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한민족의 기억상실증

외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존심은 필요하다 김흥순l승인2022.08.02l수정2022.08.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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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스타벅스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가 들어간 증정품 가방을 생각하면, 한민족이 정신적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이다. 명품에 미쳐 날뛰는 족속들의 기억상실증이 생각난다.

외국에 대한 사대주의, 외국 명품 업체나 고급차에 대핸 굴종적 자세를 가진 태도다. 외제차 타는 자들의 무례한 행동으로까지 나타난다.

이번 스타벅스의 문제는 그것이 드러난 사건이다.

인기 있는 선물을 미끼로 물건을 파는 것은 스타벅스의 상술이라 쳐도, 거리낌 없이 ‘발암물질’을 배포하면서 뻣뻣한 스타벅스의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행태가 괘씸하다.

한국인이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포름알데히드는 건축 자재의 방부제로 자주 사용돼, 새집증후군의 주원인 중 하나다. 독성이 강한 유해 화학물질이자 1급 발암물질이다.

여름 방학 때 곤충채집 때 사용하는 공업용 방부제인 포르말린은, 포름알데히드의 35~40% 수용액이다.

스타벅스가 올여름 고객 증정품으로 배포한 굿즈 ‘서머 캐리백’(여행용 가방)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국가공인기관에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결과, 개봉 전 제품 표면에서 ㎏당 284~585㎎(평균 459㎎), 내피에서 ㎏당 29.8~724㎎(평균 244㎎)의 포름알데히드가 나왔다고 7월 28일 발표했다.

현행법상 가방류는 유해물질 안전요건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재킷 등 외투류의 안전 기준치(㎏당 300㎎ 이하)를 초과한다.

더 큰 문제는 명품 업체나 다른 외국 업체처럼 스타벅스코리아 측이 포름알데히드 검출 사실을 알고도 가방을 나눠준 것이다.

회사 측은, 여름 이벤트 시작 전인 지난 5월 제조사로부터 포름알데히드 검출 결과서를 받고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행사를 강행했다.

캐리백에서 오징어 냄새 같은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의견이 계속 나오는데도, 일부 제품 원단의 인쇄 염료 문제라며 시간이 지나면 냄새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다 온라인상에서 폭로와 비판이 확산되자, 부랴부랴 사과에 나선 것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성분 검사 결과를 교차 검증하느라 시일이 지체됐다고 둘러댔다.

이 캐리백은 음료 17잔을 마셔야 받을 수 있는 올여름 한정품이다.

스타벅스 측은 한정품의 인기를 노려 수년 전부터 이런 이벤트를 지속하고 있다.

재작년에는 음료 300잔을 주문해 증정품만 챙기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6·25전쟁이 끝나고 서울 남대문시장에는 속칭 ‘도깨비시장’이 생겼다.

‘미제(美製)’를 몰래 팔았다. 주로 미군 부대 또는 미국 구호물자에서 불법으로 흘러나온 물건들이었다. 변변한 국산(國産)이 없던 터라 부유층에게 꽤 인기였다.

단속반이 뜨고 지는 데 따라 미제는 도깨비처럼 진열대에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한국전쟁 직후는 ‘미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시절이다.

미제란 단어는, 요즘말로 ‘명품’의 동의어다.

도깨비시장에는, 화장품·약·통조림·잡화·전자제품·주방기구·내복에 이쑤시개까지 ‘없는 게 없는’ 곳이었다. 하도 신기한 물건이 많아 ‘허깨비시장’이란 말도 나왔다.

‘부정 외래품의 온상’으로 찍혀 일시 폐쇄된 적도 있지만, 남대문시장에만 1200여 곳의 도깨비 점포가 한때 성행했다.

1983년 수입 자유화 조치가 본격 추진되면서 쇠퇴했다. 지금은 ‘도깨비수입상가’로 변신해 맥을 잇고 있다.

도깨비시장은 미국을 자유와 풍요의 상징으로 비춰준 시대의 창(窓)이었다.

미국에 대한 동경을 자극해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고 다짐하게 했다.

교육열도 이때 타오르기 시작했다. ‘못 입고 못 먹어도 자식만은 학교에 보내 출세시킨다’, ‘논 팔고 소 팔아도 학비는 댄다’고 했다.

미국의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회고록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Known and Unknown)』에서 “미군의 (6·25) 참전으로 자유와 경제적 성공을 일군 한국의 ‘역사적 기억상실증(historical amnesia)’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북한 수용소에 갇혀 있지 않은 것은, 많은 미국 청년들이 50년의 ‘잊혀진 전쟁’을 위해 싸웠기 때문이라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그의 말처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전쟁의 폐허를 딛고 우리의 오늘이 있기까지 미국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망각(忘却)의 동물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보고 배운 것을 한 시간이 지나면 절반 정도, 한 달 후에는 80%가량 잊어버린다.

20% 정도만 뇌의 한 구석에 희미하게 남는다.

이 20%의 과거 경험을 거울로 삼을 때 역사적 진보는 이뤄진다.

기억할 건 기억해야 한다.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외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존심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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