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국 쓰레기 수출과 쓰레기 산

국민들도 쓰레기 생산보다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과소비를 자제해야 김흥순l승인2019.07.01l수정2019.07.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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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한국 국격을 떨어뜨린 사건중 하나가, 쓰레기 수출과 오명을 떨친 경북 의성군 ‘쓰레기 산’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세계의 쓰레기통으로 전락한 중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조명한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왕구량 감독, 2016)의 장면을 보면 적나라하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이 플라스틱 쓰레기가 둥둥 떠 있는 구정물로 아무렇지 않게 세수를 하고, 장난감인지 실제 사용했던 의료용품인지 모를 주사기 안에 정체불명의 액체를 채워 가지고 논다. 쓰레기를 태우며 발생하는 유독가스와 악취는 마을 전체에 어둡게 내려앉은 가난과 함께 깊게 배어든 일상이다.

영화 상영 이후 중국 사회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결국 중국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환경오염을 막고 국민의 보건 수준을 향상한다는 이유로 폐플라스틱 등 각종 폐기물에 대한 수입 금지를 단행했다.

그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은 크다. 세계는 즉각 '쓰레기 쇼크'에 휩싸였다.

지난 30년간 미국, 일본 및 영국과 같은 세계 최대 폐플라스틱 배출국에서 약 1억6800만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영국만 하더라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수출한 플라스틱의 65퍼센트가 중국으로 갔다. 상당량의 폐플라스틱을 중국에 수출하던 우리나라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선진국이 수출이라는 명분으로 개발도상국에 처치 곤란한 유해폐기물을 떠넘기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협약이 바로 1992년에 발효된 바젤 협약이다.

한국도 1994년에 가입해 규제를 받고 있다.

바젤 협약 당사국은 부속서에 명시된 '유해폐기물(부속서Ⅰ)'과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폐기물(부속서Ⅱ)'의 수입 금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예외적인 상황에서 국가 간 이동을 하는 경우 경유수입국에 사전에 반드시 통보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불법 거래되었을 경우 원상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폐플라스틱은 그동안 바젤협약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6월, 노르웨이는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폐기물(부속서Ⅱ)'에 폐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개정안은 주로 개발도상국인 수입국이 사전 통보 절차를 통해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리와 처리하기 어려운 오염이 혼합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수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한다.

세계 각지에서 이를 지지하는 거센 물결이 일었고 결국 지난 5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바젤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87개국의 대표들이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통제하는 바젤 협약의 규제 대상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하기로 했다.

앞으로 수출업자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운송하기 전에 반드시 수입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로써 개발도상국들은 원치 않는 폐플라스틱을 어떠한 사전 고지도 받지 못한 채 자국에 떠안는 것을 거부할 권리를 갖게 되었다.

한국은 이 상황에서 쓰레기 배출, 플라스틱 최대 소비국가, 쓰레기 수출국가라는 이미지를 이어 받았다.

필리핀에 수출했다가 평택항에 들여온 쓰레기는 한국이 퇴적장을 지어준다고 했으나 필리핀이 도로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했고, 지난 3월 미국 CNN 방송은 경북 의성군에 방치된 거대한 '쓰레기 산' 문제를 보도하며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킬로그램으로 세계 최대 수준인 데 비해 폐기물 정책은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의성군의 한 폐기물처리장에는 폐기물 재활용업체인 '한국환경산업개발'이 들여온 폐기물 17만3000여 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2014년부터 방치돼 높이 10미터 규모로 쌓인 이 쓰레기 산은 악취와 화재로 인한 연기, 폐수 발생 등의 환경오염 문제로 오랜 기간 지역주민들을 괴롭혀왔다.

높이 10m의 말굽형 모양으로 쌓인 쓰레기 17만3000여t이 6월 21일부터 재처리되는 중이다.

비용은 정확하진 않지만 어림잡아 쓰레기 선별과 소각에 150억원, 부대시설과 환경보존까지 감안하면 300억원은 거뜬히 넘을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장마가 시작됐으니 당장 집수탱크와 완충 저류시설, 쓰레기토사 매립시설이 필요한 터다. 환경부 조사로는 전국의 크고 작은 쓰레기 산은 235곳이고 양으로는 120만t이다.

처리 비용은 전량 소각할 경우 최소 3600억 원으로 추산됐다. 환경부가 연내 처리를 장담했는데 현재 20% 정도 처리된 모양이다.

몰래 버려진 쓰레기는 눈에 보이는 쓰레기 산에 그치지 않는다.

의성 쓰레기 산을 계기로 환경부가 실태조사를 했더니 전국 235곳에 120만t이 불법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환경부가 조사한 것보다 훨씬 많은 200만t의 쓰레기가 방치돼 있어서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란 ‘미션 임파서블’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전국에 쓰레기 산이 생긴 것은 세 가지 원인으로 요약된다.

첫째, 중국이 지난해부터 ‘폐기물 수입 금지’를 선언하면서부터다. 해외로 내보내던 물량이 국내에 급속하게 쌓이게 된 것이 한 원인이다. 

둘째,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부터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이어 오던 ‘고형연료(SRF)’를 쓰는 열병합발전소의 문이 닫히면서다. 정부가 환경문제를 내세워 돌연 SRF를 장려 대상에서 규제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셋째, 폐기물 배출 물량 자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필리핀에 불법 수출됐다가 물의를 일으켰던 평택항 부두의 쓰레기 4666t을 이달 초 처리 완료했다. 이 쓰레기처럼 컨테이너, 창고 등에 감춰진 쓰레기도 상당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정부는 불법 매립된 쓰레기 문제에 강한 법을 적용시키지 않고 있다.

야외로 나가보면 ‘쓰레기 밭’이 꽤 보인다.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경찰 수사로 적발되는 쓰레기 불법 매립 사건들을 보면 사건 당 쓰레기가 수천~수만t에 이른다. 조직적인 데다 부당이득도 수십억 원이고 매립도 수개월간 전국 여러 곳에서 은밀히 이뤄진다.

적발도 쉽지 않지만 쓰레기를 다시 처리하는 비용이나 시간도 엄청나다. 정부가 이에 대한 가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폐기물처리업계 주장으론 몰래 버려진 쓰레기양은 200만t이 넘는다.

지금의 쓰레기 배출량과 분리처리 용량을 개선하지 않고선 의성군 쓰레기 산도 연내 처리가 어렵다는 전망이다.

쓰레기 처리의 동맥경화는 오래됐고, 생활·사업장·건설 폐기물 발생량은 증가하고 있다. 2008년 하루 평균 35만9296t에서 2017년 41만4626t으로 5만5330t 늘었다.

같은 기간 폐기물 소각시설은 952개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의 배출 기준 강화 등 때문에 395개로 급감했다. 한때 ‘신재생에너지’로 우대받던 고형폐기물연료(SRF)가 환경오염 원인물질로 천대받는 것과 이로 인한 SRF 열병합발전소의 가동 위축도 한 몫 한다.

쓰레기 분리처리의 풍선효과가 계속되는 한 쓰레기 산과 쓰레기 밭은 어디선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쓰레기 배출원부터 재활용과 처리까지 종합적인 체계를 서둘러 확립하고 엄격히 관리하고 불법원인 제공자는 강력하게 처단해야 한다.

국민들도 쓰레기 생산보다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과소비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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