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1일 김명수 대법원은, 70년대 박정희가 발동한 위헌적이고도 불법적인 긴급조치에 저항했던 한 아무개 씨 등 5인이 60대에 접어들어 평생 동안 강요당했던 피해를 국가가 배상하라고 청구한 민사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또, 실제로 12월 17일 전원합의체에서 이 사건에 대한 제1차 심리를 개시했다.
이는, 권순일 대법관 주도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시하여 확립된 판례를 하급심에서 잇달아 부인하고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막상 상고심을 담당한 대법원 민사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에서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순일 판례는 상고법원 신설을 최우선과제로 설정한 양승태 대법원이 시도한 대표적인 재판거래사례 중 하나라는 의혹을 받아, 전직 대법원장 양승태 구속기소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고영한 전직 대법관 불구속 기소 등을 초래한 불행한 판결이기도 하다.
김명수 대법원은, 법원개혁이라는 중차대한 역사적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전원합의체에서 이른바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 연루자에게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한 해석의 원칙 및 최소 침해의 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면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직권남용죄 기준을 대폭 높여놓는 등 보수화되고 있다.
이를 예의 주시해 왔던 여러 단체 중, 민청학련동지회(상임대표 장영달, 공동대표 나상기, 신대균)가 가장 먼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월 15일 민청학련 동지회 회원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김명수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할 양승태 대법원 판례로 “1) 긴급조치 손해배상불가 판례, 2) 재심무죄 확정일로부터 3년이었던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를 아무런 근거와 사전예고도 없이 형사보상 결정일로부터 6개월로 대폭 단축한 판례, 3) 민주화운동 관련 생활지원금 등을 수령했다는 이유로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해 버린 판례, 4) 반유신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이래 수십 년에 걸쳐 공민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대법원에 재판 계류되어 온 사건에 대해 긴급조치해제를 이유로 면소 판결을 내림으로써, 국가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만든 판례”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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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 등 유신청산민주연대 회원 10명이 12월 17일 오전 11시부터 약 30분 동안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긴급조치 손해배상불가 등 판례과오를 판결로 사죄할 것”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제공 ;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
민청학련동지회가 판례변경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12월 17일 오전 11시부터 약 30분 동안 대법원 정문 앞에서 (사)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이하 긴급조치사람들) 등 유신청산민주연대(상임공동대표 김재홍, 박현옥) 회원 10명이 “긴급조치 손해배상불가 등 판례과오를 판결로 사죄할 것”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명수 대법원을 상대로 요구한 4가지 요구사항은 “▲과거 긴급조치 재판 과오를 판결로써 사죄할 것, ▲긴급조치 국가배상 사건을 사법거래 수단으로 삼은 것을 사죄할 것,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사법행정 개혁을 완수할 것, ▲권위주의 시대의 특권을 내려놓고, 법원 개혁에 동참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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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운학 유신청산민주연대 공동대표 겸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 이대수 유신청산민주연대 운영위원장 겸 긴급조치사람들 사무처장, 최형호 긴급조치사람들 이사가가 기자회견문과 함께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현대사의 망령』이라는 책자를 참고자료로 대법원 민원실에 접수시키기 전에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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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접수증 @사진제공 ;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
기자회견이 끝난 후, 송운학 유신청산민주연대 공동대표 겸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상임대표와 이대수 유신청산민주연대 운영위원장 겸 긴급조치사람들 사무처장 및 최형호 긴급조치사람들 이사가 기자회견문과 함께 『박정희 유신독재체제 청산-한국현대사의 망령』이라는 책자를 참고자료로 대법원 민원실에 접수시켰다.
이날 판례변경 등을 촉구하는 자유발언에서, 민청학련동지회 이사 등 여러 직책을 맡아 몇몇 민주시민사회단체를 위해 자원봉사하고 있는 송운학 상임대표는 “양승태 대법원 시절은 아니지만, 진보적이라고 알려진 박 모(某) 대법관 주도로 ‘불법행위 발생일’로부터 계산해서 배상했던 지연이자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항소심변론 종결일’로 변경해서, 초고령(初高齡)인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배상금 원금과 이자로 마련한 주택을 강제로 경매당해 추운 거리로 내쫓겨나기 직전이며, 수많은 과거사 사건들에서 장기간 발생했던 지연이자 중 거의 대부분을 못 받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운학 상임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이 최근 보수화되고 있는 것은, 법조계가 박정희 유신독재와 전두환 군부독재는 물론, 한국전쟁 전후에 성립된 이승만 반공분단독재 및 일제강점기 수탈에 적극 협조했다는 뿌리를 갖고 있다”며, “아무리 어렵고 먼 길이라도, 민권과 인권 등이 보장되는 그 날까지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신시대 학창시절부터 현재까지 각 분야에서 민주적 시민운동 등에 종사하고 있는 강기종, 김종채, 김하범, 김현수, 박남수, 송병춘, 정상시 씨 등이 참석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을 함께 주최한 ‘유신청산민주연대’는 ‘긴급조치사람들’과 ‘촛불계승연대’ 이외에도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서울민예총’, ‘자유언론실천재단’, ‘동아투위’, ‘조선투위’, ‘전태일재단’, ‘한국작가회의’, ‘4.9통일평화재단’, ‘70년대 민주노동운동동지회’(청계피복노조, 동일방직노조, 원풍모방노조, CDK노조, YH노조 외), ‘71동지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등이 금년 5월 28일 출범한 연대조직으로서, 지난해 2019년 봄부터 사안별로 공동 대응활동을 전개해 왔다.
다음은, 지난 12월 15일 민청학련동지회 밝힌 성명서 전문과 이날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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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동지회 성명> 대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박정희 유신 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회복을 위해 투쟁한 민청학련동지회는 12월 17일 대법원의 긴급조치 국가배상 청구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를 계기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 농단으로 과거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해괴한 난맥상을 드러냈다. 첫째, 긴급조치 9호가 유신헌법의 위헌성에 비추어 위헌이지만, 이처럼 위헌인 긴급조치를 가지고 민주인사를 형사 처벌한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는 납득 불가능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모든 청구가 기각되었다. 둘째, 과거사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가 당초 재심무죄 확정일로부터 3년이었으나 양승태 대법원에 의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형사보상 결정일 후 6개월로 변경되어 여러 민주인사 및 오심 사건 피해자의 소송이 각하되었다. 셋째, 국가배상 지연이자의 발생 시점도 당초 ‘불법행위 발생일’이었으나 이 역시 대법원에 의해 ‘항소심변론 종결일’로 변경되어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이 국가로부터 이미 지급받은 이자를 반환 못하고 경매에 처해지거나 수많은 과거사 사건들에서 오랜 세월 동안의 지연이자가 모두 날아갔다. 넷째, 민보상위의 생활지원금 수령자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하급심은 배상과 보상은 다르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였으나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해버렸다. 다섯째, 반유신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된 이래 수십 년에 걸쳐 공민권을 박탈당한 상태에서 대법원에 재판 계류되어 온 사건에 대해 긴급조치법의 소멸을 이유로 면소 판결함으로써 국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만들었다. 2007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담화를 통해 유신시대 사법부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한 일이 있으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를 판결로써 부정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회부를 계기로 판결을 바로잡음으로써 유신시대 사법부의 과오를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여야 한다. 2020년 12월 15일 민청학련동지회(상임대표 장영달, 공동대표 나상기, 신대균) 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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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긴급조치 국가배상청구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에 부쳐 - 대법원은 긴급조치 재판 과오를 판결로써 사죄하라.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12. 17. 첫 심리에 들어간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2010. 12. 16.과 2013. 4. 18. 대법원은 긴급조치 1호 및 긴급조치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고, 헌법재판소 역시 2013. 3. 21. 긴급조치 1호 및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작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에 대해서는 긴급조치 발령과 이를 적용한 수사 및 재판 등 형사사법작용에 불법성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안타깝게도 대법원은 권위주의 시대의 특권에 안주하면서 여전히 과거의 잘못된 재판에 대하여 사죄하지 않는 후안무치한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물론, 2007년 이용훈 전 대법원장이 담화를 통하여 유신시대 사법부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한 일이 있으며,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형사재심에서 일부 법관들이 과거의 잘못된 재판에 대하여 사죄한다는 언급을 한 적은 있으나, 이는 판결이 아닌 방론에 불과하였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 사건에서 과거의 잘못된 재판을 반성함으로써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판결로써 사죄해야 했다. 그러나, 유신독재를 계승한 권위주의 정권과 야합하여 사법농단을 일삼았던 양승태 대법원은 2015. 3. 26. 대법원 제3부 판결(소위 권순일 판례)에 따라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를 대부분 기각하였다. 박정희의 긴급조치 발령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수사기관의 불법체포•구금과 공소제기, 법원의 재판 등을 법령을 위반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2010년 “긴급조치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정성조차 지켜지지 않아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였고 죄형법정주의와 영장주의에도 반하여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극도로 침해하는 등 발령 당시부터 그 위헌성이 명백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박정희가 유신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하여 심각한 위헌성을 지닌 긴급조치를 발령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러한 긴급조치를 기계적으로 집행하거나 적용함으로써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구체적으로 침해하였다면, 국가는 이러한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행위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당연히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유신독재 정권의 통치기구로서 기능했던 과오를 반성, 사죄함으로써 그동안 누려 왔던 온갖 특권을 상실할 것을 두려워 한 대법원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를 대부분 기각하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5. 8. 6.경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위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한 권순일 판례 등을 국정 운영에 협조한 사례로 들면서 상고법원의 도입을 위한 거래 수단으로 삼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거래를 관철하기 위하여 판사를 사찰하였고, 위 대법원 판례에 반하여 긴급조치 국가배상청구를 인용한 지방법원 판사를 징계하기도 하였다. 2018. 4.경 위와 같은 사법농단 사례가 드러난 지 벌써 2년이 넘게 흘렀다.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긴급조치 국가배상청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기를 오랫동안 고대해 왔다. 그러나 다행히 이렇게 대법원이 늦장을 부리는 와중에서도 수사기관의 수사 및 공소제기만이 아니라 법관의 재판까지 그 불법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례가 다수 양산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대법원이 이제라도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하고 또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아가, 이번 긴급조치 국가배상청구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재판은,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적절한 배상에만 그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다. 검찰과 법원 등 형사사법 기관들이 유신독재의 통치 도구로서 기능하였던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죄함으로써, 여전히 국민들 위에 군림하며 견제 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관료 권력기관들이 스스로 개혁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요구> - 대법원은 과거 긴급조치 재판 과오를 판결로써 사죄하라! - 대법원은 긴급조치 국가배상 사건을 사법거래 수단으로 삼은 것을 사죄하라! - 대법원은 재판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사법행정 개혁을 완수하라! - 대법원은 권위주의 시대의 특권을 내려놓고 법원 개혁에 동참하라! 2020. 12. 17. 사)민주·인권·평화를 실천하는 긴급조치사람들 / 유신청산민주연대 * 유신청산민주연대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 / 긴급조치사람들 /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 서울민예총 / 자유언론실천재단 / 동아투위 / 조선투위 / 전태일 재단 / 촛불계승연대천만행동 / 한국작가회의 / 4.9통일평화재단 / 70년대 민주노동운동동지회(청계피복노조, 동일방직노조, 원풍모방노조, CDK노조, YH노조 외) / 71동지회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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