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속도전 시스템(UPH ; unit per hour - 시간당 생산대수)

인간이 기계가 될 수는 없다. 김흥순l승인2020.11.04l수정2020.11.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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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현대 사회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산업사회의 미덕인 시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수출 국가라 여전히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위주 사회다.

한국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등 자원낭비가 심한 우리나라의 경제사회구조를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로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원순환기본법’이 2016년 5월 29일 제정·공포됐다. 시행은 2018년 1월 1일부터다.

자원순환법은 자원을 폐기해 버리는 매립이나 단순 소각 대신 아이디어와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재사용과 재활용을 극대화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자원과 에너지 수입에 하루에 2016년 기준 약 1조원 연간 371조원(2013년 기준)을 지출해야 하는 자원 다소비 국가다. 특히 광물자원의 90%,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립되거나 단순 소각으로 처리되는 폐기물 중 에너지 회수가 가능한 폐기물이 56%나 포함되어 있어, 자원낭비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원순환법을 제정, 자원순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것이다.

자원순환법의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자원순환 성과관리제를 도입, 폐기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사업장 등에 대해 자원순환 목표를 부여한 후 그 이행실적을 평가하고 관리하게 된다.

특히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자원순환목표(순환이용율, 최종처분율 등)를 설정해 우수한 성과를 보인 사업자에 재정적·기술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폐기물처분부담금제도 그 당시 새로 만들었다.

그랬던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모든 게 멈추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사회로 가며 1회용이 범람하고 있다.

대량생산을 위해 차량 한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시간 HPV(Hour per Vehicle)를 도입한 회사가 있고, 물류·배송기업은 ‘시간당 생산량’(UPH·Unit Per Hour)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람은 없고, 기계처럼 효율성만 따지는 시스템들이다.

이런 제도가 얼마나 살벌한 가를 살펴보자.

먼저, 차 한대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뜻하는 UPH(Unit per Hour)

시간당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대수다. 모두 자동차업체의 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생산성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는 분야다.

예로, 보수언론은 현대차 울산공장의 HPV가 26.8시간으로 일본 도요타의 24.1시간, 미국 지엠의 23.4시간에 비해 떨어진다고 강조한다.

UPH도 비슷하다.

HPV와 UPH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공장의 자동화, 투입인원, 작업속도, 공장 설립연도, 생산설비 규모·수준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업체가 앞선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1936년에 공개된 자본주의 문제를 제기한 1936년 찰리채플린 무성영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가 생각난다.

자본주의가 찍어내는 노예적 인간을 거부한 영화다.

<모던 타임즈>에서 주인공 리틀 트램프(찰리 채플린 역)는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제품의 나사를 조이는 것이 업무다. 잠시 쉬려해도 사장이 텔레스크린에 등장해 호통 친다. 일에 치인 트램프는 모든 사물을 조이려는 강박증에 걸려, 한바탕 소동을 벌이다 정신병원에 끌려간다.

컨베이어 벨트는 조립생산 방식(assembly line)을 구현하기 위해 고안됐다. 미국 미시간주의 포드 자동차 공장(하이랜드 파크)은 4층에서 시작된 작업이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자동차가 점차 완성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노동자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할당 업무만 완수하면 되는 방식으로 노동효율을 극대화했다. 포드 자동차의 모델 T는 이런 방식을 통해 730여분의 조립시간이 93분으로 단축됐다.

테일러리즘, 포디즘 등 과학적 경영관리법은 시간·동작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한 표준작업량을 도입해 노동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를 열었지만 인간을 기계의 일부로 전락시켰다는 비판, 노동자들에 대한 불신에 기초한 ‘저신뢰 체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에 과학적 경영관리법 물류·배송기업의 ‘시간당 생산량’(UPH·Unit Per Hour)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쿠팡 칠곡물류센터 노동자의 유족들이 UPH 때문에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PDA(개인정보단말기)로 물품마다 바코드를 찍으면서 진열하는데, 이를 통해 업무속도가 실시간으로 전산에 기록된다.

관리자들은 UPH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평균 작업속도에 미달된 직원을 방송으로 호명하며 채근한다. 스피커에서 ‘○○씨 빨리 움직이세요’라는 재촉이 계속되는 작업장은 <모던 타임즈>와 다르지 않다.

얼마 전 현대차 울산공장의 ‘와이파이 사태’ 논란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공장 내 와이파이를 차단하자, 노조가 노사합의 파기라고 반발했던 일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1년과 2016년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공장 내 와이파이 설치와 사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근무시간에 자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통해 ‘딴 짓(?)’을 하는 직원들이 크게 늘면서, 생산성 하락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부족할 판에 ‘와이파이 사태’는 너무 뜻밖이다.

한국의 노사협력 점수는, 세계 최하위권이다. 경영계가 그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는 것은 분명 ‘궤변’이다.

인간이 기계가 될 수는 없다.

생산회사나 물류업체의 노동통제 시스템을 없앤다고 다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의 ‘속도전’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것이다. ‘총알배송’ ‘로켓배송’ 구호 아래 노동자들을 돌격시켜온 기업의 배송 시스템은 소비자들이 가담함으로써 유지된다.

무슨 일을 하든 '권리'와 '의무'는 함께 따라다닌다. 권리를 얻기 위해 이에 맞는 의무를 다했는지 한 번쯤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인간도 배려하는 제도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이 불편을 결단해야 죽음의 행렬이 멈출 수 있다. 다수가 집단지성을 가질 때 사회는 바르게 굴러간다.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이나 '성의 역사'에서 인간의 신체를 권력이나 자본의 의지와 필요에 따라 길들이고 규칙화하는 것을 '생체권력'(bio-pouvoir)이라 말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나 테일러가 바랐던 것처럼,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 신체의 개체적 독립성을 파괴하고, 자본가의 필요에 철저히 복무하는 기능적인 도구가 되도록, 모든 에너지와 관심이 정해진 작업에만 집중되도록, 기계에 전유되도록 노동자의 팔과 다리를 훈련한다.

이때 신체에 대한 지배는 명령하는 차원을 넘어 개인의 자발적인 복종, 무의식적인 규칙 준수를 이끌어내는 지경에 이른다.

기계의 일부분이 된 인간.

이 표현은 더는 풍자나 은유가 아니다. 기계 안으로 딸려 들어가서도 나사를 죄는 직분에 충실해지려 하며, 자동 급식 기계에 매여 식사의 자율성을 상실한 방랑자의 모습은 기계의 주인이 아니라 부속품으로, 시스템의 주체가 아니라 도구로 전락한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모던 타임즈'는 근대 기술문명의 속성을 인상적인 시각적 상징을 통해 함축한다. 초침이 돌아가는 시계를 클로즈업한 영화는, 이윽고 축사에서 몰려나오는 양 떼와 지하철을 이용해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교차 편집해서 보여준다.

시계로 표상되는 기계의 리듬에 맞춰 축사에 갇힌 가축처럼 인간을 관리하려는 시스템의 욕망. 자본은 분업과 표준화를 통해 시간당 생산 효율을 증대하려 하며, 기계적인 반복을 통해 노동자들의 동작을 관리한다.

채플린이 연기하는 작은 방랑자를 포함해 영화 속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쉴새없이 밀려들어오는 기계의 너트를 조인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사장의 명령에 따라 기계의 작업 속도가 조절되면, 이들의 움직임 역시 그에 맞춰진다. 마치, 생산시설의 일부분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심지어, 채플린의 방랑자는 동료와 다투면서도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작업을 멈춘 점심시간에도 너트 조이는 동작을 강박적으로 반복한다.

격무와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그는 결국,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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