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도시, 무역을 생각한다

이승무l승인2020.06.22l수정2020.06.2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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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무 /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한반도에서 본격적인 국가는, 삼국시대에 생겼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삼국 간에 전쟁이 계속 되었고 전쟁을 위해 백성들한테서 노동력과 식량을 거두어간 것이 그때 시작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에는 삼국 간에 전쟁을 통해 포로들을 붙잡아서 노비로 삼아 가혹한 노동을 시켰다. 일반 백성들은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평안하게 살았지만, 수도인 도시에서는 노비들이나 다른 인부들이 여러 가지 힘든 일을 해야 도시가 유지된다.

국가와 도시문명은 같이 생겨난 것이다. 통일신라와 고려시대에는 전쟁을 통해 그렇게 많은 노비들을 잡아올 수가 없었다. 국가 권력이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지방 호족들이 상당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분권화된 사회였다.

그러다가 몽골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나라 전체가 총동원 체제가 되어 국가 권력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귀족들은 무역업을 통해서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왕권에 위협적인 존재로 군림했고, 백성들을 지배했다.

이때 대륙의 세력교체기에 한반도에서도 귀족들의 땅을 빼앗고 종교개혁을 하여 유교 통치이념을 세우고 절대왕권을 세운 세력변동이 일어났다.

1200년대 몽골의 침략에서부터 1700년대까지 중앙의 왕권이 계속 강화되어 왔다. 유럽에서도 대략 비슷한 시기에 중앙의 국가권력이 강화되어 갔다. 이러한 움직임이 촉발된 것은, 소빙하기라고 하는 기후변화 때문에 중앙아시아에서 동과 서로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에서는 상비군과 해군의 뒷받침을 받은 해양무역이 시작되었고, 이는 그 이전까지의 상업 무역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그 이전에는 이국적인 사치품이나 서적을 사들이는 낭만적인 문물교류의 성격이 강했다. 이제는 총칼을 앞세운 강도질과 무역이 비슷한 것이 된 것이다. 그에 앞장 선 나라가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같은 대서양의 나라들이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런 무역이 시작되던 시대를 배경으로 영국의 절대왕권을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모직산업에 양모 원료를 수출하는 사업을 위해 영국의 귀족 대지주들은, 전통적인 농촌 마을을 없애고 사유지로 울타리를 쳐서 못 들어가게 만들었다.

그래서 도시로 몰려든 유민들과 부랑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농촌 질서의 붕괴와 농민의 고통이 도시 문제로 이어지고, 유토피아에서 벌써 사유재산을 폐지한다는 사회주의적인 대응책이 생겨나게 된다.

이런 식의 사태 전개는 한반도에서는 1876년 개항 후에나 이루어졌다.

최근에 이렇게 시작된 국제무역과 대도시의 금융기관을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한계에 부닥치게 되었다. 국제무역은 코로나로 세가 꺾이게 되었고, 국가는 방역을 위한 이동통제를 중요한 기능으로 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가가 시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이런 국가 통제에 시민들이 잘 따르지 않게 된다. 그러면 최악의 상황으로 가게 된다. 이는 일본과 같은 관료주의 국가를 위시하여 각국의 민주화를 촉진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지방의 분권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격변기에는 물질적 풍요와 성장보다는 사람들의 생존의 기본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경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된다. 그것은 의식주의 해결과 의료, 돌봄, 교육, 연구 같은 것이다.

이제 군사력을 기초로 한 국제무역에 의존한 경제의 시대는, 500년 만에 막을 내릴 수밖에 없다. 영국과 미국이 주도한 문명이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는 균형과 순환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의 전통 우주관과 세계관을 기초로 한 경제질서가 등장해야 하고,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간의 단축, 몸과 정신의 건강 돌봄, 공장식 축산업의 쇠퇴, 유기농업의 발달 이런 것들이 대세가 될 것이다.

공동체적인 마을에서 시작되어 국가와 대도시, 국제무역으로 이어져 온 인류 역사가 다시 마을로 돌아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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