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 간호사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대책위 구성, 활동 돌입 이근선l승인2021.11.27l수정2021.11.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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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 기자회견…

“진상 조사와 처벌, 재발방지” 촉구!

병원 근로계약서 공개… “직장 선택·이동 자유 막는 노예 계약” 비판!

보건의료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나순자)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병원장 윤병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모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같은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간호사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재발방치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병원 측에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업무상 재해처리,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복지부에는 간호등급제 운영실태조사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1년 동안 퇴사 불가, 동시 지원해 합격한 타 병원으로 이직 금지, 사직을 원할 경우 2개월 전 미리 통보, 특약 위반으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당사자 책임”이라고 특약사항이 적힌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근로계약서를 공개하고 “노예계약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기숙사에서 7개월 차 신규 간호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인은 신규 간호사임에도 혼자서 23명의 환자를 봐야 했고, 식대 사용 내역이 거의 없을 정도로 스스로를 돌볼 여력 없이 일해야 했다고 전해진다.

고인은 힘들다고 호소하고, 부서 이동을 요청했으나 싸늘한 거절만이 돌아왔다. 퇴직 의사를 전하자 “60일 전에 이야기해야 한다”는 답만 받을 수 있었다.

최근, 같은 병원 내시경실 간호사가 집에서 돌연사해 현장에선 과로사라는 의견이 파다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호소에도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변하지 않았다.

▲ 기자회견에서 장원석 수석부위원장(보건의료노조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이에 대해,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 비극은,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근본 원인은, 병원이 개원 전 간호인력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운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간호등급 차등제 상 1등급이다. 하지만 실제로 고인이 맡은 환자의 수는 ‘1등급’이 아니었다.

장원석 수석부위원장은 “간호등급이 1등급인데 어떻게 한 간호사가 23명의 환자를 봐야했나. 관련 부처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지난 3월 902병상 규모로 경기 북부지역 최대 규모로 개원했다.

▲ 기자회견에서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이 지역에는 이런 소문이 파다하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임금은 주변 병원보다 낮은데 일은, 더 힘들다. 새 병원이라고 가면 손해다”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은 “낮은 처우와 높은 노동강도로 개원 이후 지금까지 이 병원 간호사는 대부분 신규 간호사로 채워졌으며, 그마저도 매우 부족한 인력 상황 속에서 일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 기자회견에서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이어, 박노봉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처음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원은 개인사로 몰아가려는 술수를 쓰기 시작하다가, 언론에 보도되고 문제제기가 이어지니 그제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심지어 유가족이 고인의 기숙사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만행까지 저지르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간호사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와 특별근로감독, 재발방치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2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직무상 재해 인정, 재발방치 대책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대책위원회/ 위원장 ; 장원석 수석부위원장>를 구성했다.

대책위원회는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와 명예회복 ▲직무상 재해 인정 ▲괴롭힘과 노예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간호등급 운영 실사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충분한 인력 확충, 괴롭힘 근절, 충분한 신규간호사 교육훈련, 교대근무제 개선 등)을 촉구하며,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임석주 보건의료노조 의정부성모병원지부장과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 기자회견 마지막 순서로, (좌)임석주 보건의료노조 의정부성모병원지부장과 (우)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보건의료노조

 

다음은, 이날 밝힌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기자회견문]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병원 측에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업무상 재해처리,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한다.

고용노동부에

괴롭힘과 노예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한다.

보건복지부에

간호등급제 운영실태조사, 9.2 노정합의 조속히 이행하라.

○ 902병상 규모로 경기북부 최대 규모의 병원이자 최첨단 시설과 권위있는 의료진을 갖춘 병원으로 지난 3월 29일 개원한 의정부 을지대병원(병원장 윤병우)에서 11월 16일 24살 신규간호사가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는 간호사로서 부푼 꿈을 안고 취업한 첫 직장인 의정부 을지대병원에서 입사 8개월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오모 간호사의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

○ 도대체 누가 입사 7개월의 신규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지금까지 확인한 상황으로는 고인이 혼자서 23명의 환자를 담당해야 할 정도로 인력이 부족했고, 업무는 과중했다.

고인은 신규간호사인데도 평소 2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화장실 갈 시간, 생리대를 갈 시간조차 없었다.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병실을 열 수가 없을 정도인데도 병원은 환자를 받으라며 병상수를 늘려갔다.

일이 너무 힘들고 줄어들지 않아 엉엉 울면서 일하는 간호사들도 있었고, 격무에 시달리다 실신한 동료 간호사도 있었으며, 최근 내시경실 간호사가 집에서 돌연사한 사건까지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과로사라는 의견이 파다했다.

너무나 힘든 살인적인 업무강도 때문에 경력간호사나 신규간호사들은 퇴사하거나 다른 부서로 로테이션(부서 이동)했다. 이런 와중에 오모 간호사는 “내가 떠나면 남아있는 동료들한테 피해를 끼치게 된다. 끝까지 버텨보겠다”며 참고 버텼다.

하지만, 오모 간호사는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거나 환자 앞에서 챠트를 던지고 모욕하는 태움과 괴롭힘까지 겪어야 했다. 오모 간호사는 힘들다고 호소하고 부서이동을 요구했다. 상담을 요청하고 사직까지 타진했다.

그러나 호소는 가로막혔고, 부서이동 요구는 거절당했다. 상담 요청은 외면당했으며, 퇴사조차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만둘 수 있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건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한다.”는 대답뿐이었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특약사항대로였다.

살인적인 노동강도에다 모욕적인 태움과 괴롭힘, 사직마저 허용하지 않는 노예계약이 입사 7개월의 신규간호사였던 24살 오모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 의정부 을지대병원 오모 간호사 자살사고는 인력부족으로 인한 살인적인 노동강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태움과 직장내 괴롭힘, 인력착취를 위한 노예계약 등이 빚어낸 비극이다.

이에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의정부 을지대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고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첫째,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촉구한다.

① 오모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 관해 어떤 의혹도 남아서는 안 되며 어떤 왜곡도 개입해서는 안 된다. 오모 간호사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시가 이뤄져야 한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오모 간호사 자살사고와 관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하라!

진상조사위원회를 병원 자체로만 구성하면 조사 대상과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진상조사위원회에 반드시 유가족과 대리인을 참가시켜 철저한 진상조사를 보장하고, 진상조사 결과를 명백하게 공개하라!

② 오모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몬 원인은 명백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인력 부족과 직장내 괴롭힘, 노예계약에 다름 아닌 근로계약서 특약사항 등 오모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몬 근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라!

③ 오모 간호사를 죽음으로 내몬 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근로기준법 위반과 의료법 위반, 직장 내 괴롭힘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법 위반행위이며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의료법 위반, 직장내 괴롭힘 책임자를 가려내고 법 위반행위와 범법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처벌하라!

④ 입사 7개월차인 간호사가 인력부족과 직장내 괴롭힘, 노예계약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자살사고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이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오모 간호사의 죽음을 개인사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병원 자체 공상 처리로 끝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업무상 재해 신청 절차를 추진하고, 업무상 재해 승인을 받기 위해 성실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라!

⑤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이다. 오모 간호사와 같은 제2, 제3의 추가 피해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오모 간호사 자살사고 관련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 ▲오모 간호사 자살사고로 심각한 충격과 상처를 입은 동료직원들에 대한 2차 가해 중단 조치 ▲인력 확충 ▲간호등급 1등급 인력기준 준수 ▲신규간호사의 업무적응을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 보장 ▲직장내 괴롭힘 근절 ▲인권이 존중받는 조직문화 개선 ▲근로계약서상 노예계약 폐지 등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라!

⑥ 이번 오모 간호사 자살사고를 통해 을지대병원과 을지재단의 병원운영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을지재단의 철학인 ‘환자 제일주의’와 윤병우 병원장이 내세운 ‘경기북부지역의 건강지킴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고객의 신뢰와 감동’은 직원에 대한 존중과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을지재단과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인력 쥐어짜기 경영을 중단하고, 직원존중·노동존중에 입각한 노동조건 개선대책을 마련하라!

○ 둘째, 고용노동부에 촉구한다.

① 오늘 우리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근로계약서를 전면 공개하고자 한다. 오모 간호사가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입사하면서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그야말로 노예계약서이다.(별첨자료 참조)

근로계약서에는 ①계약체결일로부터 최소 1년 근무할 의무 ②이중합격한 병원에 입사하기 위해 사직하지 않을 것 ③사직하고자 할 경우 최소 2개월 전에 사직서를 제출할 것 ▲위 사항을 위반하여 병원에 손해 및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경우 배상 책임 등을 명기한 <특약사항>이 포함돼 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측은 인력수급난에 대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변명하겠지만, 이 <특약사항>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직장 선택과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고 인력을 착취하기 위해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리는 현대판 노예계약문서에 다름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노예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인력착취를 위한 노예계약을 폐기 조치하라!

②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 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 사건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의료기관내 태움과 괴롭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용노동부는 의료기관내 태움과 괴롭힘 실태를 특별조사하고, 태움과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수립하라!

○ 셋째, 보건복지부에 촉구한다.

① 7개월차 신규간호사였던 오모 간호사가 담당한 환자는 23명이었다. 그런데도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사 등급은 최고등급인 1등급이었다고 한다.

정말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등급이 1등급이었는지, 7개월차 신규간호사가 23명의 환자를 돌보는데 어떻게 간호등급이 1등급이 될 수 있는지,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간호등급 1등급을 받기 위해 허위신고하거나 인력을 편법 운영하지는 않았는지 보건복지부는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등급 운영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여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

② 7개월차 신규간호사가 인력부족, 살인적인 노동강도, 괴롭힘, 인력착취를 위한 노예계약으로 인해 자살로 내몰린 현실은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인권 보호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직종별 적정인력기준 마련, 간호등급제 개선, 간호사1인당 실제 환자수 제도화, 간호사 처우 개선과 이직률 감소, 규칙적이고 예측가능한 야간교대근무제 개선, 교육전담간호사제도 전면 확대, 업무범위 명확히 규정 등 9.2 노정합의 사항을 차질없이 이행하라!

○ 인력 부족 때문에, 괴롭힘 때문에, 인력착취를 위한 노예계약 때문에 의료현장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의정부 을지대병원 오모 간호사의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과 관련하여 11월 22일 <의정부 을지대병원 오모 간호사 자살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직무상 재해 인정, 재발방치 대책 마련을 위한 보건의료노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진정한 사과와 명예회복 ▲직무상 재해 인정 ▲괴롭힘과 노예계약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간호등급 운영 실사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충분한 인력 확충, 괴롭힘 근절, 충분한 신규간호사 교육훈련, 교대근무제 개선 등)을 촉구하는 오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 우리 보건의료노조는 오모 간호사 유가족과 협의를 바탕으로 앞으로 추모행사와 집회, 사회여론화활동, 의정부 을지대병원과 을지재단 면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 면담, 철저한 진상조사 촉구 대국민 청원운동, 괴롭힘 근절과 노예계약 폐지운동, 직무상 재해 인정을 위한 활동 등을 벌여나갈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죽음을 마음 깊이 애도하며, 고인의 명예회복과 함께 고인의 죽음 이전과 이후 의료현장이 전면적으로 달라지도록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밝힌다.

2021년 11월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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