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넌덜머리를 내신 분들이 많을 것

대선이 끝나더라도, 실행 가능한 정치개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 김정진

변호사

(전)민주노동당 정책부장

필자는 정치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정당에서 여러 잡다한 일을 해 본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그 일을 제대로 하려고 하면 얼마나 번잡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기대에 부응하는 인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어서인가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사실 사람이라는 요인보다는 제도라는 요인이 더 결정적이 아닌가 싶다.

제일 힘든 일이 소수정당에서 정치하는 일이다.

정치는 공직에서 당선이 되어야 의미가 있는 일인데, 대한민국과 같이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대표제(결선투표가 없다는 의미임)에서 양대 정당 외의 정당에서 정치를 하려고 하면, 당선되기가 정말로 하늘에 별 따기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것은 물건을 사는 것과는 정말로 달라서, 시장에서는 신상이 나오면 한 번 사보기도 하지만, 정치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유권자들은 익숙하고 익숙하고 익숙한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하고 그 성향도 잘 바뀌지 않는다.

계속 낙선하면서 정당활동을 한다는 것처럼 고역이 없다. 선거 몇 번 나가면, 더 이상 주위 사람들에게 정치자금 모으기도 쉽지가 않다. 하나 같이 주위의 반응은 될 정당으로 옮겨 타라는 말 뿐이다.

불평등의 시대에 이제 소수정당 후보들도 자산가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이 번 선거의 특징이다.

이 번 대선에 나온 한 소수정당 후보는 자산이 1000억 원을 넘고, 허경영 씨 또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도 3지대에서 오래 버틴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양대정당에서 정치하려고 해도 다른 면에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소수정당에서는 공직선거에서 당선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지만, 양대정당에서는 공천받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다.

밑바닥부터 열심히 해서 위로 올라가는 일 따위는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당내 공천 절차는 공정한 경쟁과는 사실 아무런 관련이 없고, 전략공천이라는 말이 일반화되어 있듯이 당 지도부가 외부에서 인물을 수혈해다가 내리 꽂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거 때마다 양당의 공천을 받으려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그 정당이 지배적인 지역에서는 요구하는 바는 동일하다. "공정경선 보장"

그리고 외부수혈, 전략공천 방식에 대해서 국민적 반감도 별로 없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크다 보니 국민들도 외부에서 수혈해서 공천을 하는 것을 오히려 반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 없이 갑자기 벼락출세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것은 정치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중에서 그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아 당 지도부로 진입하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양대정당 주변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면, 실력이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이 없어서 뭐가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 운을 거머쥔 사람들도 관찰해 보면, 타인보다 정치적 능력이 출중한 경우도 있지만 심하게 말하면, 마키아벨리가 말한 "FORTUNA"가 이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인물도 많다. (소시적 군주론을 처음 읽을 때 "FORTUNA"가 뭔 말인가 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심오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 동네 용어로 하면 '관운' 정도 아닐까.)

사실 한국과 같은 정치 환경에서 시민들이 제대로 된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키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시민들이 투표를 통한 응징을 하거나, 독재나 농단을 하면 거리로 뛰쳐나가 견제나 제어를 하는 방법은, 역사적으로 그 노하우가 많이 축적해 있어 발달해 있지만, 긍정적으로 무슨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헌이나 선거제도 같은 큰 틀의 제도개선도 중요하겠지만, 정당의 후보자 공천이나 소수정당에게 기회를 주는 여러 제도 개선은 다양한 형태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선 후 몇 개월 후 있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구를 최소 4인 정도로 하는 사소한 개혁만으로도 아마 지방의회의 부패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정당법에서 지역정당을 허용하면, 패권적 정당의 독재에 신음하고 있는 영호남 지역정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래로부터 성장한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넌덜머리를 내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대선이 끝나더라도 실행 가능한 정치개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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