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4주년 세계 여성의 날은?

오늘 여성은......

여성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20대 대선!

그 어느 때 보다 여성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20대 대선.

유력 후보들이 소위 ‘이대남’의 표를 얻겠다며 ‘안티 페미니즘’에 편승하는 전략을 구사하면서,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차별과 혐오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짧은 구호로 주목을 끄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상대 후보 배우자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온갖 여성 혐오성 공격이 넘쳐나고 있다. 차별과 혐오에 바탕을 둔 정치로 인해 성평등 사회를 향한 사회적 논의는 크게 후퇴하고 있다.

코로나19 드러난 차별과 불평등 구조

구조적인 성차별과 불평등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소득 위기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간병 노동자들의 감염 사망, 콜센터 노동자들의 집단 감염을 계기로 사회가 멈춰도 일해야 하는 필수노동자 중 대다수가 여성이고 고용형태로 인해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남성-생계부양자로 여성- 육아·자녀교육·가족 돌봄 전담자라는 구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피해는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가 여성이 다수인 대면서비스 산업에 집중되었고, 학교와 어린이집이 폐쇄되어 돌봄 공백이 발생하여 자녀를 둔 여성에게 고용 충격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났다.

정부의 대책에서도 성별 격차가 심각하게 드러났는데, 고용유지지원금은 남성에게 집중된 반면 육아휴직,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가족돌봄비용 긴급지원은 여성에게 집중되었다.

성차별은,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라는 유력 대선 후보의 진단은 틀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성별임금격차는, 한국 여성 노동자들이 일의 세계에서 겪는 모든 차별이 농축된 결과다.

여성 노동자는 평생 동안 남성 노동자보다 30% 적은 임금을 받는다. 산업 전반에서 남성과 여성의 일이 뚜렷하게 구별되고 여성이 하는 일에는 가치가 낮게 매겨져 있다.

양육 책임은 여성에게 전가되어, 여성노동자 3명 중 1명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일터를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다. 취업을 하고 나서도 승진 차별을 겪고 경력 단절에 직면한다. 인사에 권한을 가진 남성 관리자들의 성희롱·성폭력은 안전한 일자리를 위협한다.

모든 여성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의 날

3·8 세계 여성의 날은, 전 세계 모든 여성들이 성평등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요구를 내걸고 연대하고 투쟁하는 날이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 세상으로!”라는 구호를 더욱 크게 외치자. 일터에서의 성차별을 없애고 평등한 노동환경을 쟁취하고,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여성 노동자들의 요구가 넘쳐나게 하자.

역사속 여성은?

여성노동자 투쟁으로 시작된 세계여성의 날

1908년 3월 8일, 미국의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여성에게도 선거권을 달라”고 외치며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섰다.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먼지를 마시며 쉬지 않고 일을 하며, 국가 경제에 헌신할 것을 요구받으면서도 어떠한 정치적 권리도 없었다. 그 때문에 여성노동자들은 노동자이자, 시민이고, 인간이기에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 수 없다며 용감하게 거리로 나온 것이다.

1911년 첫 번째 세게 여성 노동자의 날

이러한 열악한 현실에 분노하여 거리에 나선 여성노동자들의 투쟁과 저항을 기억하며 전 세계 여성들의 연대를 도모하기 위해,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는 ‘세계 여성노동자의 날’을 정하였다.

그 결과, 1911년 첫 번째 ‘여성의 날’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에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쏟아져 나와서 “이날은 우리의 날이다. 여성노동자들의 축제일이다”라고 외쳤다.

작은 도시 곳곳에서 회의가 열렸고, 거리 곳곳에서 시위가 진행되어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과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1977년 유엔총회 결의

그 뒤, 유엔이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정하고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1977년 12월 유엔 총회에서는 각 국가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할 것을 결의했다. 이는 1908년 이후 67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여성노동자들이‘세계 여성의 날’을 지켜내면서 성차별을 없애고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벌인 결과였다.

▲ 러시아 빵과 장미를 위한 여성 시위 모습

한국에서의 세계 여성의 날

한국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이 일제 강점기에 시작되었다.

1919년 3·1운동 이후 활발해진 민족해방운동의 분위기 속에 결성된 여성노동단체인 조선여성동우회가 1925년 ‘국제무산 부인데이’ 기념행사를 하려 했다.

그러나 일제에 의해 행사가 금지 당하자, 대신 ‘국제 부인의 날’을 기념하는 간담회를 개최한 것이 ‘세계 여성의 날’ 기념의 시작이다.

또, 1927년에는 조선여성동우회와 경성여자청년동맹이 ‘국제무산 부인데이’기념 대강연회를 공동 개최했다. 해방 이후 결성된 조선부녀총동맹은 “3월 8일을 조선 부녀해방투쟁의 기념일로!”라는 강령을 내걸고, 1946년과 1947년 3월 1일에서 8일까지를 ‘부녀해방투쟁기념주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1946년 ‘3·8부인대회’는 미군정이 허가하지 않아 ‘부인 위안의 날’, ‘국제부인의 날 축하식’으로 진행되었다. 해방 이후 처음 하는 기념식에 1,000여 명의 기혼여성노동자들이 참여해 정부수립을 앞두고 “민주주의 정권 수립 없이, 1500만 부녀의 해방은 없다”라고 외쳤다.

1947년 ‘3·8국제부인의 날’ 기념대회에서는 우익세력들의 테러가 심각해지자 “테러근절책 확립, 토지개혁” 등을 요구했고, 처음으로 국제민주여성연맹에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정부수립 이후 독재정권의 통제로 수십 년간 여성노동단체 활동이 없다가, 1983년 여성평우회가 결성된 이후 1985년에 ‘여성의 날’이 복원되었다.

당시 여성노동자들은 톰보이 부당해고반대 투쟁, 결혼퇴직제 반대운동, 25세 여성 조기 정년제 반대운동, 금융권의 여행원제 폐지운동 등을 벌였다.

이처럼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활발하게 펼쳐지던 상황을 반영하여 1985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대회는 ‘민족·민주·민중과 함께하는 여성운동'이라는 제목으로, 각계 기층 여성들의 투쟁에 연대를 표명했다.

이 대회는 여성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진보적인 여성단체들과 여성노동자들이 결합하여 여성노동 문제를 폭로하고, 연대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1989년 여성노동자대회 시작

여성노동자들이 주체로 나서 그해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리고 실천을 결의하는 여성노동자대회가 시작된 것은 1989년부터였다.

1989년 서울지역노동조합협의회 여성국과 한국여성노동자회의 주최로 ‘차별의 사슬을 끊고 단결전진이다’는 제목으로 열린 여성노동자전진대회를 시작으로 1992년까지는 각 지역에서 지역노동조합협의회의 여성국과 여성노동자회가 같이 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1993년에서 1995년까지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과 전국업종노조회의, 그리고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가 같이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개최하여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사회적 평등을 요구하였다.

특히 1994년 ‘3·8세계 여성의 날’기념 한국여성노동자대회는, 노조운동과 여성운동의 힘을 최대로 결집하기 위해 노동조합, 여성노동자회, 여성단체가 모여 3월 5일 개최됐다.

이 대회에서는 “유급 생리휴가 무급화 저지, 산전산후휴가 90일 쟁취, 근로자파견법 제정 저지와 고용안정 쟁취” 등을 결의하였다.

1995년 3월 11일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는 “여성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고용평등, 모성보호의 확대, 직장 탁아소의 확대” 등을 요구했다. 이 시기는 전노협이 공동 주최를 하여 여성노동자대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과 세계여성의 날

1995년 민주노총이 건설된 이후, 1997년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만들어지자 1998년과 1999년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가 공동으로 전국여성노동자대회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민주노총이 독자적으로 대회를 진행하거나 연대단체와 함께 진행하면서, 매해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공유하고 그 해결을 요구해왔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들의 집단적인 저항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고, 여성노동자들의 국제연대를 강화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후 여성노동자들은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투쟁하다가, 매해 ‘세계 여성의 날’에 그 요구를 모아 세계적으로 연대하는 날로 만들어서 현재까지 이어왔다.

세계 속 여성은?

스페인노총

“페미니즘과 젠더 관점을 모든 정책에 포함시키고 실천으로 옮기자”

스페인노총(CCOO)은 ,2021년 12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페미니즘을 조직의 주요 원칙으로 포함하도록 한는 강령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평등을 옹호하고 차별에 맞서는 투쟁을 일상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을 결의했다.

2022년 3·8 여성의 날에는 양 노총이 함께 “△ 법개정으로 의무화된 기업별 성평등 계획 수립을 위해 성평등 단체교섭을 실시할 것 △ 새롭게 도입된 유럽 연합 지침에 따라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60%로 법제화 할 것 △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을 근절할 것 △ 양질의 공적 돌봄 서비스 강화를 위한 예산을 투여할 것”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대회를 개최했다.

터키 “빈곤, 불평등, 폭력에 맞서 거리로 나서자”

2021년 3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여성폭력과 가정폭력 예방 및 퇴치를 위한 유럽평의회 협약(이스탄불 협약)” 탈퇴를 선언했다.

해당 조약 내에 있는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근거한 차별로부터 폭력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터키 내 “가족의 가치”를 위협하고 “동성애를 일반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터키 진보노총은, 2022년 3·8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권리를 크게 후퇴시키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욱 강화할 이러한 조치를 규탄하며, 이스탄불 협약을 복원하고 ILO 일터에서의 폭력 괴롭힘 방지협약 (190호)를 비준할 것을 촉구하는 행동을 전개한다.

프랑스 오후 3시 40분 여성 파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