개념이나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프로그램 초안을 제안했다. 그리고 ‘대장동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대장동주민들에겐 감동도 관심도 없다”고한 주민자치위원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장동에 대한 자원조사나 욕구조사 등 기초조사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이 씨는 ‘주민협의회’ 준비모임을 구성하기도 했다.
 대장동 생태체험학교는 ‘오정동 참마을가꾸기협의회’와 복지관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행사다. ‘오정동 참마을가꾸기협의회’는 오정동주민센터와 부천생생도시농업네트워크, 생태환경연구회 청미래로 구성된 단체다. 이 사업과 관련해 복지관 담당자의 업무는 주로 협의회 단체들과의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고, 이 씨가 회의에 참석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9월 무렵부터였다. 
 그 과정에서 이 씨는 대장동 주민이 ‘대상화’되는 문제점 즉, 농촌인 대장동 주민들의 삶이 불청객들의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문제를 보게 됐다. 그래서 이 씨는 대장동 생태체험학교의 주체가 지역의 주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이는 사업에 주민의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복지관의 고민과도 맞아떨어졌다. 주민이 사업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동기가 부여돼야 하고 주민이 스스로 역량을 키워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 이 씨는 지난 2월에 발족한 대장동 주민협의회 구성에 앞장섰고, 올해 계획된 대장동 생태체험학교 10회 가운데 3회를 주민협의회가 주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행사가 지난 4월 25일에 열린 ‘대장동 할머니와 만드는 조물조물 쑥개떡’체험 행사다. 이 행사의 주요 진행요원으로 마을 주민인 ‘할머니 강사’가 등장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행사 참가자 대부분은 설문조사에서 할머니 강사에 대해 “서투르지만 친근감 있고 좋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복지관은 홈페이지(http://www.wonjong.or.kr)를 통해 ‘환경프로젝트 시즌10’을 복지관의 주요사업 가운데 특화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복지관은 이 사업이 ‘생태환경에 기반 한 마을 만들기’이며 이를 위해 주민 주체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부천시의 환경정책에 반영해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은주 씨는 이를 위해 2014년에 채용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대장동 주민협의회라는 주민주체를 조직하고 주민과 부천시민이 서로 만족할 만한 첫 결실을 이루어내기까지 했다.

 어쩌면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이번 ‘임산부 인권침해 사건’으로 많은 것을 잃었고 또, 지금도 그러고 있을지도 모른다. 몇몇 간부들이 지적한 것처럼 동료들 간의 우애가 이전처럼 회복되기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만약, 이번 사건에서 잘잘못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거나, 그래서 그에 합당한 사과와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정의가 바로서지 않는다면 복지관의 조직문화는 더더욱 피폐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복지관에 위기이면서 기회이기도 했다. 복지관이 조직 내의 인권침해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모범적인 선례를 남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도, 이제 막 사업이 결실을 맺는 시점에 이은주 씨가 복지관을 떠나게 된 것 역시 큰 아쉬움을 남긴다. 여타 복지관의 기능이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어 오래전부터 종합사회복지관의 역할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져왔다. 이런 관점에서 이 씨의 퇴사로 인해 대장동 관련 사업이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점은 부천시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본 기사가 작성 중이던 10월 21일 복지관과 대책위, 부천시청이 3자 면담을 갖고 중재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위해 양측이 협의체를 구성할 명단을 교환하기로 돼 있었다. 이번에도 복지관은 협의체 구성의 전제 조건으로 상호비방과 집회 등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관은 이번에도 대책위 관계자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문제 삼아 협의체 구성에 대한 합의를 파기했다. 복지관의 이런 행태를 보며, 이번 사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복지관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

※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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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종합사회복지관은 <개미뉴스>의 이근선 운영위원의 이름이 ‘부천원종종합복지관의 성차별․인권침해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것을 꼬집어 기사의 객관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개미뉴스>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객관적인 취재와 보도를 위해 노력했음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개미뉴스>는 취재와 기사작성 과정에서 양측의 주장과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부분만 사실로 간주했다. 서로 엇갈리는 내용은 주장으로 간주했고, 이를 인용할 때에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했다. 더불어, 양측의 주장은 주로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료를 참고했으며 특히, 6월 8일에 열린 복지관의 직원전체회의 녹취록을 참고했음을 밝힌다. 
 ‘6월 8일 직원전체회의’는 사건의 책임 소재가 부장에서 이은주, 조재화 씨로 바뀌게 된 상황에 대해 이 씨가 항의하여 마련된 자리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복지관 측은 ‘6월 8일 직원전체회의’만으로는 사건의 전체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6월 18일 전체직원회의’ 회의록을 추가적으로 참고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개미뉴스>는 회의록 작성자가 이번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돼 있고, 기계적으로 작성된 기록물이 아닐 경우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은주, 조재화 씨와 대책위 등의 주장에 대해 복지관이 여러 차례 반박과 입장표명을 해왔고, <개미뉴스>는 이를 복지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간주했다. 
 추후, 복지관과 대책위 양측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증거를 제공하며 기사에 대한 정정을 요구할 경우, 후속보도를 통해 이를 알릴 예정임을 또한 밝혀둔다. <편집자>

강창대  kangc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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