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광산과 자원경제

이승무l승인2022.11.14l수정2022.11.1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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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4일 금요일에 경북 봉화의 아연광산에서 220시간 동안 지하에 매몰되었던 광부 두 분이 구출된 소식이 있었습니다.

광산업은 산업재해율이 다른 모든 광공업 중에서 월등하게 높은 분야이고, 산재보험의 보험료율 자체에 월등하게 높습니다.(석탄광업 채석업 : 185/1000, 금속, 비금속 기타광업 57/1000)

우리나라는 아연광산 자체는 상당히 미미한 생산수준을 가지지만, 아연광석을 금속 아연으로 정련하는 규모는 중국에 이어서 세계2위의 위치에 있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일정한 순도를 가진 금, 은, 구리 같은 금속들로 돈을 만들었습니다. 아연은 노란색 동전에 구리와 함께 일정 비율로 들어갑니다.

그 흔적이 지금도 100원, 500원, 50원, 10원짜리 동전들에 남아 있습니다.

▲ 세계 광산 생산 @출처 : 북한자원 뉴스레터 2018. 가을호
▲ 세계 금속안연 생산 @출처 : 북한자원 뉴스레터 2018. 가을호

화폐의 특징은 순도가 균일하게 관리된다는 것, 누구나가 제공한 물품의 대가로 그것을 받는 데 거부감이 없다는 것, 그것을 내놓으면 가격에 따라 다른 물품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을 만큼, 교환에 대한 수요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유동성(liquidity)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질을 지닌 물질들은 정련을 거친 순도 높은 금속, 곡물 종류들이며, 주로 이런 것들을 원자재라고 부릅니다.

물건들 중에서 이런 원자재에 해당하는 물건들은 개수가 아니라 중량이나 부피단위로 측정이 되고, 품질이 일정해서 시장에서 그 가격이 거의 통일적으로 정해지고 그 가격에서 수요자를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산업의 원료로 언제나 들어가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의 노동력도 약방의 감초처럼 어디에든 들어가지 않는 데가 없는 보편적인 생산요소이지만, 역량의 정도가 불확실하고 또한 사람마다 차이가 큰 능동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어서 금속이나 곡물처럼 일정한 품질을 가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유기성 또는 무기성의 원재료들은 그 자체가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 산물이고, 그 외에 그것들을 얻기 위한 생산 공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이에 따른 다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게 됩니다.

이 원재료들은 앞에서 화폐금속을 먼저 이야기한 것처럼, 그 재고량 자체가 부(富)를 말해 준다고 보아도 거의 무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뒷받침해 주는 것도 달러화를 가지고 있으면, 보통 달러화로 가격이 매겨지는 이런 원재료들을 구입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인데, 이는 미국이 전 세계에 분포한 원자재 산지들에 대한 상당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에 대한 조달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무기성, 특히 금속성의 원재료들은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고 그 제품이 폐기된 후에도 다시 선별되고 녹여져서 원래 상태의 금속자원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주된 자원순환의 분야가 이 금속자원들입니다.

이러한 자원이 경제의 기초가 되기에 전 세계적으로 원재료 획득이 가능한 산지를 둘러싼 패권 다툼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제압할 수단인 군사력 자체가 이런 금속성 원재료들을 활용한 첨단 무기와 첨단 무기로 발사할 탄(彈)을 제조할 다량의 금속자원의 조달능력에 좌우됩니다.

한국은 해외에서 원광석을 들여와서 정련하여 일정 순도를 가진 금속괴를 생산하는 1차 금속산업을 국제분업 체계 중에서 발달시켜 왔습니다.(우라늄광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공할 수가 없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지배 블록을 구성하는 관료-산업-군대-보수정당이 신봉하는 가치는 이러한 석유, 가스 등 에너지자원을 포함한 원자재를 둘러싼 국제분업 체계에서 한국이 그동안 쌓아 온 입지를 확고하게 유지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인류 전체가 국제 분업체계라는 용어로 불리는 거대한 피라밋 구조 안에서 오징어게임과 같은 상황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공급망(supply-chain)으로 본다면, 원료산지에서의 작업환경이 대체로 위험하고 열악하며 산재사고,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가장 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이를 가공하여 원자재와 중간재를 생산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위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은 환경파괴를 감수하면서도 원자재, 중간재가 경제에서 가지는 중요성에 힘입어 상당한 경제 규모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첨단 원천기술을 가진 나라들이 있을 것이고, 이런 나라들이 피라밋의 상부에서 세계를 지정학적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같은 대국들은 공급망의 전체 분야, 즉 원료산지, 원자재 가공 생산시설, 첨단 기술 분야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해 온 미국과 영국의 제국주의 통치에 저항을 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서부,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의 원료산지의 인민이 권리를 누리면서 환경파괴도 억제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는 방향, 전 세계 각지에서 지역마다 정치적, 경제적 실권을 가지게 되는 방향을 중국과 러시아,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추구하는 것인지에 대한 증거는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원료산지의 주민들이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갖추게 될 때에라야 지금과 같은 무한팽창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한 기후재앙이 방지되고, 물질사용량을 줄여 나가는 녹색경제로 이행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지배 블록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장악한 정부는 그러한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현상(現狀)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는 생존논리에 매몰되어서 그 이상의 인의(仁義)의 가치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원 경제학은, 경제학에서도 더 시급히 변화되어 더 폭넓은 시야로 세계와 미래를 바라보는 학문이 되어야 할 것이며, 광산 노동이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경북 봉화의 아연광산에서 구출된 두 분의 광산 노동자를 보면서, 이 분들이 우리에게 잊고 있었던 현재 상태의 한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해 주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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