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법의 종류에는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이 있다.

법적용에는 3대 원칙이 있다. 상위법 우선의 원칙, 특별법 우선의 원칙, 신법 우선의 원칙이다.

또 우리가 잘 모르는 것 중에 명령에는 시행령이 있다.

대통령이 행정부에 발동하는 명령이다.

법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행정부 공무원이나 기타 관료들이 잘 써먹는 편법이 내부지침이 있다.

문제는 헌법 75조에 나오는 대통령 명령이다.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모든 것을 법률로 정할 수 없기에 법률이 하위 법령에서 정하도록 명시적으로 위임하거나, 법률을 단순히 이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이 대신 정하라는 이야기다.

법의 종류는 법의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으로 이어지는 법의 계급이다. 법이 헌법에 어긋나면 안 되듯, 시행령도 상위 규범인 법률을 넘어설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은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법 계급 상 아래에 있는 것이 위에 있는 법을 흔드는 일이 많다.

내부지침으로 법을 운영하는 관료들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시행령도 마찬가지다. 낮은 시행령으로 높은 법률을 뒤흔드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른바 ‘법 위의 시행령’ 논란이다. 이런 걸 일일이 헌법재판소로 가져가기도 어렵다.

대표적 모순이 이명박 정부 때 22조원 국비를 사용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려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손댄 일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기 위해 시행령 예외사항에 ‘재해예방’을 슬쩍 넣었다.

부산고법은 사업이 끝날 즈음에야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이라 판단했으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행정부 관료들은 틈만 나면, 시행령으로 법률을 뛰어 넘으려 시도한다.

이런 편법이 동원되는 이유는 여소야대일 때다.

법을 고치고 싶은데 집권당이 국회 다수당이 아니라 통과가 어렵거나, 법률 개정 과정의 사회적 논란을 손쉽게 피하려는 의도에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법외노조로 통보할 때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시행령도 그렇다.

그 시행령이 위법다고 판단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행정부의 이런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의 결단에 따라 폐지된 ‘노조 해산 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법률상 근거 내지 위임 없이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란 판단이다.

법의 하극상인 ‘법 위의 시행령’은, 결국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3권 분립이란, 민주주의 원칙을 벗어나 행정부가 입법부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셈이다.

국회는 2020년 2월 국회법을 개정해 대통령 시행령에 제동을 걸었다.

해당 법률을 관장하는 상임위원회가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 보고서를 국회의장한테 제출하면, 본회의를 거쳐 이를 행정부에 송부하고, 정부는 그 처리 결과를 국회에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혁신처가 하던 인사검증을 ‘소통령’ 소리를 듣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하겠다고 나섰다.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두고 또 논란이 생긴 이유다.

문제는 국회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자신들이 견제를 위해 가져야 한다고 해서 가졌다가 여당이 돼 돌려줘야 할 때는 다수의 힘으로 가졌다.

그러다가 다음에는 주겠다고 합의를 해놓고, 약속을 깨고 주지 않겠다고 나오고 있다. 다른 사람의 약속위반을 엄하게 추궁하려면, 자신들부터 규칙과 약속을 잘 따라야 한다.

국회가 정신 차려야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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