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유감, 소비자 입증책임

김흥순l승인2021.01.20l수정2021.01.20 17:17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한국은 잘못된 나라다.

가해자와 갑, 권력, 거대기업의 잘못을 피해자인 소비자에게 입증하라 강요한다.

가장 좋은 예가 자동차 급발진 사고다.

자동차는 부품 약 3만개의 복잡한 제품이다. 가느다란 전선 가닥 하나가 끊어지거나 합선이 돼도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솔직히 제조사조차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하물며 이를 소비자에게 입증하라는 건 무리다.

입증책임이 논란이 되는 분야는 많다. 의료사고, 산재사고, 직업병 등이다.

잠잠하던 소비자 입증책임론이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 1월 12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임원들이 1심 법원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불거진 소비자 입증책임론이다.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소비자 측이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결이 지나치게 소비자에게 가혹하다. ‘살균제로 피해가 발생한 게 아니다’라는 증거를 제조사가 제시하도록 해야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여론이다.

심각한 의료사고에서조차 입증책임을 피해자에게 요구하는 바람에 의료기관이 면책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의사가 잘못 시술했다는 사실을 환자 측이 입증하기는 어렵다.

법무부는 2020년 9월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줄여주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냈다.

제정안에 따르면, 피해자는 밝힐 수 있는 데까지만 개략적 피해를 주장하면 된다. 반면, 제조사는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고,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피해자 주장을 진실로 인정할 수 있게 했다.

날로 복잡해지는 정보기술(IT) 기기나 전문적 의약품·의료기, 화학제품 등이 늘어나는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방어권은 강화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럼 피해자가 광범위할 경우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아픈 내 몸이 증거”라는 피해자의 절규만으로 입증책임이 완성되는 세상이 속히 오면 좋겠다. 무능한 정치가 책임을 면제받는 것도, 일종의 정치소비자 입증책임인가? 헛웃음이 나온다.

소비자(消費者)는, 경제 안에서 만들어진 재화와 용역을 사용하는 개인이나 가구를 일컫는다.

소비의 영역도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종교 등 여러 곳으로 넓어지고 있다. 공급자 일방적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는 왕으로 불려 지고 있다.

정치를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문제투성이다. 소비자입증책임론을 펼려면 소비자들이 수사, 재판하게 권력을 넘겨라. 백성이 직접 수사, 재판하겠다. 증거 수집할 수 있는 탐정업을 허용하라.

정치는 일방적 공급자 시장이다. 불량제품을 내놓아도, 소비자들끼리 단결을 못한다. 제품에 대한 정보제공, 알권리가 무시되고 있다.

정치는 과잉 소비상태다. 첨단 정치 제품은 없다. 불량상품 투성이다.

연일, 저질 상품들끼리 헐뜯고 소비자와 약속을 어기고, 뒤집고, 공급자들 마음대로 만든 난장판이다.

정치적 경쟁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성숙시켜왔다. 정치는 질서 및 제도 형성과 공적자원의 배분 기제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사회와 시장의 일부다. 시장의 소비자처럼 정치도 유권자라는 소비자로서, 참여 수준에 따라 변화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돈으로, 정치는 표로 소비의 수단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교육, 법률, 의료, 정치, 종교 등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갑 위주의 생산자에 짓눌려있다.

따라서, 소비자인 을로서 강한 행동이 필요하다.

정치 영역에서는 최근 정치소비자를 대접하겠다고 구두전쟁만 요란했다. 적폐 브랜드를 누가 먼저 선점하는가를 놓고 여야가 경쟁하는 구도였다.

정치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 브랜드를 얻기 위해 꾸준히 소비자와소통을 통해 신뢰를 형성해가는 것과 달리, 정치는 경쟁상대자만 의식해 국민들과의 소통은 게을리 하고 무시했다.

정치는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정치는 고대부터 공동체를 창조하기 위한 오래되고 고귀한 인간적 노력이다.

정치 영역에 있어서 최고 브랜드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우리 공동체가 공동의 위기의 순간에 직면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공통의 위기감으로부터 긴장이 오고, 민주주의는 긴장을 끌어안는 것에서 출발한다. '위기감'과 '긴장'을 함께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대화가 가능하다.

인터넷 혁명의 시대가 된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발상을 시도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어야 된다.

사람은 새로운 발상을 시도할 수 있는 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아이디어를 낸다. 최상의 아이디어는 시민 한 사람, 관료,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사회공동체 전체가 새로운 실험을 할 여유가 있을 때 생겨난다.

정치경쟁의 결과인 국가나 제도, 공적 기구로부터 영향 받지 않고자 하는 소극적 사회는 문제해결만 늦추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만 만들어낸다.

물론, 그 결과는 국민이 만든 부와 세금을 사용하는 국가(정부)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력에게 공적 제도와 수단을 넘겨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불필요한 자의적 ‘정부 개입’을 막기 위해, 국민과 정치소비자의 ‘시장 개입’이라 할 수 있는 정치참여가 필요하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Lg

김흥순  jwd3222@naver.com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협동조합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1963)인천광역시 연수구 먼우금로161번길 12. 109동 501호(동춘동, 롯데아파트)  |  대표전화 : 032-424-7112
등록번호 : 인천 아 01227  |  등록일 : 2015년 03월 31일  |  발행인 : 홍세화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이근선  |  편집인 : 이근선
깊게 보는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21 개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