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 속에 깃든 사상

김흥순l승인2020.05.05l수정2020.05.0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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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사회복지학 사전에 어린이날을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날은 처음에는 노동절과 같은 5월 1일이었다. 3·1운동이 계기가 되어, 소파 방정환을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불어넣고자 전개된 것이 바로 어린이날이 됐다.

1927년부터는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바꾸어 행사를 치렀는데. 1939년 일제의 억압으로 행사는 중단되었고, 광복 후인 1946년 다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게 되었다. 어린이 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의 일대기와 그의 사상이 깃든 날이다.

한울님처럼’ 동학사상에서 비롯된 소년운동

사람들은, 당연히 어린이는 어른들의 보살핌과 배려를 받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대체로 그렇게 아이들을 대우한다.

그러나,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시기까지 어린이는 약한 존재,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에 지나지 않았으며, 흔히 천대받고 학대 받는 대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1860년 최제우에 의해 창시된 동학(1905년 3대 교주 손병희에 의해 천도교로 변경)사상은, 당시로선 매우 혁명적이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즉 인내천(人乃天)으로 축약되는 천도교의 평등사상에서는 어린이도 곧 하늘이었으며, 아동애호 사상은 방정환의 독자적 작품이 아니라 동학사상의 교리를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정환은 부친이 독실한 천도교도로 알려져 있으며, 이 때문에 본인도 자연스레 천도교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방정환은 천도교청년회의 일원이자, 교주 손병희의 셋째 사위이기도 했다.

방정환은 소년운동협회인 색동회를 창립했으며, 어린이를 위한 많은 동화를 짓는 작가였다. 그밖에 세계아동예술전람회 같은 예술문화운동은 물론 어린이 인권선언, 소년 지도자 대회, 어린이날 제정 등에도 앞장섰다.

“학대 받고, 짓밟히고, 차고, 어두운 속에서 우리처럼 또 자라는 불쌍한 어린 영들을 위하여, 그윽히 동정하고 아끼는 사랑의 첫 선물로 나는 이 책을 짰습니다.” (방정환. <사랑의 선물> 머리말. 개벽사 1922년)

일본 유학 중 접한 마르크스 사상

방정환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인식과 반(反)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상반된 평가가 있다. 방정환은 1920년부터 3년간 일본 동경에서 유학했으며, 이때 마르크스 사상을 접하게 된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전 세계의 청년지식인들에게 마르크시즘은 큰 관심거리였다. 그래서 20대 초반의 방정환이 마르크시즘을 공부한 것은 당시로선 사실 자연스러운 세태였다.

방정환은 1921년 천도교에서 발행한 잡지 ‘개벽’에 일본의 유명한 사회주의자 사카이 토시히코의 글을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발표한 ‘은파리’와 같은 창작물에도 사회주의적 영향이 많이 드러난다고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염희경. “소파 방정환과 사회주의”. ‘아침햇살’ 2000년 봄호, 원종찬. “‘방정환’과 방정환”. ‘문학과 교육’ 2001년 여름호).

만민평등이라는 측면에서 천도교와 사회주의의 공통성 때문에 방정환이 사회주의사상에 호의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의 사상적 뿌리는 어디까지나 천도교이며 사회주의에 완전히 경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중반 무산계급 소년운동단체 오월회(五月會)가 방정환 중심의 '소년운동협회'에서 독립하는데, 이것 때문에 방정환이 ‘마르크주의자들과 대립한 민족주의자’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방정환은 계급주의 아동문학가들의 작품을 잡지 ‘어린이’에 수록했다(염희경. “소파 방정환과 사회주의”. ‘아침햇살’ 2000년 봄호)

현대인들이 당연한 듯 누리고 있는 것들 가운데엔,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당연하지 않았던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것을 누리게 되기까지 수많은 선구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엄혹한 시기에 혁신적 사상조류를 폭넓게 수용하고, 그것을 대중적 실천으로 연결한 방정환의 삶을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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