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9월 한 스포츠용품 업체 사장 A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A씨는 11년 넘게 대형 택배회사와 거래해 오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A씨는 반품을 하기 위해 제품이 담긴 8개의 상자를 본사로 배송해 달라며 해당 택배회사에 의뢰했다. 각각의 상자에는 소비자가격이 무려 700만원이나 되는 고가의 제품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상자 가운데 1개가 분실되는 일이 발생했다. A씨는 당연히 택배회사에서 배상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상문제를 두고 택배회사와 다툰 2년여만에 제품가격의 약 50%에 해당하는 금액만 보상받을 수 있었다.

물품 분실해도 택배회사는 나 몰라라

발송을 담당했던 택배업체 직원은 “CCTV를 확인해 봐도 알 수가 없다"라며 "본사와 논의해 보겠다”는 얘기만 반복할 뿐 이렇다할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시간만 자꾸 지연됐다. 

나중에 확인한 것이지만, 상자가 분실된 것은 발송지역 집하장이었다. 알아 본 바로는, 택배에 배송을 의뢰하면 물건은 지역 집하장을 거쳐 중앙집하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물건은 다시 발송지역 집하장으로 이동했다가 최종 수취인에게 전달된다. A씨의 상자는 발송지역 집하장에서 분실된 것으로 확인됐다. 

택배회사의 물류처리 과정에서 분실된 게 분명했지만 좀처럼 피해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A씨는 택배회사의 콜센터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1년이 넘도록 속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A씨는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원의 태도도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몇몇 서류를 제출해 달라고만 할 뿐, 상담을 진행하면서도 택배회사의 입장을 전달하며 “서로 잘 해결해 봐라”라고 말해주는 게 전부였다. 결국, 소비자보호원의 태도에 실망한 A씨는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무리 비싸도 보상은 50만원이 최대

이런 과정에서 택배 거래를 위한 약관의 문제가 드러났다. 

택배회사는 약관의 내용을 근거로 "배상책임이 없다"고 버텼다. 해당 약관의 내용은 이렇다. 3,000원 정도의 택배비를 지불하는 일반 택배의 경우 최고 50만원까지 피해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을 빌미로 택배회사는 배송을 의뢰하면서 택배의 내용물과 그 가격을 미리 알리고 배송을 맡을 수 있는지 묻거나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더 지불했어야 했다며 A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A씨는 지난했던 택배회사와의 싸움을 회상하며 “물건 금액이 적거나, 어떻게든 억울함을 해결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으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 단계에서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회사가 약관을 빌미로 배상을 거부하자  A씨는 “그간 11년 넘게 거래를 해 왔어도 한번도 발송을 담당했던 택배업체 직원이 약관을 설명해 준적도 없었고, 택배할 물건이 어떤 물건이고, 가격은 얼마냐고 물어 본적도 없었다”며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택배업체의 약관을 인정해야 하지만 일반인들이 약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택배를 접수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소비자가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 분실된 물건의 소비자가로 계산할 수 없고, 원가를 기준으로 피해금액을 산정하되 피해사실 이후의 기간까지의 이자를 포함해 계산해서 피해보상을 해줘야 한다. 약관이 존재하고 있고, 피해자가 약관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과실도 있으니 피해액의 50% 정도에 상당하는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라”는 요지로 판결했다.

▲ K2 신포점 피해업체 전경

택배 거래 시 약관 설명 의무화 해야

택배물 분실 사건이 발생되었을 때 금액이 적다고, 귀찮다고 생각해 문제제기를 안하면 고스란히 소비자가 피해를 받고 마는 현실이다. 약관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일반 택배로 보냈을 경우 소송까지 하면서 문제 제기를 해도 이 경우처럼 50% 정도 수준의 피해보상만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택배를 보내는 소비자들은 약관을 충분히 읽어보고 배송 물품이 분실되거나 훼손될 때 어떻게 피해보상이 되는지를 명확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금액은 운송장에 기재된 택배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가격이 기재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손해배상한도액 50만원 이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없으니 물품가격은 꼭 적어야 한다. 택배물의 가격에 따라 할증요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운송가액 구간별 운송물의 최고가액으로 정하는데 보통 9,000원이라고 한다.

택배물이 300만원을 초과하는 고가의 물품일 경우에는 택배취급이 금지된다. 택배회사에서 이를 분실했을 시에도 최고 배상액은 300만 원으로 그 이상의 보상은 어렵다.

한편, 택배 거래를 할 때에도 보험 등 금융거래와 마찬가지로 택배물 수거담당자가 소비자에게 약관을 반드시 설명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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