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산림, 나무의 노령화 때문일까?

▲ 인천사람연대 대표

<'상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는 말로 시작한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다가 나무도 일정시기가 지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감소한단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린다. 오래된 나무를 베고 탄소격리능력이 좋은 어린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식목일이 있었던 주간이어서 그랬는지,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 자료를 인용한 기사가 넘쳐났다. 이산화탄소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기후변화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법이라고 말했던 숲이, 며칠 사이에 늙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7억2,760만 톤, 2019년 7억280만 톤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기후악당국가라고 불린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세계 7위, 1인당 배출량은 세계 6위다. 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 최고이며, 여전히 석탄에 의존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나 정책 지원들은 매우 미흡하다.

지난 연말, 마감기간 막바지에 UN에 2030년까지 1억 730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전력에서 6천만 톤, 국외/산림에서 3870만 톤, 수송에서 2700만 톤, 산업에서 감축량 1900만 톤이다.

산림에서 감축해야하는 목표가 교통과 산업부문의 감축량보다 더 크다. 해외 석탄투자를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외에서 온실가스를 감량할 수는 없는 조건이며, 3870만 톤의 감축 목표는 오롯이 산림의 몫이다.

그런 계획 때문인지 산림청에서 올 해 초, 2050년까지 나이든 나무는 베고 어린나무를 심는 방식으로 500여만 톤,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연간 3400만 톤의 탄소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나무는 4영급(31~40살이 된 나무) 이상이 되면 탄소 흡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산림의 69%가 4영급 이상이라는 자료를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했다.

2018년 기준, 4600만 톤에 달하는 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앞으로 늙은 나무들 때문에 2030년엔 2400만 톤, 2050년엔 1400만 톤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데, 나무의 노령화 때문에 산림의 탄소 흡수량이 가파르게 줄어든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 산림, 나무의 노령화 때문일까?

아니다.

나이든 나무를 베고, 30억 그루의 어린 나무를 심어서 줄일 수 있는 탄소의 양은 3,900만 톤이다. 이는 2019년 기준 연간 탄소배출량인 7억 톤의 5%에 불과하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은, 에너지 생산부문이다. 2018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에너지 부문은 연료 연소로 2억8,57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9.5%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공공전기 및 열 생산이 이중 94.3%를 차지하며, 석탄발전소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2018년 흡수된 온실 가스량은 4,562만 톤으로 산림지가 4,560만 톤(99.96%)의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초지가 2만 톤(0.04%)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7억2,760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겨우 4,562만 톤의 온실가스만을 흡수한 것이다. 대부분이 산림에서 흡수한 것이다.

산림청의 계획대로 나이든 나무를 베고, 30억 그루의 어린 나무를 심어서 줄일 수 있는 탄소의 양은 3900만 톤이다. (나이든 나무들이 베어지면서 흡수되지 못하는 온실가스의 양과 나무를 베고 옮기고 가공하고 태울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더하지 않더라도) 산림청의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최대 산림이 흡수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8,400만 톤이다. 2018년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의 11.5%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 집에 매달 1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치자. 미래가 불안해 진다.

이러면 곤란하지 하는 마음에 가계부를 정리해 봤다. 전기 비용으로만 40만원이 적자였다. 대신 매달 알바로 6만원을 벌고 있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리 집 살림에 가장 큰 적자가 되는 것은 전기비용 40만원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전기요금은 8만원만 줄이고 알바를 두 배로 뛰겠는가?

알바로 100만원을 벌면 쉽겠지만, 내 조건으로는 겨우 5만원밖에 더 벌지 못한다. 답은 간단하다. 40만원이 들어가는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여야만, 우리 집의 적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영흥화력 석탄발전소가 내뿜은 온실가스가 3,229만 톤이다. 삼척에 짓고 있는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1,28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영흥화력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것으로 4,511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나이든 나무를 베고,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어린 나무를 심어서 줄일 수 있는 탄소의 양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국립산림과학원의 발표 자료에도 문제점이 있다.

산과 나무들이 나이가 들어 탄소 흡수원으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주요산림수종의 표준 탄소흡수량(2019년 7월1일) 자료를 보면, 강원지방 소나무의 1ha 당 탄소흡수량은 3영급시기 9.6t에서 7영급에는 4.2t으로 줄어든다.

잣나무는 3영급 때 10.8t에서 7영급 때 5.7t로, 낙엽송은 9.5t에서 7.2t으로, 상수리나무는 14.0t에서 8.9t으로, 신갈나무는 9.3t에서 6.3t으로 줄어든다.

이 수치는 1ha 당 1년에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동일한 자료를 보면, 강원지방 소나무는 1ha에 1영급 나무가 5475그루에서 60년이 지나면 549그루만 남는다. 잣나무는 3314그루에서 462그루로, 상수리나무는 1814에서 545그루로, 신갈나무는 7360그루에서 477그루만 남는다. 1ha당 나무의 수가 대폭 줄어드니 흡수하는 탄소의 양도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반면, 나무 한그루 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그 반대로 나타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히지 않고, 언론에 실리지 않은 내용이다.

강원지방 소나무는 3영급에 8.1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7영급에는 7.6kg을 흡수한다. 잣나무는 11.6kg에서 12.3kg으로, 낙엽송은 10.6kg에서 15.3kg으로, 리기다소나무는 10.6kg에서 6.4kg으로, 상수리나무는 14.1kg에서 16.3kg으로, 신갈나무는 6.7kg에서 13.1kg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몇 개의 품종을 제외하고, 나이든 나무가 젊고 어린 나무에 비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나무를 60년 동안 벌채하지 않고 잘 가꾼다면, 상수리나무는 4그루가 1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신갈나무는 5그루가 잣나무와 강원지방 소나무는 6그루가, 편백나무는 8그루가 1t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나무의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1등급의 승용차는 1km를 주행할 때마다 8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3등급의 승용차는 128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1등급의 승용차가 1년에 15,000km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5그루의 상수리나무가 60년 동안 잘 자라야만 이산화탄소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

3등급의 자동차에는 8그루의 신갈나무가 필요하다. 강원도지방 소나무의 경우 8그루, 12그루가 자라야만 자동차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왜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신규 건설을 중단하자고 말을 못하는지? 왜 내연기관 자동차를 줄이자고 말을 못하는지? 그만큼 화석연료 시스템이 견고하다는 뜻이다.

숲은 탄소 격리장소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고다. 이런 삼림이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세계 최대의 열대 습지인 판타날에서도 나무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대부분의 화재는 화전 때문에 일어났지만, 기후변화가 촉발한 가뭄이 화재를 촉발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덥고 건조한 날씨가 나무껍질을 허약하게 만들어, 해충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호주에서는 2년 동안 극심한 날씨와 산불로 삼림 손실량이 9배나 증가했다.

온실가스 대책으로 오래된 나무를 매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탄소배출권 때문이다.

산림탄소상쇄제도가 있다. 기업, 산주, 산림조합,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자로 참여해 나무심기 등으로 산림탄소흡수량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배출권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탄소격리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 돈이 되는 사업에 많은 삼림의 소유자들이 참여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기업들은 나이든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었다고 탄소배출의 면죄부를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위기에 놓인 나무들이, 제 생명이 다하기 전에 잘려나가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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