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In] 답동성당 평신도회의 농성장 침탈사건

“인천교구, 문제 해결에 평신도 앞세워서는 안 돼... 이제 최기산 주교가 나서야” 강창대l승인2015.12.20l수정2017.04.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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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의 ‘가짜환자 유치 사건’과 연이어 발생한 인천성모병원의 ‘집단 괴롭힘 사건’은 뒷걸음질만 칠 뿐 아무런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민사회가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시작한 릴레이 단식농성이 세 달여가 되도록 두 병원을 비롯해 이곳을 관할하는 천주교 인천교구(이하 인천교구)조차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교구와 답동성당이 한때 민주화의 성지로 추앙됐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 지난 9월 2일,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가 인천성모병원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며 답동성당 앞에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화운동의 산역사 ‘답동성당’
매년 노동절을 즈음하여 인천교구는 노동자 주일을 정해 이를 기념한다. 인천교구는 올해 노동자 주일을 맞아 1960년대 강화도에서 발생한 ‘강화 직물 노동자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사건 당시 한국 주교단이 ‘사회 정의와 노동자 권익 옹호를 위한 공동 성명서’를 발표한 일은 한국교회가 노동자와 연대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올해 인천교구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강화의 사건 현장에 기념비와 조각상을 세웠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이를 축복하기 위해 지난 5월 10일 강화를 방문하기도 했다.

인천 답동성당은 지역 민주화운동의 산역사와도 같다. 지역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었을 뿐만 아니라 답동성당에 봉직하는 성직자가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기까지 했었다. 2014년 12월 23일 향년 85세의 나이로 선종한 시노트 신부(한국명 진필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1975년 4월 9일 여덟 명의 무고한 이들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했던 인혁당사건에 항의하다 강제추방을 당해야 했었다.

인천교구장인 최기산 주교 역시 매년 노동자 주일 담화를 통해 한국의 노동문제에 적극적인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4월 27일, 제13회 노동자 주일을 맞아 최 주교는 담화에서 “노동의 위기에 대해 교회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 예수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사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향한 투신과 연대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 주교의 이러한 면면과 답동성당의 역사적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지금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민주화의 성지에서 내쫓기는 노동자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지부 지부장 홍명옥 씨는 12월 16일부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사건 발생 후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가 갖은 방법으로 병원 측에 대화와 사태 해결을 촉구했지만 두 병원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이들의 호소는 두 병원의 운영주체인 인천교구로 향했다. 하지만 인천교구와 최기산 주교 역시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 12월 16일 오전 10시,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는 인천성모병원지부 홍명옥 지부장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단식농성 돌입 전인 12월 15일 저녁, 홍 씨와 인천시민사회 몇몇 인사들은 노숙농성이라도 하겠다며 답동성당 앞에 천막을 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인천교구 관계자들의 냉대와 박대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대하는 교회의 태도란 말 그대로 거대한 벽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홍명옥 씨는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단식농성을 결행하기에 이르렀다.

12월 16일 오전 10시,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는 홍명옥 씨의 무기한 단식농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탄절에 임박한 시점에, 그것도 인천교구청과 답동성당이 있는 자리에서 단식농성 돌입을 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성탄절과 천주교, 성당이라는 단어는 통상 사랑과 치유, 뉘우침, 보살핌 등과 같은 종교적인 표상과 닿아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성당 입구로 향하는 언덕길 중간에 위치한 가톨릭회관 입구에 신자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 한 무리가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신앙인들은 이 사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신도들이신가요?”
“네, 어디 기자에요?”
“개미뉴스라는 작은 매체에서 나왔어요. 기자회견을 죽 지켜보셨는데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당장 철수했으면 좋겠어요.”
“네? 저분들은 나름의 고통을 호소하고 계시는 거잖아요. 신앙인으로서 심정이 남다르지 않나요?”
“그런 답답한 사정은 알겠는데,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에요. 병원 문제는 병원에 가서 해야지 왜 여기 신도들 불편하게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최기산 주교님께 면담을 요청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건 가톨릭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에요. 가톨릭은 철저하게 자치적이고 분권화돼 있어요. 병원 문제는 병원장과 대화해야지 주교님이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여기 신도들도 볼 때마다 괜히 불편하기만하고. 철수했으면 좋겠어요.”

의외의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들에게는 누군가의 고통과 간절한 요구보다 ‘불편함’이 더욱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물론, 그 불편함이란 단순히 교통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기자회견이 있던 그날 저녁, 단식농성장에 한 통의 공문이 전달됐다. 공문의 내용은 답동성당의 ‘평신도 협의회’의 명의로 된 것이었다. 평신도 협의회는 공문을 통해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가 교회의 시설을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고, 그래서 사고의 위험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저녁 7시까지 철수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신자들의 안전을 위해 철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리 집에서 나가라”
하루 전부터 불기 시작한 찬바람은 어느새 매서운 칼바람으로 변해 있었다. 농성장에는 바람을 막기 위해 파라솔을 세우고 비닐을 달아 늘어뜨려 놓았다. 이렇게 준비된 간이 천막 안에는 노조지부장 홍명옥 씨와 노조 및 인천시민대책위 관계자 여성 세 명이 두툼한 옷과 이불로 무장하고 앉아있었다. 

평신도 협의회 신도들이 들이닥친 것은 저녁 7시를 조금 넘긴 무렵이었다. 이들 가운데에는 이날 오전에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신도들도 눈에 띄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홍 씨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철거를 주장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사고의 위험이었다. 이곳을 왕래하는 4천여 명의 답동성당 신도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한편에서는 답동성당과 천주교의 위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그들은 병원 문제는 병원장과 풀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철수를 요구했다. 이윽고 침묵을 지키던 홍명옥 씨가 입을 열었다. 홍 씨의 항변을 정리해 옮기면 다음과 같다.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면 대화를 해야 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저희가 요구한 것은 딱 한 가지입니다. 대화합시다, 만나주세요. 하지만 아무도 만나주지도 않았고 대화도 거부했어요. 그러면 병원을 경영하는 원장님을 파견하신 주교님께 간청할 수밖에 없잖아요? 인천교구는 인천성모병원의 재단입니다. 갈등의 당사자끼리 해결이 안 되니, 지금 9개월째 병원 재단의 이사장이신 주교님께 면담을 간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주교님도 만나주시지 않고 있어요.”

홍 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도들은 더 들을 얘기가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농성장 간이천막 철거에 들어갔다. 그들의 손에는 산업용 커터칼이 들려 있었다. 그들은 칼로 비닐천막을 고정한 끈을 끊고 비닐을 걷어냈다. 커터칼은 농성자들의 머리 위에서도 아슬아슬한 춤을 췄다. 신도들은 벽에 압정으로 고정돼 있던 선전물도 걷어냈다. 압정이 튀어나와 농성자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누군가 사람이 다칠 수 있다며 경고했지만 그들의 행동은 단호했다.

▲ 산업용 커터칼을 사용해 비닐 천막을 철거하는 모습

비닐천막과 현수막이 뜯겨나갔지만 농성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신도들은 농성자들이 덮고 있는 침낭과 담요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칼바람이 매섭게 부는 밤을 견디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 담요와 침낭을 지키기 위해 농성자들과 신도 간에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우악스러운 남자 신도들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농성장에 함께 있던 몇몇 관계자들이 신도들의 냉혹한 처사에 항의하자 신도들은 그들을 농성장에서 멀리 밀어내며 “이곳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어느새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농성자들은 신도들의 신앙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또 누군가는 신도들의 행동을 만류하며 “교황께서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하셨잖아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신도들은 아무 얘기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농성자들의 집기를 한쪽으로 치우며 “우리 집에서 나가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단호하고 차가운 그들의 태도는 그간 교회가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에 보여준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만일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가 인천교구청이 있는 답동성당 입구를 농성장으로 택한 이유는 국제성모병원과 인천성모병원 두 곳 모두 인천교구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시민사회 모두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아홉 달 동안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심지어 지난 9월 7일에 보건의료노조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면담하겠다며 로마 바티칸으로 원정투쟁을 떠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인천교구가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인천교구는 “법적 결과를 보고 그에 따라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천성모병원의 ‘집단 괴롭힘’에 대해서도 노사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방관해 왔다. 더구나 상황은 보건의료노조와 인천시민대책위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국제성모병원의 가짜환자유치 사건은 경찰조사에서 상당한 규모로 확인됐음에도 검찰의 수사에서는 그 결과가 축소되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 인천성모병원의 ‘집단 괴롭힘 사건’ 역시 인권위에 진정됐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각하됐다. 인천교구는 이로써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천교구가 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유가 그게 전부라면 ‘비겁한 변명’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세속적인 법과 제도로 실체적 진실을 재단해버린다면 교회가 서야 할 곳은 과연 어디란 말인가.

▲ 착한 사마리아인(보라색 점퍼)의 등장. 그는 단식 농성자들을 내쫓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옳지 않다며 평신도 협의회의 철거를 만류했다. 하지만 신도들은 그가 답동성당의 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참견하지 말라며 내몰았다.

많은 사제와 승려, 목사 등이 교도소를 찾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곳의 수감자들은 법에 의해 범죄자로 규정된 사람들이다. 더러는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한 흉악범죄자도 있다. 법이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더라도 종교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냉혹하게 세상의 가장자리로 유배된 이들에게조차 종교는 최후의 안식처가 된다. 성직에 몸담은 이들이 그 길을 가지 않는다면 누가 절대자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해 신도들이 느끼는 ‘불편함’의 속뜻을 헤아려 보면 당혹스럽다. 답동성당 ‘평신도 협의회’가 농성장 철거를 주장하며 내놓은 표면적인 이유는 교통상의 문제와 신도들의 안전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농성장 철거를 단행하며 내뱉던 말에서 ‘불편함’의 의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그들은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외치거나 농성이 교회의 위신과 선교활동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결국, 농성자들은 교회가 품어야 할 '약자'가 아니라 성가신 이방인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천교구는 평신도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그 행위가 교회를 위하는 신심에서 비롯된 자발적인 행동이었을지라도 그것은 가톨릭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따라서 교회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갖는 사제, 누구보다도 최기산 주교가 앞장을 서야 한다. 그리고 훼손된 가톨릭 정신을 바로 세우고 답동성당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지켜야 한다. 또한, 매해 노동자 주일에 발표됐던 담화문을 실천함으로써 노동자를 향한 신의 정의와 사랑이 살아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 답동성당 평신도 협의회에 의해 철거된 농성장의 집기와 선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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