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와 여론조사로 뽑는 지금의 방법은, 최선이 아니다

김흥순l승인2021.10.13l수정2021.10.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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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선거가 끝나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한다. 한국 선거에서는 당선자가 50% 지지표를 얻지 못하고 당선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선거가 그렇다. 조직구성원의 아쉬움은 크다.

이상한 투표제, 불완전한 투표제를 선택한 곳에서는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주민이 더 많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가장 많은 후보가 당선되지만 떨어진 쪽의 불만이 많다.

다른 방법으로 조금더 완벽한 선거를 할 수는 없을까?

선거 결과가 불공평하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혹시 만인이 납득할 수 있는 선거 방법을 없을까? 선호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의 원리에 수학을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하여 정책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집단끼리 대립이 일어날 수 있고, 이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상당한 기간 동안 협상과 설득, 토론이 이어진다.

충분한 논의 끝에 합의에 이르면 정책이 결정되고, 비록 그 정책에 반대했던 집단이라도 일단은 그 정책을 실행하는 데에 협조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이상적 상황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다. 잘못된 정보와 신념을 바탕으로 올바르지 않은 일에 국민 대다수가 지지를 보내는 상황도 있음을 생각하면 그렇다.

민주주의에서 이념과 다수결이라는 제도를 동일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사회선택이론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개인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개별 의사결정자의 이익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반적인 복지와 후생을 극대화하는 자원배분 절차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이 등장한 배경은 각 개인이 모두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려도 집합체인 사회 전체로 보아서는 그 결과가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에 근거하고 있다.

특정한 의사결정은 결정에 참여한 모든 개인의 이익을 증진시키지만, 사회 전체로는 불이익이 증대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사회선택이론은 역설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다.

예를 들어,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은 죄수가 판사에게 스스로 고문받기를 자처하며 그 대가로 형기의 단축을 제안하고, 판사도 포화 상태의 교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가정할 경우, 이 결정은 죄수와 판사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지만,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오히려 해악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의 성격을 띤다.

사회선택이론은, 프랑스 혁명 시대의 정치학자 콩도르세(Condorcet)가 분석한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 콩도르세의 역설)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역설은 3인 이상의 선출 대상자를 놓고 투표하는 경우, 그 결과가 투표자들의 진의를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확률적으로 증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적 연원으로는 케네스 조셉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가 〈사회적 선택과 개인적 가치 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1951)에서 제시한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Arrow’s impossibility theorem)를 들 수 있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는 투표와 관련한 콩도르세의 역설을 사회 일반의 문제로 확장한 것으로, 주어진 선택지들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방식을 합리적으로 규정하는 특정 조건들이 마련되는 경우에, 다수결 원칙에 따른 집단 선택 규칙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다득표제가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은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s paradox)과 애로우의 역설(Arrow’s Paradox)에서 나타난다.

콩도르세의 역설(Condorcet’s paradox)은,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콩도르세가 주창했다. '투표의 역설(voting paradox)'이라고도 한다.

한 유권자가 A를 B보다 선호하고(A>B), B를 C보다 선호할 경우(B>C), A를 C보다 좋아해야 한다(A>C). 하지만 최다득표제하에서는 이 같은 선호 이행성에 위배되는 결과(C>A)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 다수결을 통한 투표가 구성원의 선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을 나타낸다.

애로우의 역설(Arrow’s Paradox)은 경제학자 애로우(Kenneth Joseph Arrow)가 다수결에 의한 민주주의가 기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역설을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A, B, C라는 3명이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A는 양식보다 중식,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고, B는 한식보다 양식, 양식보다 중식을 좋아하고, C는 중식보다 한식, 한식보다 양식을 좋아한다는 선호 서열이 있다고 하자.

다수결에 의하면 양식이나 중식의 선택에 대해서는 2 대 1로 중식이 우선하고, 양식과 한식에서는 양식이 우선하기 때문에 이 결과에 의해, 3명은 중식으로 결정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식과 중식을 비교해 보면 A와 C가 중식보다 한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위의 결과와 양립하지 않는다. 여기에 이른바 ‘다수(파)의 사이클(cycle of majority)’이 나타나 다수결에 기초한 집단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사태가 발생한다.

애로우는 이것들을 제외하고 민주주의가 성립하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되는 몇 가지 여러 조건, 예를 들면 특정한 구성원의 의사가 사회 전체의 의사에 반영되어서는 안된다는 ‘비독재(非獨裁)’ 조건을 설정하고, 이들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만 다수결에 기초한 사회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최초로 증명하였다.

애로우의 역설은 다양한 형태로 현대정치학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상기 레스토랑의 경우 블랙(Duncan Black) 등이 증명한 바와 같이 섭취한 칼로리 양이나 가격이라는 공통의 차원을 선호의 기준으로 하여 A, B, C의 선호가 단봉형(單峰型)이면 역설이 적용되지만 이것은 중도(中道) 정당의 우위성을 논한 다운스(Anthony Downs)의 업적과 통하는 지견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수결 제도는 문제점이 많다.

다수결의 위험은 선거에서 흔히 일어난다.

국회의원을 뽑는 현행 제도와 내부 경선제도 등 모든 선거는 전형적 다수결 제도다.

이 방식은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므로 언뜻 보기에 합리적이고 별 문제가 없는 좋은 제도처럼 보인다. 수학적으로 보면 잘못된 제도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어느 지역구에 출마한 세 후보의 득표율을 조사해 보니 A가 40%, B가 33%, C가 27%였다고 하자.

40%의 득표율을 보인 A 후보가 당선되는 데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사전 여론 조사에서 A 대 B, B 대 C, A 대 C로 의견을 물었더니 B와 C가 모두 A 를 꺾는 것으로 나왔다면 어떨까?

즉, B와 C를 지지한 유권자는 모두 A를 싫어하는데, A, B, C가 모두 후보로 나오면서 A를 싫어하는 유권자의 표가 B와 C로 분산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A가 당선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낙선한 B와 C뿐 아니라 60%(=33%+27%)에 달하는 유권자가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갖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B와 C가 후보단일화를 하면 되겠지만, 이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B와 C가 대결하면 B가 이기지만, A 대 B와 A 대 C의 대결에서는 C가 압도적으로 A를 이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누구를 후보로 단일화해야 하는지 골치가 아파진다.

불완전한 다수결을 보완하고자,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투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1) 결선투표 - 1차 투표에서 1, 2위를 뽑고 결선 투표로 결정

과반수 유권자가 싫어하는 후보가 뽑히는 것이 문제라면, 역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를 떨어뜨리는 투표도 가능하다.

문제는 후보가 많은 경우 투표를 여러 차례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타협점에 해당하는 제도가 결선 투표이다.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 확정, 그렇지 못한 경우 상위 1, 2위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단 한 명을 뽑는 선거라면 유권자의 의견도 대체로 잘 반영하면서 비용도 비교적 적게 드는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이 방식을 적용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있다.

2002년 대선에서 결선에 오를 유력한 후보는 좌파 조스팽(Lionel Jospin)과 우파 시라크(Jacques Chirac)였고, 여론 조사 결과, 결선 투표에서 조스팽을 지지하겠다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

그러나, “결선에만 오르면 누구라도 시라크에게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에 좌파 후보가 난립하였고, 이 바람에 정작 결선에 오른 후보는 우파 시라크와 극우파 르펜(Jean-Marie Le Pen)이었다.

좌파를 지지하던 유권자는 어쩔 수 없이 결선 투표에서 시라크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좌파를 지지하는 유권자가 반이 넘었음에도 시라크는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

표를 가장 적게 얻은 후보를 탈락시키는 선거를 반복해서 한다면 아마도 최종적으로는 조스팽이 당선되었겠지만, 이런 방식은 지나치게 번거롭다.

(2) 1인 2표 방식 – 유권자 1인당 2표를 행사함

선거에서는 대부분 한 명에게만 투표를 할 수 있는데,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가 두 명 이상인 경우, 어느 한 명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만약 두 명 이상에게 투표할 수 있다면 과반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상대적으로 적은 표를 얻게 되어, 이 역시 유권자의 합의를 이끌어낼 만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이 방식에는 부작용이 있다.

유권자가 세 개의 큰 집단 A, B, C로 나뉘어 있고, 각 집단에서 후보가 나왔다고 하자. 세 집단의 규모가 A집단이 41명, B집단이 39명, C집단이 20명이라고 하면, 단순한 다수결 투표로는 A집단의 후보가 가장 유리하다.

이제 유권자 한 명이 반드시 두 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을 적용해 보자.

A집단의 유권자는 일단 한 표는 자기 집단의 후보에게 던지지만, 다른 한 표는 B집단의 후보에게 던지지 않을 것이다. B집단 후보를 견제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한 표는 C에게 갈 수밖에 없다. B집단도 마찬가지로 한 표는 자기 집단의 후보에게, 다른 한 표는 A를 견제하려고 C에게 던지게 된다.

그러나 C집단 유권자는 A도 견제해야 되고 B도 견제해야 된다. 따라서 만약 C집단이 한 표는 자기 집단 후보에게 던지고, 다른 한 표는 정확히 반씩 나누어 A와 B집단 후보에게 던졌다고 하자.

이제 표 계산을 해 보면, A집단의 후보가 얻는 표는 41+20/2 = 51표, B집단의 후보가 얻는 표는 39+20/2 = 49표인데, C집단의 후보가 얻는 표는 41+39+20 = 100표가 되어, 압도적 차이로 C집단의 후보가 당선된다. A집단과 B집단이 서로 상대방 후보를 견제하려다, 단순 다수결로는 가장 지지율이 낮은 후보가 당선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1인 2표 방식의 선거제도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가상의 상황 지지율이 가장 낮은 C 집단의 후보가 당선된다.

(3) 보르다 투표 – 후보에 순위를 매겨 총점으로 결정

투표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유권자의 다양한 선호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쓰도록 하면 과반수가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어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쓰도록 한다고 해서 과반수가 좋아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안된 것이 보르다 투표이다.

이 방식은, 콩도르세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였던 프랑스의 수학자 보르다(Jean-Charles de Borda)가 제안한 것으로, 유권자는 선호도에 따라 후보에게 순위를 매겨 투표한다.

집계는 순위에 따라 가중치를 주어 계산한다. 예를 들어, 1위는 10점, 2위는 9점, 이런 식으로 계산하여 최종 점수가 가장 높은 후보가 당선된다.

이 방식은 다양한 선호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훌륭하나, 여러 번 1위를 차지한 후보가 한 번도 1위를 못한 후보에게 총점으로 밀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역시 완벽하게 합리적이라 하기는 어렵다.

보르다 투표를 쓰는 사례를 들어보자.

미국의 메이저리그야구에서는 MVP를 선정할 때 이와 같은 방법을 쓴다. 투표권을 가진 기자가 뛰어난 선수를 1등부터 10등까지 선정하여 투표하며, 1등에는 14점, 2등은 9점, 3등은 8점, 4등은 7점, …, 10등은 1점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그리고, 총점을 가장 많이 획득한 선수가 그 해의 MVP로 선정된다. 보통은 1위 표를 많이 획득한 선수가 총점에서도 앞서기 마련이지만 예외적으로 1위 표를 가장 많이 획득한 선수가 MVP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의 예로는 1999년 AL MVP 투표에서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이반 로드리게스보다 1위표를 더 받고도 총점에서 밀려 MVP를 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쯤 되면, 과연 완벽한 투표 방식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워진다.

투표 방식이야 얼마든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겠지만, 혹시 어떤 방식이든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진 사람은 경제학자 애로(Kenneth Arrow)였다.

애로의 불가능 정리 – 완벽한 투표 방식은 없다.

애로는 투표 방식을 수학적으로 다루기 위하여, 먼저 모든 유권자는 후보 전체의 순위를 결정할 수 있고, 자유 의지에 따라 투표하며, 다른 유권자와 독립적으로 후보의 순위를 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투표가 이런 기본 조건을 가정하고 있으므로 별로 이상할 것 없다. 이제 이런 전제 조건 아래, 애로는 완벽한 투표 방식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조건을 생각하였다.

첫째, 투표 결과 전체 후보의 순위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다수결 방식의 경우, 득표율에 따라 후보 전체의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둘째, 투표 결과는 오로지 각 유권자의 선호도 순서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주사위를 던져서 최종 순위를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

셋째, 모든 유권자가 후보 A를 후보 B보다 더 선호한다면, 최종 결과에서도 후보 A가 후보 B를 이겨야 한다.

넷째, 최종 결과에서 후보 A가 후보 B를 앞설 때, 다른 후보 C가 추가되거나 삭제되어도 여전히 후보 A는 후보 B를 앞서야 한다.

다섯째, 혼자서 투표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독재자가 없어야 한다.

위의 다섯 가지 조건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완벽한 투표 방식이라면 당연히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놀랍게도, 애로는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투표 방식이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하는 데 성공하였다.

완벽한 투표 방식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애로는 이 “불가능성 정리”를 비롯한 여러 업적으로 197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이 정리를 증명하는 방식은 대개 앞의 네 조건을 만족하는 투표 방식이라면, 다섯 번째 조건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이는 것이다.

가끔 이것을 오해하여 ‘민주주의는 결국 독재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야말로 수학적 증명을 오해하고 있다.

이 정리에 따르면, 투표 제도는 모순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뒤집어 보면, 정치적 결정은 단순히 투표로 결정되어선 안 되며, 수많은 토론과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이상을 지지해 준다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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