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지령 실행하듯 이루어지는 핵폐기물 공론화

007작전 뺨치는 핵폐기물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 분노 이건수l승인2020.07.10l수정2020.07.1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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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처리실험저지30Km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행사장 밖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부가 핵폐기물 공론화를 비밀군사작전을 벌이듯 강행하면서, 핵 폐기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핵처리실험저지30Km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원회)가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되는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을 개최하면서,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산자부가 주관이 되어 핵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처리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공론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 추진하다가 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의 강력한 반대와 더불어 촛불항쟁의 여파로 무산된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는, 지역과 시민사회 등 공정한 의견수렴이 부족했던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공론화를 바로 잡고 제대로 된 공론화를 다시 추진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핵폐기물 공론화 역시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 관련 전문가 등을 배제하고 진행 중이며, 박근혜 정부보다 오히려 더 막나간다는 비판이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크게 비판 받고 있는 점은, 공론화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쥐도 새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10일)부터 이루어지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전국 공론화 시민참여단'(이하 시민참여단)' 종합토론 역시 첩보작전을 하듯이 강행되고 있다.

산자부는, 시민참여단에게 종합토론회에 대해 식구들에게조차 알리지 말아 달라는 주문을 하는 등 전국 14개 권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구체적 장소조차 극비리에 부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종합토론회의 영상 송출장소를 바꾸는 과정 역시, 애초에는 대전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항의집회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서울 코엑스로 행사 하루 전에 급작스럽게 변경되었다.

관련 장비나 준비해야 할 사항 등을 감안했을 때 하루 만에 바꾸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일부러 엉뚱한 장소를 역정보로 흘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과연, 민주정부에서 가능하기나 한 일인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지난 5월 23일 개최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전국 공론화 시민참여단'(이하 시민참여단)' 의 오리엔테이션은 개최 사실 자체도 극비에 부쳐져 진행된 바 있다.

▲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토위원회 전국 공론화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가 이루어지는 춘천의 한 건물. 출입이 통제되어 외부인은 드나들 수 없다.

재검토위원회는 이미 출발부터 문제였다. 발족 당시부터 지역주민과 사용후핵연료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 참여가 배제되어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결국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6월 26일에 사퇴했다.

정정화 재검토위원회 위원장은 “시민사회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25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 위원장은 “재공론화가 성공하려면 탈핵 시민사회계를 포함하는 쪽으로 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원전산업정책 주관부처인 산업부가 아니라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 기구에서 추진해야 중립성과 공정을 담보할 수 있다”라고 사퇴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포화가 임박한 경주 월성핵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주관하는 지역실행기구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울산 북구는 맥스터가 예정된 월성과 인접하여 있으며, 경주 시내보다 더 가깝다. 10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영향을 받는 지역이지만 핵발전소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실행기구에서 배제되었다.

급기야 울산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울산 북구에서 5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주민투표를 추진하여 94.8%가 맥스터 건설을 반대한다는 공론을 모으기에 이르렀다.

핵마피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산자부가 주도하고 있는 재검토위원회는 고등학생들도 들러리로 세워서 공론화를 왜곡하고 있다.

핵폐기물은 세계 어느 나라도 정책을 확정하지 못했고, 인간의 기술로는 100만 년이나 지속되는 방사능의 독성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여론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이것을 알리지 않고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수립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 무엇인지 물었다.

핵발소를 계속 가동하고, 따라서 여기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폐기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깔고 학생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주입한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은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에서도 반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산자부가 주관하여 진행되고 있는 재검토위원회의 모든 일정은, 오로지 맥스터를 짓기 위한 기한에 쫒겨서 진행되고 있다. 오는 11월이면 원성핵발전소 내부에 임시로 저장하던 고준위핵폐기물을 저장할 공간이 더 이상 없어져서 포화상태가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핵폐기물 정책이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핵폐기물 정책 수립에 따라 고준위부터 저준위까지 핵폐기물의 처리를 실행해야 하지만, 제대로 된 계획수립은 회피하면서 편법으로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을 계속 늘리고 있다.

정공법을 포기하고 교묘한 수법으로 핵진흥정책을 계속 유지, 발전시키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핵폐기물 문제는 수 년, 수십 년을 숙의해도 합의하기 어려운 고도의 기술적·사회적·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복잡하고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핵발전소 건설은 화장실 없는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핵폐기물은 인간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으므로 핵발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핀란드와 스웨덴도 이러한 복잡성을 고려하여 30~40년에 걸친 지질조사와 국민토론, 투표 과정을 통해 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공론화는 핵연료 폐기물 의제에 문외한인 인사들에게 맡겨 1년 안에 공론화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제대로 된 공론화를 할 뜻이 없고, 형식적으로 공론화를 진행하려는 의도로 강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영상 송출이 예정되어 있던 코엑스에 있던 장비를 밤새 철수해서 인근 호텔에서 송출했다고 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극비리에 부쳐진 시민참여단의 종합토론회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서 최근 며칠 동안 분주히 움직였으나, 전국 14개 지역 대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 송출장소인 코엑스 인근 삼정호텔에서 울산, 서울, 호남 등 30~40명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항의하고 있는 모습

종합토론회 첫날인 10일에는 장소가 파악된 강원, 전북, 대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행사장소의 보안요원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통합토론회의 영상을 송출하는 서울 코엑스에서는 전광판을 통해서 장소가 취소된 것처럼 위장공지하고, 근처에서 송출작업을 하는 등 기만작전이 치밀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탈핵시민사회단체들은 12일까지 이루어지는 종합토론회에 대해서 적극 반대활동을 할 예정이며, 14개 지역의 장소를 파악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사회단체들과 밀실 공론화를 강행하려는 산자부 사이에 치열한 첩보작전과 크고 작은 충돌이 주말 내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허울뿐인 재공론화를 즉각 중단하라”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춘천 KT&G 상상마당 앞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다음은, 핵 폐기를 위한 전국네트워크의 입장문이다.

 

<입장문>

고준위핵폐기물 ‘날치기’재검토 중단하고, 탈핵 정책 수립하라!

- 우리는 핵폐기장이 아니라, 핵 폐기정책을 원한다 -

○ 30년 동안 헤매는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문제

1989년부터 올해로 31년째이다. 30년 동안 아수라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전국의 동서 남해 곳곳을 핵폐기장 후보지로 거론하던 지난 30년 동안의 갈등과 물리적 충돌은 고스란히 지역에 상흔으로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경주는 중수로 4기와 경수로 2기, 중저준위 핵폐기장까지 두루 갖추어 천년고도의 찬란한 문화유산 뒤에 거대한 핵 단지가 되었다. 지금도 날마다 방사성 물질을 뿜어내고 있고, 7년 가까이 피폭 없는 곳으로 이주 대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영광은 온배수와 방사능으로 서해가 오염되어 어민들의 생계는 물론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뿐인가!

지진은 가짜 공포가 아니다. 부산과 울산, 울진 모두 활성 단층대 위에 지어진 핵발전소 단지다. 지진으로 인한 파괴를 넘어서 핵폭발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정부는 2083년까지 핵발전소를 순차적으로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참으로 안이한 인식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확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탈핵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 핵발전소 용량은 더 늘었고, 최근에는 신규 건설과 재가동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 재검토준비단, 잘못 낀 첫 단추

박근혜 정부에서 마련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공론화위원회 가동부터 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무리한 계획이었다. 이 파행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전면재검토’ 약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해 온 재검토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파행을 다시 반복하고 있다. 아니 더 엉망진창이다.

당장 오늘의 이 자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100만 년 이상의 시간에 대한 책임을 고민해야 하는 자리는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 모든 절차와 내용이 공개되어 국민의 관심을 바탕으로 진행되어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다. 이렇게 정부의 불순한 의도를 가리기 위해 공론화가 아니라 비밀주의로 범벅이 되었다.

500여 명에 못 미치는 시민참여단의 종합 토론회 하루 전날까지 장소 등 모든 정보가 비밀에 부쳐졌다. 공론화의 최소한의 원칙조차 깨어진 지금 남아있는 것이 무엇인가!

애초에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를 위한 재검토준비단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 지난 30년의 독단과 일방통행으로 얼룩진 파행은 핵폐기물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렇게 해서는 근본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핵’은 이해당사자가 따로 있을 수 없고, 핵발전을 지속하는 한 핵폐기물 문제는 저장고 문제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재검토준비단은 외면했다.

최근 울산의 ‘경주 맥스터 건설 찬반 주민투표’는 지역주민의 고통과 결의를 보여준 눈물겨운 투쟁이었지만, 핵 문제를 또다시 지역의 문제로 한정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낳게 한다. 더구나 울산의 신규핵발전소를 두고, 경주의 핵폐기물 저장고 증설 문제까지 떠안아야 하는 울산주민들의 고통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지역 공론화와 전국공론화로 의제를 나누는 기계적 대입은 정부의 정해진 답으로 결론을 보겠다는 뻔히 보이는 꼼수이다. 더 이상 지역주민들만의 문제로 다루어서도 안 되며, 500명의 시민참여단의 2차례의 밀실 토론으로 대체될 수도 없다.

○ 재검토위원회 재구성이 아니라 탈핵위원회를 구성하라

문재인 정부의 탈핵 선언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탈핵을 선언한 어떤 나라도 최소한의 제도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진행되지는 않는다. 더구나 2083년 핵발전소를 종료하겠다는 막연한 전망만으로 우리는 탈핵을 시작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

지금은 탈핵을 위한 제도마련을 해야 할 때다. 설계수명을 모두 채우겠다는 것은 탈핵일 수 없다. 조속한 조기폐쇄 전망을 제도화하고, 신규핵발전소 건설금지를 법제화해야 한다. 핵 진흥의 상징이자 법적 근거인 원자력진흥법 폐지부터 서둘러야 한다.

이 모든 핵 관련 제도 정비와 탈핵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 고준위핵폐기물 문제를 위한 위원회가 아니라 그에 앞서 ‘탈핵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소명이다. 함께 더불어 누리고 나누는 세상을 위해 나아가겠다던 정부의 첫 마음을 다시 회복하기를 촉구한다.

- 우리의 요구 -

- 고준위핵폐기물 재검토위원회 해체하고, 탈핵위원회 구성하라!

- 신규핵발전소 건설금지, 핵발전소 조기폐쇄를 법제화하라!

- 원자력진흥법 당장 폐지하라!

- 건설 중인 핵발전소 백지화하라!

 

2020년 7월 10일

핵 폐기를 위한 전국네트워크

(강원도골프장문제해결을위한범도민대책위원회/강원생명평화기도회/나무닭움직임연구소/내성천의친구들/노동당생태평화위원회/부산평화센터(준)/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원불교환경연대/차일드세이브/천성산의친구들/천주교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천주교의정부교구환경농촌사목위원회/토지강제수용철폐전국대책위/평등노동자회/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생명평화분과탈핵자연에너지팀/한일반핵평화연대/핵재처리실험저지30km연대/AWC한국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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