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의적 도시’ 의 망령

양준호l승인2019.06.18l수정2019.06.1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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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기업주의적(entrepreneurialism) 도시’ 개념이 최근 진보적인 도시 연구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업주의적 도시’란, 지방자치단체와 흔히 ‘지역성장연합’으로 불리는 도시 내 여러 거버넌스 주체들이 기업과 자본의 이윤추구 활동을 아예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 도시정책 과제로 설정하여, 이를 통해 담보되는 기업과 자본의 이윤을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간주하는 도시를 말한다.

즉, 이 개념은 1970년대 이후 선진국 각 도시의 지자체가 시민이 필요로 하는 사회서비스나 공공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온 이른바 ‘관리주의적(managerialism)’ 도시개발과는 대립적인 것으로, 도시의 주인인 시민보다 도시가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자본이 필요로 하는 제도적·정책적 지원과 공공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도시개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맑스주의 도시연구의 세계적 거장인 데이비드 하비는, 이와 같은 지자체의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특징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첫째,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은 기업의 자본축적에 불가결한 공간을 제공하는 정책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정책적 과정에서 지자체의 공권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이른바 ‘관민 파트너십’으로 그 전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둘째, 이러한 ‘관민 파트너십’을 활용한 도시개발은 합리적으로 계획ㆍ조정된 것과는 달리, 그 설계와 집행 과정이 지극히 투기적일 수밖에 없고 또 이와 같은 투기에 의해 많은 문제가 초래되면서 리스크가 늘 상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결국 하비의 논의에 따르면,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은 도시에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과 자본에 이미 사회적으로 형성된 평균 수준을 넘는 이윤, 즉 ‘투기적인’ 초과이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지자체가 지역의 ‘성장연합’을 동원해 제도적·정책적으로 보증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에 다름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도시개발은 시종일관 투기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당연히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가지며, 또 여러 문제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 초과이윤은 생산적인 연구개발(R&D)사업보다는 부동산 개발 부문에서나 챙길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국 금융자본에 얽힌 부동산업자의 전략적 투기의 무대로 전락해버리지 않았는가.

또, 지자체의 집요한 기업주의에 매력을 느끼며 유입된 외부 기업과 자본이 건전한 산업 부문에 뛰어 들어 맨 처음에는 초과이윤을 손에 넣었다 하더라도, 이들의 초과이윤 만들기의 노하우가 다른 기업과 자본에 전수되면 효율적이지 못한 경쟁자가 시장에서 퇴출됨에 따라, 초과이윤은 감소하거나 소멸될 수밖에 없다.

역설적이게도,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은 자기의 속성에 의해 자기의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약화하게 되는,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도시정책인 것이다.

또, 바로 이 때문에 그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기업주의적 도시개발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송도에 초과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 자본과 기업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항 재개발 등, 내가 살고 있는 인천만 해도 크고 굵직한 도시개발 사업이 예정돼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집 있는 사람들 집 고쳐준다는 이른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지점에서 또 다시 ‘기업주의’가 전면에 나선다면, 도시의 공공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개발 그 자체의 지속가능성 마저 담보할 수 없게 됨을 인식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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