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사∙정합의에 대한 시민단체의 평가와 제안

▲ 양건모 정의연대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출범이유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및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한 기본합의 도출이다. 논의과정 중 한국노총만 참여하여 노사정합의를 이루었다.

이번에 타결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의 주된 내용은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해고기준과 절차의 명확화’, ‘청년 고용 확대 노력’, ‘기간제 및 파견근로자 고용 안정과 규제 합리화’, ‘근로시간 적용 제외 제도의 개선’ 등이다.

1998년 IMF 이후 타결된 노사정 합의 이후 17년 만에 이루어진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정부의 입장과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일각의 입장은 첨예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론과 정부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반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 일각은 부정적이다. 일반해고제(쉬운 해고제)의 도입과 취업규칙불이익 변경 요건은 결국 해고 절차 완화를 위한 물꼬를 터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노총은 조직적으로 노사정합의를 수용했으나 만약 정부가 ‘충분한 협의’, ‘논의’라는 용어를 자의적 해석을 하여 일방적 추진을 할 경우 반대할 것이라고 입장표명을 하고 있다.

2014년 9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년여에 걸친 노사정 합의과정을 바라보며 시민단체도 의견을 밝힐 필요를 느꼈다. 이에 간단한 평가와 제안을 하려고 한다.

노∙사∙정 합의에 대한 평가

노∙사∙정 합의과정에서 노동시장의 안전성과 유연성을 함께 고민한 것은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반면, 관급공사 입찰방식을 최저가 낙찰제에서 종합심사 낙찰제로 변경한 부분은 중소기업 활성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부문별 중소기업들과 시민단체에서 다양한 입장을 들어 수정․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여러 평가가 있겠으나 여기서는 향후 노사정 과정에서 보완했으면 하는 문제점을 중심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개혁에 대한 참여주체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였다.

무언가 개혁한다고 할 때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사회자본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누군가가 손해를 보게 된다.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개혁에 대해서 반대를 할 수 밖에 없다. 개혁의 성공요건은 손해 보는 사람들을 얼마나 잘 설득해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8년의 노사정합의는 IMF라는 전국가적인 위기상황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노사정 합의 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독일과 네덜란드 역시 심각한 사회적 실업률이란 위기가 노사정 타결을 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었다. 하지만 2015년의 상황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노사정 특위구성을 전후하여 정부는 ‘2014년 경제성장률이 세계성장률 전망치보다 높고 경제전망이 밝다’고 전망하였다. 대기업들의 사내보유금은 10~20% 증가했다. 경제도 발전하고 기업도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의 이중구조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니 노동자들만 손해와 고통을 감수해야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2014년 9월에 구성된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가 출범당시 비정규직 문제, 임금구조 양극화와 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해소와 청년실업 극복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노동계에서는 그걸 빌미로 기존 노동자들에게 임금삭감과 해고의 고통을 전가하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충분히 들 만한 상황이다.

노사정 합의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독일의 예에서 보듯 3년 정도의 긴 시간동안 각계각층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마땅하다. 아니면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인 비정규직과 청년 대표들을 노사정 위원회에 참여시켜 같이 논의를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었다. 그도 아니라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청년실업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 사회의 발전이 힘들다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사전교육과 홍보를 1년 정도라도 했어야 했다. 우리 정부가 과연 하나라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든다.

둘째, 노동개혁을 위한 기득권층의 솔선수범이 부족했다.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자들의 더 나은 근로조건을 위해서 기존 정규직들이 일정부분 양보해야 될 부분이 분명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기 이전에 사회지도층 또는 기업들의 솔선수범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이 쌓여만 가는 사내 보유금의 일부를 소기업의 연구비 지원이나 안전장치 설비 지원 등의 활성화를 위해서 내놓았다면 사람들이 대기업에 대해서 반감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과 국회의원의 연봉을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만 하는 양상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유럽의 국회의원들만 하더라도 1인당 GDP의 1.5배 수준에서 연봉이 결정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봉은 1억 3천 7백만 원이니 무려 1인당 GDP의 4배에 육박하고 있다. 일부 예시이지만 기득권층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했다. 개혁을 위한 절차나 방법이 공정하다고 느낄 때라야 사회구성원들은 정부의 개혁을 믿고 수용할 마음을 가진다.

노∙사∙정 운영에 대한 제안

향후 노사정 운영과 관련하여 아래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노∙사∙정 합의는 약속한 내용대로 지켜져야 한다.

합의내용의 이해과정에 있어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호약속인 만큼 반드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어느 한 쪽이 합의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실제 기업현장에서 지켜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또한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노사정에 대한 불신감만 쌓이게 되고, 결국 향후 노사정은 어떤 합의 도출도 못하게 될 수 있다. 합의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하여 노사정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노사정위원회 안에 전문가와 노사정에 참여하는 이행점검단을 구성하는 것도 한 방편일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노사정위원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노∙사∙정을 노∙사∙민∙정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998년 1월 15일 노사정위원회를 출범시켜 1998년 2월 6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하였다. 2009년 2월 23일에는 노사정을 노사민정으로 바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문」을 체결한 바 있다. 지자체들 역시 노사민정 협의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정도 되는 상황에서 나머지 90%정도를 아우를 수 있도록 노사민정으로 조직을 확대·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논의 사안에 따라 청년, 중소기업, 여성, 실업자 등의 대표를 참여시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에 제안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우선 제도적 장치에 참여하여 정부정책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의결사항에도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노사정 합의가 이미 이루어지고 난 후에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힘들더라도 합의 전에 한국노총과 함께 산적한 노동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셋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거의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비정규직보다 3~4배의 임금을 받는다면 기업에서는 갈수록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늘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을 추진할 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인권문제로 세계인권선언에도 명시되어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요구할 경우, 독일이나 덴마크 같이 GDP를 기준으로 한 유럽의 임금체계 모형을 참고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산업별 공정한 임금체계 구축은 앞으로 15~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정규직들이 받고 있는 임금은 정년퇴직 때까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 고용된 노동자에게는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시키는 것이다. 한편 청년 실업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10~20년을 목표로 주당근무시간을 30~36시간으로 단축시킬 필요도 있다.

이번 노사정합의 이후 정부는 대통령의 제안으로 ‘청년희망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발표되자마자 기업과 노동자, 은행 등 각계각층에서 기부금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희망펀드에 기대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운영과 관련해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회의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운영위에 노사정을 대표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청년, 중소기업 관계자,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는 것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어렵게 조성되는 ‘청년희망펀드’인 만큼 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실제적인 이해당사자인 청년들과 중소기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말은 이미 10여 년째 해온 말이다. 또한 해결책 역시 10여 년째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오히려 커진 경향이 있다. 상대방만 양보하라고 하니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부분이다.

서로가 양보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신뢰는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17년 만에 어렵게 타결된 노사정 합의가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시금석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자료] -----------------------------

최저 낙찰제
노사정 합의에 "최저가 낙찰제의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하여 공공조달계약에 적용하고 있는 종합심사 적용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 한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 이 부분에 대해 중소기업, 소기업들에서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고 있고, 관할공무원인 조달청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최저가 낙찰제의 경우 100만원이면 30만원, 40만원 멋대로 최저가를 쓰는 게 아니고, 최저가가 87만원 정도(87.745%)로 하한선이 제도적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 ‘최저 낙찰제’라 해도 가격과 종합심사(능력, 자격 등) 점수를 모두 포함하여 결정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해 최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고, 조달청이 이러한 시스템을 20년 정도 유지하면서 투명성을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자랑할 만한 분야입니다.
☞ 그런데 평가자의 주관성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종합심사 적용대상을 늘리겠다는 것은, 그나마 어려운 중소기업이 낙찰될 가능성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현 제도의 문제점을 의견을 들어 수정, 보완하면 되는데 20년 이상 운영되어온 제도를 변경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이 합의 내용은 중소기업 활성화 정책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의 정책입니다. 이 제도를 잘못 건드릴 경우, 뇌물을 많이 줄 수 있는 큰 기업이나 돈 많은 기업과는 달이, 중소기업과 소기업 운영들이 상당정도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 학문적 연구에 의하면, 법이나 제도 변경은 제도변경으로 5배 이상의 효과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야 추진하고, 그 추진도 신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0년 동안 잘 운영된 제도를 당사자들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변경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 노사정 합의서에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했으니 부분별 중소기업/소기업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관계 소관부처인 조달청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 방향을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