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질된 사외이사 제도와 버려진 대선공약 노동이사제

미국은 자발적으로 제도 마련, 전문경영인 많아 책임 분담 당연 김흥순l승인2019.04.04l수정2019.04.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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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권한 막강해 CEO 해임하기도

한국에선 지배주주가 경영권 행사, 사외이사는 인간방패막이 둘러리용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방만 경영 막을 수 있는 장치 반성 차원서 도입

2016년 금융권 사외이사들 지난해 법정근로기준 시간 기준 3주 정도 일

2016년 보수로 5천만 원 넘게 챙겨

2016년 시간당 급여 47만원( 2016년 최저임금 6천30원의 약 78배)

2015년 최저임금 5천580원의 84배

로비 업무방패용 사외이사들 일반 국민들 중 뽑게 해야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균연봉 6천만 원

 

김흥순 /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이 물 건너간 분위기다. 금융권 노동자들은 ‘노동이사제’보다 한 단계 낮은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금융개혁’을 외쳤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 사실상 돌아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개혁에 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이 요구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해 회사 경영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며, 노동자가 경영진을 감시·견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나 셀프연임 등도 ‘기득권’인 경영진의 부패와 전횡을 막을 제동장치가 없어 발생한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공공 금융기관엔 노동이사제를, 민간 금융기관에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 도입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 경영진은 “노동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경영권이 침해되고, 기업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리라며,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반대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생경제연구소는 22일 낸 공동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노동이사제’ 보다 한 단계 낮은 ‘노조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짚었다.

금융·시민사회계는 노동자 추천 이사제마저 좌절된다면, 금융권 부패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들은 “소수경영진의 막강한 권력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린 금융회사의 금융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성 있고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선임해 경영진을 감시․견제하고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대로 금융회사의 경영이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린다면 금융권의 부패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그 피해는 금융소비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IBK기업은행에 ‘노조 추천 이사제’라도 도입해야 하고, 다른 금융회사들도 이를 본보기 삼아 독립성 있는 사외이사를 선임해 투명한 경영과정을 확보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번 IBK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함으로써 공약 이행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여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1998년 2월 거래소는 상장 규정을 개정해서 상장회사에 대해 전체 이사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했다. 2000년에는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이를 법제화했다.

증권거래법에선 상장회사가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했고, 자산 2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회사는 전체 이사의 2분의 1 이상(최소 3명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2001년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회사도 반드시 사외이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2004년엔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자산 2조원 이상의 회사에서 사외이사 숫자를 이사회의 2분의1 이상에서 과반수로 높였다.

2014년 말 기준으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678곳의 이사회는 평균 5.73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사외이사는 39.1%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2004년에 비해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이 5.6%포인트 높아졌다.

사외이사도 모두 등기(登記)를 하고, 회사를 이끌어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의 본고장인 미국에선 사외이사의 역할이 막강하다. 최고경영자(CEO)를 해임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애플의 이사회가 1980년대 중반에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를 몰아냈던 것은 워낙 유명한 이야기다. 미국 대표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율은 80%에 달한다.

반강제적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한국과 달리 미국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마련했다. 얼핏 보면 CEO의 권한을 제한하는 사외이사 제도를 스스로 도입한 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전문경영인이 많은 미국에선 CEO들이 경영의 책임을 사외이사와 분담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주주들의 입장에서도 CEO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선 아직 지배주주가 대부분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주주가 선임하는 사외이사의 경영 감시 역할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지배주주가 경영의 책임을 나누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차이도 있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임직원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진행했던 일부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에게는 시간당 50여만 원의 고액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2조5000억 원가량 급감한 3조5천억 원이다.

올해 금융지주사 주주총회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 주요 안건은 사외이사 교체였다. 이번 슈퍼 주총시즌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금융권 최초 노동이사제 도입은 무산됐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한달가량 일하고 대기업 1년 평균 연봉보다 많이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총 보수를 활동시간으로 나눠 시급으로 환산하면, 평균 24만6천125원을 받았다.

각 금융지주의 '2018년 지주지배구조 및 보수체계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에 등재된 사외이사의 연간보수와 활동시간을 집계한 결과 KB금융 사외이사의 평균시급은 25만 9000원, 신한금융은 25만원, 하나금융은 21만3400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26만2천100원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장동우 사외이사가 무보수로 일한 것을 제외한 수치다.

장동우 사외이사를 포함하면, 20만5556원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평균 시급은 24만6천125원이었다.

개인별로 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KB금융의 한종수 사외이사가 400시간 근무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보수 역시도 9,500만원으로 1억 원에 육박했다.

각 사외이사들의 임기에 따라 활동시간이 다르지만, 1년 내내 만기 활동한 사외이사의 경우 보통 1년간 200~300시간을 일한 가운데, 평균 6000만~7000만원의 연봉을 가져갔다. 평균 직장인들이 주52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때, 한 달 안팎의 시간을 일한 셈이다. 하지만 연봉은 대기업 1년 치 평균연봉보다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임금근로 일자리별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소득은 488만원,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223만원으로 연봉으로 환산하면 각각 5856만원, 2899만원이었는데 대기업 평균임금보다도 많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2배가량인 셈이다.

사외이사들의 근무시간이 짧은 것은 대부분 다른 일을 하면서 겸직을 하는 특수직군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급으로 환산하면 고액연봉이다. 관건은 고액연봉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여부다.

실제로 사외이사들의 역할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춰 경영진과 대주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지적받아왔던 대로 지난해도 이사회 활동을 보면 거의 100% 가까운 만장일치를 보였다.

매년 사외이사들이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연봉에 대한 비판 역시 필수적으로 따라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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