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란 무엇인가?

이승무l승인2020.06.13l수정2020.06.1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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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경제에 대하여 조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면, ‘순환’이 경제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므로 왜 굳이 경제 앞에 순환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지를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사실상 살아 있는 것들은 다 순환운동을 하며, 꼭 살아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지구상, 아니 우주의 모든 것은 무한의 시간으로 보면 모두 유전(流轉)한다. 경제 역시 살아 있는 사람들이 이루어 가는 것으로서 그 안에서 돈과 사람과 물자가 흐른다.

흔히 사람들은 이러한 경제의 흐름에서 비껴 서서 고립되면 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많은 걱정을 하고 노력을 한다. 돈이 흐르는 통로에 있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경제당국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생산활동이 위축된다고 생각하여 돈이 돌게 만드는 금융(金融)을 중요시한다. 어떤 사람은 融자를 아주 흉측하게 풀이해 놓았다.

融(녹을 융)은 鬲(솥 격)과 虫(벌레 훼)의 조합이다. 鬲은 갑골문에서 보듯이 얇은 주둥이를 가진 솥이다. 虫(훼)는 뱀이 똬리를 튼 모양으로 벌레를 뜻한다. 그래서 融은 솥에 있는 음식이 썩어 녹아서 벌레가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그래서 '녹다, 섞이다'는 뜻이 파생되었다. 김점식 기자, 2009, 오마이뉴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융’이 융화하고 스무스하게 잘 흐르는 것이라고 좋게 해석한다.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이 경제에 탁월한 적성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사람들은 정보와 소식에 민감해서 그 흐름에서도 소외되지 않으려고 스마트폰을 하나씩 들고 다닌다. 소식을 받아들이고 또 전파하는 일을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사람들은 흐름과 순환에 굉장히 민감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순환경제라는 개념이 별로 새로울 것도 없고, 절실히 필요할 것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인간 사회를 개인들의 집합이 아닌 독자적인 생명을 가진 유기체라고 생각한다면, 그 안에서 순환의 의미는 조금 달라진다.

개개인들은 경제에서 제외되거나 고립되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자기의 타고난 역할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생긴 모습대로 살아가기만 하면 된다. 몸을 이루는 개개의 세포들이 먹고 살 것을 걱정해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몸에서 순환이 잘 안 되면 병이 들 듯이, 사회경제도 순환을 방해하는 것 때문에 병이 든다. 암세포가 무한증식하면서 정상적인 세포들을 억누르고 몸 전체를 지배하여 몸을 죽게 만드는 것처럼, 경제 안에도 그런 요소가 있다.

내가 가진 순환경제라는 개념은, 자생적인 경제의 생명력과 건강성이 있다고 보며, 국가제도와 관료기구, 자본시장 같은 것들이 자생력 있는 풀뿌리 경제를 억누르는 것들이라고 해석한다는 점에서, 프루동과 크로포트킨의 무정부주의 사상으로 소급된다.

순환경제(Kreislaufwirtschaft)라는 말은, 독일에서 “순환경제 및 친환경적 폐기물처리 촉진법”이라는 법령이 1994년에 제정되면서 알려졌고, 중국에서 순환경제라는 용어를 도입하여 2000년대부터 친환경적인 경제성장 계획을 모색하다가, 2008년도에 “순환경제촉진법”이라는 법령이 제정되었다. 일본에서도 “순환형사회형성추진기본법”이라는 법령이 2000년도에 제정되었다.

이처럼 “순환형 사회” 또는 “순환경제”라는 말은 자원순환, 폐기물분야에서는 많이 알려져 있다.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쓰레기 제로 도시” 만들기 같은 운동을 한다. 이는 소각장 반대운동에서 나왔다. 세계적인 소각장 폐쇄운동 단체가 GAIA이다. 소각장 건설은 도시 중심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에서 쓰레기가 양산된 것, 건설자본과 부패한 정치, 관료기구에 의한 도시개발, 마찬가지로 건설자본과 지방자치의 결탁에 의한 과도한 규모의 쓰레기 처리시설 설치 등의 문제가 집약된 것이다.

순환경제연구소도 “쓰레기 제로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쓰레기가 양산되어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이 자꾸 늘어나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누구나 좋지 않게 생각할 것이다.

이런 쓰레기 문제는, 작게는 우리의 가정과 사무실에서 우리가 습관적으로 고쳐야 할 것들로부터, 크게는 지구촌의 산업혁명과 제국주의의 식민지 개척 시대부터 내려오는 자원수탈과 이에 의한 제3세계 주민들의 삶의 터전 황폐화 문제까지 자본주의 문명의 아킬레스 건이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생각할 때 순환을 늘 생각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인들이 가진 관념에서 자원이 이처럼 일방적으로 수탈되어 결국 쓰레기로 되는 일방적 흐름이라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희박하다.

K. 맑스와 카우츠키는, 도시와 농촌의 분리가 유기물질의 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것이 도시의 하천오염 등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농촌의 지력을 고갈시킨다는 것을 19세기부터 지적했다.

농촌에서는 물질순환의 지역공동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지역화폐를 중요한 요소로 삼는다. 지역화폐가 지역에서의 긴밀한 순환을 이루게 해 준다.(달러와 비슷한 소리가 나는 중세 독일의 돈 Taler는 어느 어느 지역(Tal: 골짜기)에서 만들었다는 지역명이 앞에 붙어 있었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는, 국가권력 그 자체의 기둥이 된다. 기본적으로 한국경제는 달러화에 의존해 있다. 달러가 있어야 식량과 에너지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도 자립이 되지 않으며, 화폐에 의존해 있다. 대도시에는 화폐를 모으는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서, 별로 가치 있는 일은 하지 않는다. 화폐를 가지고 땅에서 생산된 물자들을 수탈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달러화를 마구 찍어 내면서도 달러화에 대한 공신력을 유지하려고, 전 세계의 자원과 에너지를 무력을 동원하여 확보한다. 이처럼 국가에서 찍어내는 화폐는 기본적으로 순환을 방해하고, 금융은 이를 증폭시킨다.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보통 3R을 많이 이야기한다. 원천적 사용량 절감(Reduce), 재사용(Reuse) 그리고 재생(Recycle)을 함께 언급할 때 쓰는 말이다. 산업에서도 에너지와 원료를 적게 투입해도 되는 공정개선 기술이 가장 환영을 받는다.

재활용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맥산업이라고 해서 “재생” 부문에 종사하는 것이고 이 분들은 대량생산, 대량소비 같은 문제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환경문제에도 사실상 관심이 없고, 개중에는 자신의 환경을 악화시키는데 대해서도 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에너지와 자원이 점점 더 귀해지면, 재활용은 자연히 각광을 받는 업종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대기업들은 손도 안 댔던 분야인데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순환경제 연구소는 재활용을 더 육성하라고 강조하지 않으며, 환경을 보호하고 근로환경을 쾌적하게 해 가면서 재활용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오히려, 이 분야에서 사람들이 별로 다루지 않는 부분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조장하는 경제 시스템 자체를 문제로 한다. 그래서 교육과 노동, 직장인들의 근무 문화, 산업 문명 같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쓰레기 제로” 운동에 참여해서도 처리시설 문제보다는 그런 관점을 항상 강조한다.

앞으로 조국통일을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행정부의 중앙 관료기구가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한국 특유의 지배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를 과감히 해체하고 지방분권화로 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남한이라는 작은 땅을 제대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한국이 중앙집권이 되어서는 안 되는 토양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스위스처럼 땅은 좁지만 지방색이 강한 나라이다.

하물며, 한반도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중앙집중된 정권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연방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적인 사회경제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연방제 하에서 일정한 지역을 확보하여 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낭비적으로 살고 무한경쟁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주의의 거대한 실험은 실패했다고 하지만, 작은 단위에서 그 실험은 포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다.

인류에게 닥친 가장 큰 위기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이다. 지금의 “자본” 주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자본주의가 가진 경제운용 방식이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자본주의에서는 이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에 못지않은 문제는, 자본주의가 사람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여 인류가 앞길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짜내지 못하게 하고, 설혹 소수의 지혜 있는 사람들이 나타나도 그런 지혜를 결집하여 국가와 세계가 나가는 방향을 전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가 그런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사람을 키워내는 데는 완전히 실패했다.

모두가 시장이 보내는 신호(이건희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이리저리 한 방향으로 뛰고 있다. 근사한 외관이 있는지 모르나 균열이 여기저기서 드러나 있고, 앞으로 잘 될 희망보다는 안 될 일만 많이 쌓여 있다.

자본주의적인 국가관이 확실한 대통령이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 나온다고 해도, 그는 처리해야 할 일을 감당하지 못하고 실패할 것이다.

아직 “순환경제”의 방법론은 없고, 이론이나 원칙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순환과 건강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차분히 관찰하는 것이 전부이다.

이론을 만든다고 노력해 보아야, 지금의 경제학원론 이상으로 이상한 궤변이 될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체험 속에서 경제가 어떤 것인지를 느껴 간다. 이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으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향이 문제라고 본다면, 지금 경제학 전문용어와 정교한 분석도구는 별 필요가 없다. 그런 것이 없어도 앞날을 예측하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문제를 못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말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런 경제학자들은, 더 좋은 자리에 가고 더 높은 명성을 쌓으려고 밤잠을 설치며 경쟁한다. 어려운 고등수학과 물리학자들이나 다룰 만한 방정식을 가지고 서로 경쟁해 봐야 그들이 우러러보는 노벨상 위원회에서는 한국의 미국 아류 경제학을 인정해 줄 리도 없다.

미국에 가서 서남표 방식으로 공부를 해 온 경제학자들이 경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그들이 경쟁에 강하고 좋은 캠퍼스에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시대의 가톨릭교 이상으로 지금의 경제학자들이 타락했다.

현재,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같이 있는 교회환경연구소에도 관계를 맺고 있는데 자원순환 문제를 가지고 세미나도 하고,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쓰레기제로센터는 군포시민연대의 이대수 목사님이 작년에 시작했고, 여기에도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작년도에 경기도의 ‘푸른경기 21실천협의회’ 사업으로 “지속가능한 경기도를 위한 자원순환사회 지표 개발 및 모니터링에 관한 기초연구”를 수행했다.

경기도에 계신 분들이 시민 자치활동이 더 적극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서울은 워낙 대도시라서 별로 희망이 안 보인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교수 몇 분이 순환사회연구회를 하고 있다고 해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녹색성장이 아닌 순환경제의 개념으로 대구경북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가꾸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특정한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들이 공존하는 산업생태계의 개념을 가지고 지역의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의 녹색성장위원회에는, 위원장인 경북대 명예교수부터 이런 흐름을 받아들이고 지원을 해 주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과는 뚜렷이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어 놀라왔다.

5월에는 일산 KINTEX에서 자원순환산업 전시회를 하고 국제회의도 한다.

향린교회의 “삶과 경제” 모임도 좋은 뜻을 가진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지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옛날 사람들이나 하는 일처럼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런 자질구레한 일이 하나씩 보면 별로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습관이 쌓이면 매사에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삶 자체가 달라진다. 그것은, 큰 지혜가 되어 이를 서로 나누게 되면 인류가 앞길을 헤쳐 나가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는 많지 않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받아들여진다.

 

* 이 글은,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이 2011. 5. 3. 작성한 글이다.

그러나, 지금도 크게 변한 게 없어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 순환경제연구소 홈페이지 http://www.cycleconomy.org/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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