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법률심판제청 기자회견 개최

▲ 금융피해자연대가 17일 오후 1시 서울고등법원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17일 오후 1시 서울고등법원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조 원대 다단계 사기의 모집책이나 피해를 양산한 사업체 운영자의 명예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IDS홀딩스 피해자나 진실을 알린 기자를 처벌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주최한 금융피해자연대는,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전국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밸류인베스트코리아 피해자연합, 로커스체인 사기 피해자모임, IDS홀딩스 피해자연합, MBI 피해자연합 등으로 금융사기 피해자 당사자들이다.

금융피해자연대는, 1조원대 다단계 금융사기집단 IDS홀딩스 피해자는 집회신고를 한 상태에서 IDS홀딩스 모집책의 집 앞에서 모집책의 유죄 확정 판결문을 읽었다.

금융피해자연대는, 먼저 “IDS홀딩스피해자는 집회신고를 한 상태에서, IDS홀딩스 사건을 알리고 모집책들이 집행유예라는 낮은 형을 받은 것을 기화로 피해회복을 거부하는 실태를 고발하기 위해서, 본보기로 IDS홀딩스 모집책의 집 앞에서 IDS홀딩스에 대한 확정판결문을 읽었다”고 밝혔다.

이어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자가 재정상태도 열악한 상태에서 사업을 한다고 하면서, 투자의 명목 혹은 대여의 명목으로 여러 명의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아 피해를 양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모 인터넷언론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위와 같은 사업의 피해자들의 사연을 올리면서, “사기를 당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조심하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IDS홀딩스에 대한 확정판결문을 읽은 IDS홀딩스피해자와 기자에 대해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이지만, 사실을 적시하여 IDS홀딩스 모집책과 사업체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피해자연대는, “IDS홀딩스 피해자와 기자는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한 것이고, 시민으로서도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며 “너무나 황당한 일이다. 1조원대 다단계 사기의 모집책이나 피해를 양산한 사업체 운영자의 명예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IDS홀딩스 피해자나 진실을 알린 기자를 처벌하고 있다. 한마디로 피해자는, 입닥치고 가만이 있으라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피해당사자들인 기자회견 참석자들의 목소리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예방도 방해하는 법이다.

최종적으로 불기소, 무죄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그 과정까지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러한 형사처벌의 위험은, 우리 사회에 강력한 위축효과를 발휘하며 수많은 용기 있는 고발을 억제한다.

피해사실에 대한 고발은 가해자에 대한 평가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 법은 이러한 발전적 고발을 억제시킴으로써, 사회 진보의 기회를 박탈하는 심각한 해악을 가지고 있다.

만일, 진실한 사실 중에서도 사생활의 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막도록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러한 부분에 한하여 이를 금지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수단을 통해 보호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를 넘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말이라면 모두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징역형까지 내려질 수 있으며, 실제로 임금체불, 폭행, 대리점 갑질 등 사생활의 비밀이라고 볼 수 없는 공표에도 유죄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심지어는, IDS홀딩스 모집책의 범죄행각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피해발생의 공표나 실체가 불분명한 사업체 운영자의 사업으로 인한 피해발생의 공표에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여 기소하고 있다.

사생활의 비밀과 무관한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사례는 한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명예훼손죄를 두고 있는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진실한 사실을 입증하는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실무상으로도 사생활의 비밀 보호에 이용되고 있지 평판 보호를 위해 남용되고 있지 않다.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IDS홀딩스 피해자와 같은 피해자나 기자와 같은 고발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범죄예방까지 방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