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를 대하는, 일부 국민의 모순적 행동

“누가 더 잘하나”를 따지는 생산적 방향으로 성찰하고 관찰하고 행동해야 김흥순l승인2021.02.02l수정2021.02.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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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언제부터 기레기가 유행이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칼레기도 있다. ‘칼럼’과 ‘쓰레기’의 합성어다

내 생각을 대변하지 못하니, 오죽 답답하면 기자를 쓰레기라 부를까 생각해 본다.

기레기의 시작은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이후로 추정된다.

언론개혁을 주장하는 언론인들이 만든 언어다. ‘엠비시(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는 2014년 12월 출범 선언문에서 “엠비시는 땡전뉴스나 다름없는 기레기 방송으로 몰락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피디연합회 등 언론단체들은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 기자회견에서 “영원한 기레기가 된 우리를 규탄합니다”라고 외쳤다.

기레기 현상은 누가 만들었을까?

이건 이용하는 측과 부정부패 세력의 합작품일수도 있다.

물론 ‘기레기, 가짜뉴스, 좌표찍기’는 언론이 잘해서 나온 말이 아니다. 언론 불신을 얘기할 때, 예외 없이 거론되는 단어다. 그렇다고 잘해도 언론 잘한다고 하지 않는다.

한국 언론이 겪는 신뢰성 위기 문제는 보도 수준, 질 하락, 이념 대립이 아닌 ‘정파의 양극화’로 풀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언론학회와 한겨레신문은, 2020년 10월 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뢰받는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공동세미나를 열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 언론의 가장 심각한 문제나 특징적 현상은 정파성의 양극화”라며 “한국 사회의 정파성과 언론의 경영위기가 겹치며 정파성의 상업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이는 정파성의 양극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은, 더 이상 정론의 담지자가 아닌 ‘의견을 상품화하는 판매상’이다.

남 교수는, 신뢰받는 언론인 1~3위에 손석희‧김어준‧유시민이 꼽혔다며 “이 세 명 가운데 전통 저널리즘 관점에서 기자는 없다. 독자들은 어떤 사실에 대한 정확한 전달을 원하고 있다기보다 정파 저널리즘에 열광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치’란 상품이 팔린다는 건, 그만큼 시민들이 사이다 저널리즘을 원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전통매체가 경영 위기를 겪으면서 이 같은 현상은 심화했다. 전통매체가 누리던 뉴스 생산과 유통의 독점적 지위가 없어져, 정보가 아닌 ‘의견’이 상품이 되면서다.

문제는, 국내 정치 담론 특징이 이념이 아닌 ‘정파’에 기울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념은 일관된 정치적 관점으로 세계를 보는 것이다.

정파성은, 특정 정당 입장에 기대 자기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는 경향이다.

남 교수는 “정치 의견을 대변할 시스템이 없어 광범위하게 시민이 배제되고, 현 정치 제도에서 거대 양당이 충돌해온 역사”를 그 요인으로 꼽으며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차이는 극단적이지 않지만, 정당 일치감에 따른 정파적 지지는 극단적”이라 했다.

언론이 ‘정파적 양극화’에 부응하는 습관을 버리고, 어떤 잣대로 정치 현실을 보도해야 할까.

남 교수는 객관주의 프레임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그간 객관성에 대한 기자들의 추구와 강박은, 사실 사회 현실의 정치적 측면을 외면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지금 일어나는 격렬한 정치적 현실에 대응할 권력이 형성되지 않았다. 편안한 구경꾼 자리에 안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이어 새로운 정치적 판단 잣대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각 언론사가 사회적 폭력과 부정의에 대한 반대를 편집의 최우선으로 잡고, 무시와 차별, 정체성 정치의 구체적 양태를 쌓아야 한다. 예컨대 취재보도 준칙에 해당 언론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구체적 사례로 빼곡히 적혀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해당 언론사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사설과 칼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표명해 강력한 담론 설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뒤집어 보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부터 생각해 볼 일이 있다.

기레기 생산지는 어디일까? 잘나가는 대학교의 신문방송학과다.

로스쿨, 행정고시, 외무고시 못지않은 분야가 언론고시 분야다. 지금도 기레기가 되려고 비싼 돈 내고 양성중인 학과다. 신문방송학과다. 각 대학교에 있는 언론고시도전자 동아리나 방송사 근처에 있는 방송학원들이다.

언론이 그렇게 형편없으면 신문방송학과부터 없애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자 원자력발전을 중단하니 원자력학과가 없어진다. 조선소 일감이 줄어드니 조선과 관련된 학과들이 없어진다.

그러나, 기레기를 양성하는 학과는 없어지지 않는다.

정치꾼을 만드는 정치학과도 마찬가지다. 없어지지 않는다.

언론, 정말 문제가 많다.

우리 모두 열심히 비판하면서 개혁을 이뤄내자. 기레기라는 욕이 언론의 성찰과 개혁에 도움이 된다면, 더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지금의 ‘기레기 사용법’은 그게 전혀 아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기사 내용에 대해, 무조건 기레기라 욕한다. 뭐 알아보고 자시고 자기 나름대로 심도 있게 조사하는 것도 없다. 그냥 다수에 묻혀 말하는 게 편하니까 하는 소리다.

처세 법칙이 돼버렸다.

우리는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비판과 비난은 다르다.

다른 것조차 틀리다고 말하는 게, 언어 습관이 돼버렸다.

핏대 다혈질 국민이다,

모든 기자와 언론을 기레기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가 내 방식대로 ‘우리 시대 진정한 의인’이라 여기는 논객, 선동가들에 놀아나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이 발설되는 매체만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우리 국민 절반이 유튜브를 언론으로 여기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유튜브가 언론도 아니라면서, 자기에게 유리할 땐 언론이 된다.

“누가 나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가?”, “누가 내 이익에 맞는가?”, “누가 내편인가?” 이런 기준에 따라 ‘의인’과 ‘참언론’의 여부가 결정되는 세상은 잘못된 세상이다.

이건 상품이 아니다.

이미 스스로 정해놓은 ‘답정너 언론’을 열망하면 곤란하다.

진실 추구의 확신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많이 접해 냉정한 분석에 임하는 것이 올바른 세상살이다. 당연히, 기레기라는 욕도 자제해야할 것이다.

자신의 선호에 따른 ‘내로남불’의 자세는 잘못됐다. 이건 수사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회전반이 대부분 이 모양이다.

이건 우리가 소비자로서 권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급자시장에만 적응돼, 공급하는 자들 말만 추종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마케팅 구호가 정치, 언론, 권력에 적용해야 한다. 소비자로서 성찰해야 한다.

예전엔 진영논리에 충실할망정,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은 있었다.

무조건 내지르고 보지는 않았다. 막말을 했다간 퇴출된다는 정도의 경계심을 자기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이상한 공급자가 뿌리는 밑도 끝도 없는 막말과 궤변에 열광하고 있다.

기레기라고 욕하는 언론인이나 언론사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누구 못지않게 공부 많이 하고 노력하는 선량한 사람들이다.

진영대로 살대 진영 안에서 네가티브형 “누가 더 나쁜가”를 따지기보다는, 포지티브형 “누가 더 잘하나”를 따지는 생산적 방향으로 성찰하고 관찰하고 행동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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