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재앙의 현실화? 사막 메뚜기 떼 습격

기후변화가 만든 ‘재앙’, 하루 만에 3만5000명분 식량 ‘순삭’ 세계 식량안보 위협 김흥순l승인2020.07.29l수정2020.07.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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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 동아프리카 25년 만의 최악 피해, 서아프리카로 확산

- 높아진 수온 탓 잦아진 사이클론, ‘사막호수’ 만들며 이상 번식

- 3개월 만에 개체 수 20배로 늘리는 놀라운 번식력

곤충은 전체 동물의 4분의 3에 이를 만큼 숫자가 많다. 인간이 이름 붙인 것이 약 100만 종이고 이름 모르는 곤충은 훨씬 더 많다.

곤충학자들은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곤충만 1000만 종이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해충은 모기, 붉은 불개미, 살인벌 떼 등 2% 정도로 알려져 있다.

곤충 가운데 농작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은 메뚜기 떼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 메뚜기 떼가 곡식을 갉아먹어 남은 게 하나도 없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요엘서에도 나온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이 동영상과 사진으로 공개한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 떼’의 모습은 섬뜩하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 사막 메뚜기 떼까지 기승을 부리며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 사막 메뚜기 떼는 올해 초 케냐 등 동아프리카 일대를 휩쓸더니 이달부터 서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FAO는 지난 5월 사막 메뚜기 떼가 잠재적으로 지구 인구의 10분의 1에게 식량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동아프리카에서는 2500만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이들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선 축구장 10만개 면적인 7만㏊의 농경지를 사막 메뚜기 떼가 파괴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건 옥수수다. 동아프리카 일대에선 이번 사막 메뚜기 떼에 의한 피해를 25년 만의 최악으로 평가한다.

과학계는 사막 메뚜기 떼의 이상번식 원인을 기후변화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정부 간 개발기구(IGAD) 산하 기후예측응용센터(ICPAC) 연구진이 지난달 말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아라비아반도 일대에 최근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왔다.

2018년 5월 인도양에서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발생해 아라비아반도로 올라왔는데, 당시 오만을 비롯한 사우디아라비아 일대에 폭우를 뿌리면서 ‘사막 호수’를 만든 것이다.

더운 데다, 다량의 모래가 있으며 습기까지 머금은 환경이 일시적으로 조성되면서 사막 메뚜기에겐 서식을 위한 최적의 여건을 제공했다.

같은 해 10월에도 이 지역으로 사이클론이 또 올라오면서 수분을 추가 공급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발생한 또 다른 사이클론은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사막 메뚜기 떼를 동아프리카로 날려 보내는 선풍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만 모두 8개의 사이클론이 인도양에서 생겨 아시아와 동아프리카에 상륙했는데 연구진은 이를 기록적으로 많은 발생 건수로 규정했다.

연구진은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발생한 열의 90%는 바다로 흡수되는데 현재 인도양 서쪽이 열대 해양 중 가장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수온은 사이클론을 만드는 ‘연료’가 된다. 기후변화가 사막 메뚜기 떼의 습격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주로 아프리카에 분포하는 사막 메뚜기(Desert locust· Schistocerca gregaria. 한국 각시메뚜기와 같은 아과에 속하는 종)는 알 상태에서 건기를 버티다 우기가 되면 깨어난다. 번식력이 강해 암컷은 모래 토양 10~15㎝ 아래에 한 번에 80~160개의 알을 낳는다.

일생에 6~11일 간격으로 최소 3번 이상 산란할 수 있고, 3개월마다 약 20배씩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된다.

사막 메뚜기는 곡물, 과일, 나무, 풀, 꽃 등등 가리지 않고 대량의 식물을 골고루 먹는데, 떼를 이룰 경우 그 면적이 1㎢에서 수백㎢에 달하며, 1㎢당 4,000만~8,000만 마리의 메뚜기가 뭉쳐 다닌다.

사막 메뚜기는 매일 자기 몸무게인 2g 정도를 먹는다.

1㎢ 4,000만 마리 떼를 기준으로 보면, 하루 동안 먹는 양이 약 3만5,000인 분의 식량과 맞먹는다.

이동 능력도 어마 무시해, 하루에 150㎞까지 날아갈 수 있다.

1987년~1988년 사이 발생한 사막 메뚜기 떼가 그동안 사상 최대 규모로 꼽혔는데, 이 메뚜기 떼는 서아프리카에서 발생, 날아서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의 서인도제도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대륙을 넘나드는 기동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최근의 사막 메뚜기 떼는 계절풍을 타고 계속해서 번식하며 무리를 키워 이동, 역대 기록을 연일 자체 경신하는 중이다.

이달까지 FAO에 요청된 각국의 구제 금액만 3억1,200만 달러(약 3,745억 원)에 달한다. 세계은행은 사막 메뚜기 떼의 피해를 입은 국가들이 방제할 수 있도록 5억 달러(약 6,0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저금리에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작물 및 가축의 잠재적 피해가 올해 말까지 85억 달러(약 10조2,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 추산했다.

대응을 한다고 해도, 25억 달러(약 3조5억 원) 수준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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