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조의3(정비구역등 해제) 제④항 관련

도정법 제4조의3 제④항의 개정 배경

▲ 류재선 • 도시재생연구소장 • (전)부천시 뉴타운·재개발 비상대책연합회 공동대표 • 부천시 재개발 비상대책위원회 고문)

지난 2015. 9. 1.과 2016. 1. 27.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4조의3(정비구역등 해제) 제④항이 개정됨에 따라 각 자치단체에서 조례 입법예고안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자치단체의 입법예고안을 살펴보면, 과연 입법취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도정법 제4조의3 제④항의 핵심 내용은 “정비사업의 시행에 따른 토지등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는 경우, 그리고 정비구역의 추진 상황으로 보아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그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시·도 조례로 자치단체장이 직권해제 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라는 것이다.

도정법 제4조의3 제④항이 개정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2012년 2월 1일, 국회가 도정법에서 제4조의3(정비구역등 해제), 제16조의2(조합설립인가 등의 취소) 조항을 신설하면서 출발하였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변화였다. 그동안 도정법은 무조건 사업이 앞으로 나갈 수만 있었고, 절대로 뒤로 후퇴할 수 있는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정법에서 주민들의 의사에 의해 사업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첫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런 조항이 신설되게 된 배경에는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듯이 지난날 정치논리에 의해 행정이 무분별하게 지정해 놓았던 뉴타운·재개발사업이 취소되지 않으면 재앙은 이미 불을 보듯 뻔했고, 주민들의 저항이 날로 거세져 사업을 중단할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는 기실 거기에만 있지 않았다. 뉴타운 재개발사업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모든 주민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사업의 주체인 주민들이 주민총회를 할 때, 총회장에 진짜 조합원이 들어가고 있는지, 가짜 조합원이 들어가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개발추진세력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구성되는 선관위가 이를 해결해 줄 리 만무하고, 용역과 오에스 요원을 동원하여 물리적 폭력수단에 의존하는 조합이나 건설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총회를 진행할 리 만무했다.

사실상, 개발행위 과정에서 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 사업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철저하게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은, 행정과 의회가 뼈아픈 성찰과 함께 해결해야 할 수많은 숙제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9대 국회에서 민간이 참다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정법의 모든 악법조항을 걷어 내거나 개정하지 못한 채, 임기웅변으로 ‘도정법 제4조의3(정비구역등 해제)와 제16조의2(조합설립인가 등의 취소) 조항만 한시법으로 신설하여, 전국에서 극히 일부지역만 해산한 뒤 서둘러 재개발 사업을 중단할 수 있는 길은 종료되고 말았다. 도정법 제16조2항이 2016년 1월 31일부로 한시법의 시효가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전국의 재개발구역 주민들이 “투명한 사업보장”과 “도정법 전면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업을 언제든 취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라”며 거세게 요구하여, 19대 국회가 마지못해 법 제4조의3(정비구역등 해제) 제④항을 개정하고, 문제가 있는 재개발사업 구역을 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해제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각 지자체, 조례개정 내용 무엇이 문제인가

위와 같은 배경 속에서 개정된 도정법 제4조의3 제4항과 관련하여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개정하고 있는 실태를 살펴보면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9일 서울시의회가 조례개정안을 처음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추정비례율이 80% 이하인 곳‘에서, 주민조사에 들어가고, ‘사업에 찬성하는 조합원이 50% 미만인 경우‘ 에 직권해제 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으로 이 법의 입법취지인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거나, 정비구역의 추진상황으로 보아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행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추정비례율은 사실상 객관적인 사업성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정비례율은 첫째, 사업성을 추정하여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라고 하지만 그동안 추정비례율을 조합 측에서 일방적으로 산출하여 사업성을 부풀리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을 생각할 때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둘째,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추정비례율은 사업비가 증액되거나, 일반분양가격이 하락하는 등의 이유로 사실상 지속적으로 하락해 간다는 것은 행정공무원들이 먼저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투성이인 추정비례율에 근거하여, 그것도 이미 사업성이 없어 20% 이상 손해가 날 것이 뻔히 예상된다는 80% 미만인 지역만 주민의견을 조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따라서,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준이 아니라, 주민조사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준으로서 추정비례율은 사업성이 제로상태를 뜻하는 ‘추정비례율 100%’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래야 사업의 지속성 여부를 재산권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중단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선택하는 기준은 이법의 입법취지 대로“토지 등 소유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예상될 경우”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들이 현재 이러한 판단을 찬성자나 반대자의 과반인원으로 결정하려는 형식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행정부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실제, 사업에서 과도한 부담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는 사업에 찬성하는 인원이 아니라 “전체 개발면적에서 사업에 반대하여 현금청산을 하게 될 조합원들이 차지하는 토지면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모든 경기지역 자치단체들이 한결같이 이렇게 중요한 면적에 대한 변수는 빼놓고, 찬반 50%의 인원을 기준으로 해산을 결정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조례개정, 해답은 개발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행정부가 내놓고 있는 이러한 입법예고안이 어떤 한계를 갖고 있는지는 개발현장의 사정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사례를 부천의 소사1-1구역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부천 소사1-1구역은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현금청산을 하게 되면, 공공용지와 함께 현금청산해 주어야 할 면적이 개발구역 전체 면적의 약 75%를 차지한다. 사업이 강행될 경우 개발구역 대부분이 현금청산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러나 이 지역에서 사업 찬반 인원을 조사해보면, 50:50의 비등한 세력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이 지역이 막상 사업을 강행할 경우 개발구역 전체면적의 약 25%를 소유한 조합원들이 전체면적의 약 75%에 해당하는 땅을 현금청산해 주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토지 등 소유자들에겐 이미 과도한 추가부담이 예정된 상태라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조합원의 찬반의견이 50:50으로 팽팽한데, 왜 해산동의자들의 면적이 저렇게 높고, 현금청산 면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은 현장 상황을 이해하면서 곧 바로 이해되고, 이 지점이 바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비밀열쇠가 존재하는 곳임을 알게 된다. 사실상 개발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든 병폐가 바로 여기에 모든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먼저, 찬성자와 반대자가 인원 상으로 팽팽한 과반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찬성자들이 소유한 면적이 불과 20~30% 정도밖에 안 되는 구역이 대다수인 까닭은 개발구역마다 10평 이하의 빌라나 연립 등에 투자한 외지 투자자(투기적 수요)들이 30~40%에 이른다. 여기에 지분 쪼개기를 통해 한 두 평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조합장이나 이사, 대의원 등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개발을 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도로 지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찬성 세력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도 그들이 차지한 면적은 전체 비중에서 불과 20~30%밖에 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이에 반해, 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빌라나 연립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투기적 수요가 아닐 경우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억’ 소리 나는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주로 사업에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30평~60평 내외를 소유하고 있는 상가나 단독주택 소유자들이 주로 사업에 적극 반대하기 때문에 비록 숫자로는 찬성 측 인원 보다 적더라도, 면적으로 계산하면 절대 다수인 70~80%가 반대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지분인 것이다.

입법취지 벗어난 조례개정안 수정해줄 시의회 활동이 필요하다

이제,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부동산 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인구절벽현상이 나타나고,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어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죽자고 재개발 사업을 강행하려 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눈치 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동안 사업을 투명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할 행정부가 지난 도정법 제16조 2에 의해 조합을 해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때도 그랬고, 이번 조례안 개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의 찬반 인원이 중요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들이 바뀌지 않고 있는지 주민들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행정은 찬반 입장에 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면 그럴 듯하게 들리는 주장이지만 그것은 토지 등 소유자에게 “과도한 추가부담금을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였으니 이제, 그 주장은 무언가 다른 의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례개정 제2호와 관련된 “지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역시 찬성과 반대 입장에 형평성이 있으려면, 찬반 조사에서 어느 쪽이든 과반(50%)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듯 보이지만, 그런 논리는 토건세력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의도나 다름이 없다. 도정법은 조합설립인가시 조합설립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과반 이상이 아닌, 75% 이상의 높은 동의율을 요구하고 있다. 찬성자의 면적도 50% 이상이 되어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개발행위에 절대 다수가 참여해야 주민을 위한 주거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익사업이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재산권을 함부로 침해하는 요소가 최소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법 제4조의3 제4항’과 관련된 조례개정의 내용에는 이 법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추정비례율 80% 이하’라는 조항을 넣어 주민들이 찬반 의견 조사에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또한, 사업의 진퇴를 결정하면서 진정으로 주민들을 위해 “토지 등 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는 경우” 직권해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례개정시 반드시 ‘반대자(현금청산자)의 면적이 40~ 50% 이상일 경우 해제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현재 제1금융권은 사업성이 없는 재개발 구역에 이미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억지로 사업을 강행하려는 시공사들은 제2금융권에서 10% 이상의 높은 금리를 지급하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청산 해야 할 면적이 많은 지역에서 과도한 금리를 감당해가며 사업을 진행할 경우, 결국 과도한 사업비용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이렇게 되기 전에 개발구역 반대자(현금청산자)들의 면적을 살펴,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는 상태를 조례개정안에 넣어 직권해제 조항으로 재개발 재앙을 막아야 한다. 현재로선 이를 해결할 곳이 자치단체에서 입법 조례안이 상정될 때, 시의회 상임위에서 행정부가 제출한 원안의 문제점을 수정하여 올바른 조례안으로 수정가결 해줄 시의원들의 활동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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