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검찰개혁 과제 "검찰의 기소편의주의 견제장치 우선 복원돼야"

노무현 정부 하에서 통과된 개정형사소송법이, 노무현의 발목을 잡았다! 최자영l승인2020.04.17l수정2020.04.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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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정의연대 적폐청산위원장

검찰의 횡포를 더욱 조장하는 법이 노무현 정부 하에서 통과된 것은 하나의 역설이다. 영장청구권 독점에다 기소독점권, 기소편의주의(기소 여부를 검찰이 고무줄 잣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등 막강한 검찰조직의 권력에 대해, 마지막 견제 장치의 빗장을 푼 것은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다.

노무현 임기 마지막 해, 2007년 개정형사소송법 262조(제3항, 제4항)에 신설된 조항에 의해, 검찰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에 대한 최후의 보루로서의 견제장치가 완전히 제거되었다.

그것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내는 재정신청의 심리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것, 동시에 재정신청 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하고, 그 때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헌법소원을 이후에는 못하도록 금지한 것이다.

노무현이 권좌에 있을 때 통과된 법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데 기여했고, 결국 그는 검찰의 손에 의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이런 조항이 통과되는 줄도 몰랐거나, 그 파생적 효과로서 오늘날의 정치검찰 공화국 같은 사태가 도래할 것이란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 확실하다.

스스로 선량했던 탓에,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칼날같이 잘못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그는 간과했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은 선량한 변호사 아저씨였을 뿐, 권력의 배반적 속성을 간파한 영악한 정치가가 아니었다.

개정형사소송법에서 재정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하고 헌법소원의 길을 막았다.

2007년,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에 통과된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재정신청 절차에 관련하여 전에 없던 독소조항이 신설되었다. “재정신청사건의 심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개하지 않도록”(제262조 제3항) 한 것이다.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해 불복하여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는데, 어떤 근거에서 재정신청 사건의 심리를 한 것인지를 원칙적으로 공개하지 않도록 한 이 조항은, 이 법의 효력이 발생한 2008년 이후 검사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을 더욱 부추기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했다.

그뿐 아니다. 같은 개정법에서 “재정신청의 관할법원을 고등법원으로 조정하고, 재정신청인의 재정결정에 대한 불복을 금지(제262조 제4항)"하도록 했다. 그 전에는 재정 결정에 불복하여 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원을 할 수가 있었으나, 개정형사소송법에 의해 그 길을 막아버렸다.

2007년 개정형사소송법에서 그 심리 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깜깜이’ 재정 절차는 마침내,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하는 헛껍데기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또 재정 결정에 불복하지도 못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검사의 자의적 불기소처분을 더욱 조장했고, 마침내 오늘날 사법적폐를 초래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놀랍게도 이런 법의 개악이 그 개정이유에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르고, 실로 악마는 ‘디테일(섬세한 곳)’에 있다.

사실 검찰권력에 대한 견제장치의 제거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반(反)민주적 사법권력 횡포는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질 때 헌법재판소에 대한 재판소원을 금지하는 데서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재판소원 금지 규정을 삽입한 것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었다.

1987년 당시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은, 헌법재판소법에서 재판소원을 제외하자는 입장이었고, 야 3당은 재판소원을 제외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는 양 법률안을 심의하기 위해 법률심사소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소위원회는 7월 22일 밤 여당과 야당의 법안을 모두 폐기하고 자체의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때 재판소원을 배제하는 예외 규정이 삽입되었다. 얼마나 급하게 끼어들었는지 국회 속기록과 관련 기록 어디에도 이날 밤의 진행 경과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한다.

이날 밤 사생아로 은밀히 태어난 이 법안은, 세상 사람들이 미처 깨닫기도 전인 바로 다음 날, 7월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태생 자체가 정파 간의 은밀하고 달콤한 불륜과 로비의 소산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민중들로서는 백주 대낮(따지고 보면 한밤중)에 자신들의 권리구제를 위한 강력한 무기 하나를 ‘네다바이’ 당한 셈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그 후, 수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법의 재판소원 금지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위헌소원이 제기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런 금지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곤 했다.

그 이유는 “법치국가에서도 완벽한 권리구제제도란 있을 수 없고, 최종심급에 의한 권리침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침해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안전장치는 법치국가적으로 불가피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능한 것도 아니다.”(96헌마172)라는 취지였다.

그러니 한국의 민초는 “최종심급(대법원)에 의한 권리침해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는 곳”, 또 그 “침해가능성에 대한 또 다른 안전장치가 법치국가적으로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가능한 것도 아닌”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라! 이렇듯 정의의 구현을 궁극적으로 포기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의해 민초들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셈이다.

재정결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2007년은 재판소원을 금지한 1987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때이다. 세월이 흐르고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서 법이 더욱 열악해졌다. 세월이 간다고, ‘진보’ 정권 들어섰다고 그냥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 ‘진보’ 정권하에서 한눈팔고 있는 사이에 검사 권력의 횡포를 더 조장하는 법의 개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금지와 함께 고등법원의 재정 결정에 대한 불복 금지 및 헌법소원 금지로 인해 사법 권력은 통째로 파리와 구더기가 득실거리는 비리 배태의 온상이 되었다. 노무현은 결국 그 검찰의 손에 의해 죽음의 골짜기로 들어서게 된다.

4.15 총선에서 190석에 이르는 범여권의 탄생되었으며, 민주당은 맘만 먹으면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여 어떤 법이라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위한 수많은 법들이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하나 우선 급한 것이 검찰의 기소편의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어진 헌법재판소법의 재판소원 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형사소송법에서 제한하고 있는 재정신청 불복 금지 조항을 우선 철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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