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일했는데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이제는 직장마저 잃었다”

▲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한국도로공사 인천톨게이트지부와 연대단위가 모여 '고용승계 보장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문화제를 열고 있다.

어제(5/31) 오후 6시 30분부터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인천광역시 계양구 서운동 55-76)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한국도로공사 인천톨게이트지부(이하 인천톨게이트지부) 파업문화제에서 원복문 지부장이 한 말이다.

인천톨게이트지부는 이날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 앞에서 ‘해고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슬로건으로 파업문화제를 열었다.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를 맡는 외주업체가 6월 1일부터 ‘I-Road’에서 ‘(주)현장종합관리’로 교체되면서 인천톨게이트 요금소 비정규직 노동자 8명이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인천톨게이트 요금소를 포함해 영업소 직원들은 모두 한국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했다. 2009년에 한국도로공사가 경영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외주화 시키고 나서부터 용역업체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외주화된 이후에도 하는 일은 같았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13명, 6명, 4명씩 쫓겨나더니 130명이던 노동자들이 급기야 83명으로 줄었다.

6월 1일 용역업체가 ‘(주)현장종합관리’로 교체되면서 또 다시 기존 83명에서 75명만 고용승계 하겠다고 밝혀 지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8명의 노동자가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평균 10년, 많게는 17년까지 인천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이다.

2009년 외주화 이후 임금도 줄었다. 간접고용 노동자가 되고 7년이 지나는 동안 성과급 300%와 식대, 교통비 등 현금으로 지급하던 것들이 모두 기본급이 되어버렸다. 현재, 어떤 수당도 없이 시급 7,400원을 받고 있다.

1평도 되지 않는 열악한 조건의 요금소에서 하루 온종일 매연을 마시며, 3교대 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의 한 달 임금은 겨우 150여만 원 정도이다. 2015년 톨게이트 노조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I-Road’는 60원 인상을 이야기했다. 최저임금이 370원 올랐던 2015년도 임금인상은 100원에 불과했다.

인천톨게이트지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450원 인상되었기 때문에 시급 600원 인상과 고용안정 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154원의 임금인상과 인력감축을 이야기했다. 톨게이트 노조에서 집회를 열고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하자 200원 인상안을 제시했다.

물론, 200원 임금인상안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용역업체를 ‘(주)현장종합관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용역업체인 ‘(주)현장종합관리’는 업체 계약과 함께 8명의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대부분 아웃소싱 용역업체에서 파견한 노동자들이고, 원청과 용역회사 간의 계약이 바뀔 때마다 힘겹게 고용승계 투쟁을 벌여왔다.

5월 31일로 계약이 해지된 용역업체 ‘I-Road’의 사장은 한국도로공사의 퇴직자다. 그는 지난 7년 5개월 동안 한국도로공사와 용역계약을 맺어오면서 많은 것들을 누려왔다.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아웃소싱-간접고용으로 외주 용역업체 직원이 된 인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와 임금, 노동자의 기본권리 등 많은 것을 잃었다.

▲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한국도로공사 인천톨게이트지부가 만든 대시민 홍보물(앞면)

▲ 민주노총 인천일반노조 한국도로공사 인천톨게이트지부가 만든 대시민 홍보물(뒷면)

고용승계에서 제외된 8명의 노동자 중에는 지부장, 부지부장 등 노조임원 4명과 노조원 3명이 포함되어 있다.  8명 중 7명이 노조원인 것이다.  노조활동에 대한 보복성일 가능성과 노조를 파괴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원청인 한국도로공사는 외주업체의 문제라며 인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고용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 인천톨게이트지부는 이날 파업문화제에서 8명의 고용승계와 원청인 한국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파업문화제에는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 기숙사 분회 박기춘 분회장과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 노동조합 박대성 위원장, 노동당 인천시당 장시정 사무처장도 참석해 지지와 연대의 입장을 밝혔다.

* 인천톨게이트지부 파업문화제에서 노동당 인천시당 장시정 사무처장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부기관, 공공기관들이 앞서서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등 이윤창출, 돈벌이 경영에만 몰두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및 근로조건 개선 등에 대해 모범이 되어야 할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들이 모범이 되지는 못할망정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되고 있다.

이런 것이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라면 이를 동의할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 앞 파업문화제 장소 주변에 인천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 걸려있는 현수막들(1)

▲ 한국도로공사 인천영업소 앞 파업문화제 장소 주변에 인천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 걸려있는 현수막들(2)

고용승계를 받지 못한 8명의 노동자들은 평균 10년, 많게는 17년까지 인천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해 온 여성노동자들이다. 이렇게 장기간 근무한 것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장기근속에 대한 보상은 고사하고 그간 가정을 지켜 올 수 있었던 직장을 하루 아침에 잃는다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누가 이들을 직장에서 내쫒고 길거리로 내모는 것일까!  이 여성노동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란 말인가!  인천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파업문화제 무대쪽에 직접 써서 내걸은 ‘해고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현수막 문구가 애절하다. 

지역의 노동단체들과 제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들도 함께 연대하겠지만, 이제는 노동부 등 노동관련기관과 인천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앞장서 줘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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