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과 대자연 그리고 문명

이승무l승인2022.08.01l수정2022.08.02 12:0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지금 캐나다를 방문 중인 가톨릭교의 로마 교황 프란체스코는, 과거에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원주민 자녀들에 대한 강압적인 동화교육과 이 과정에서 다수 원주민 자녀들의 사망을 불러온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했다고 합니다.

근대 이전부터 중국과 로마 같은 거대 제국에는, 자신들에 동화되지 않은 변방의 뭇 민족들을 야만(野蠻)이라고 부르는 언어 관습이 있었습니다. 20세기를 거치면서 야만과 문명이란 구분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된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시리아 같은 서구의 정치, 경제제도와 가치관에 맞지 않고 이에 도전하는 것처럼 비추어지는 나라들을 대하는 NATO 나라들의 언행을 보면, 문명과 야만이란 용어는 사용하지 않지만 위의 나라들을 자신들이 이룬 문명과 가치에 맞지 않는 야만국들로 취급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 보는 이런 야만국들의 특징은 독재와 권위주의, 인권 탄압, 언론, 집회 결사 등의 자유권의 억압, 국제통상규범과 군사질서에 대한 도전 같은 것으로 서구 민주주의의 가치에 배치되는 관행들입니다.

이들이 이런 행태를 그대로 가지고 생존하며 발전하는 것을 그냥 두면, 자신들에게 위험하고 세계평화를 위태롭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힘을 꺾기 위한 여러 가지 정치 군사적인 움직임이 있고, 그중 대표적인 기구가 NAT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쿼드, 북한과 중국을 직접 적대시하는 미일동맹, 한미동맹 같은 것들이 이에 속합니다.

지난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일방적인 공격행위로서 언론보도대로라면 이런 시각에서 보면 대표적인 야만국의 행동이고, 문명질서에 반하는 행동입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군은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민간인들까지 태연하게 공격하여 몰살시키는 일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류가 그동안 쌓아온 인도주의(humanism)의 가치관을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뜨리는 행동으로 평가되고 이를 소재로 러시아에 대한 분노와 응징의 감정과 명분을 이루는데 서방측에 의해 이용됩니다.

유럽인들에게 훈족, 몽골족, 오스만 투르크 같은 동방의 침략세력은 언어와 관습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대화도 할 수 없고, 전법(戰法)이 완전히 달라서 예측불가능하고 그 잔혹한 점령정책으로 공포의 대상이었고 같은 인간으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잠재의식을 가진 유럽인들이 인종주의적 편견을 가지고 지구상의 다른 지역의 원주민들을 노예화하고 몰살시키고, 지금도 미국에서 백인들이 자기들과 다른 모습을 한 유색인종들을 공권력을 가진 자들을 통해서까지 잔혹하게 다루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인과 미국인들에게는 또 하나의 야만세력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후변화라는 무기를 가진 자연과 지구라는 야만족입니다.

전법 자체가 예측불가능하고, 이들을 상대로 정복전쟁을 벌이거나 방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가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것을 깨달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서구인들은 생각을 고쳐먹고 이제는 자연과 공존하고 생태적으로 살아간다는 가치관을 만들어내어서 이를 또 다시 자신들이 문명인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자연을 정복하려는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사람들, 자연을 상대로 첨단 무기(기술)을 가지고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 가고 눈총을 받으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사실은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같은 야만국들도 서구문명을 위협하는 대자연과 비슷한 면이 많이 있습니다.

가장 비슷한, 아니 공통적인 면은 강력한 불굴의 생존의 의지입니다. 자신들의 생존 의지에 거슬리는 것에 대해 무자비한 반격을 가할 태세를 갖추고 이를 실행에 옮기며 이를 위해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단결하고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평화니 자유니 하는 문명이 만들어낸 미사여구에 전혀 현혹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서구 문명권으로부터 혜택을 받기보다는, 침략과 학대와 기만을 당해 온 역사 때문에 서구 문명이 제시하는 가치를 표현하는 미사여구들을 기만전술로 여기고 서구 문명으로부터 과학기술만을 가져다가 대항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추어 아메리카의 원주민들과 다르게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기에, 서구가 생존의 의지로 다져진 이들을 더 이상 회유하거나 설득하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야만국’들이 지나온 역사와 이에 따른 행태를 이해한다면, NATO나 어떤 서구 가치를 중심으로 한 동맹이 이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순치시킨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서구 문명권에 유일하게 남은 대안은 기후변화 시대에 자연에 대해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처럼 문명의 이름으로 저지른 식민지 지배와 노예화와 제국주의적 팽창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고 앞으로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야만국들은 유럽인종들에 짓밟힌 캐나다 원주민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을 축적해 왔고 그 수단을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 자체가 생명 연장과 진화를 중심으로 한 지구 생태계의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야만국들은 그런 점에서 가장 대자연에 근접해 있고 그래서 대자연과 함께 대서양 문명과 대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한반도에서도 야만과 문명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야만을 회유하고 기만하고 정복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합니다. 대자연이 정복 가능하지 않고 그런 인간 기술에 격렬하게 반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정책이 환경 친화적이고 자연 생태계와 평화로운 관계를 가지도록 하는 방향이어야 하는 것처럼, 야만을 대하는 정책은 무기를 버리라는 회유정책이 될 수 없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 공존 정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경제활동의 측면에서는 순환경제가 그러한 방향이라고 하겠습니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Lg

이승무  sngmoo@cycleconomy.org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협동조합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1963)인천광역시 연수구 먼우금로161번길 12. 109동 501호(동춘동, 롯데아파트)  |  대표전화 : 032-424-7112
등록번호 : 인천 아 01227  |  등록일 : 2015년 03월 31일  |  발행인 : 홍세화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이근선  |  편집인 : 이근선
깊게 보는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22 개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