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29호 협약 위반으로 법적으로 무효

이장규l승인2022.11.30l수정2022.11.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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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위원장

진해드림요양병원 원장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29호 강제노동금지 협약 위반이므로,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무효이다.

정부는 작년 4월에 그간 비준하지 않았던 ILO 29호 협약 즉 강제노동금지 협약을 비준했고, 이 협약은 1년이 지난 올해 4월부터 발효되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당사자의 자발적인 동의 없이, 처벌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어떤 개인에게 강요하는 노동력 제공 또는 봉사'가 강제노동이다.

물론 강제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첫째, 병역의무 즉 군복무 관련 노동.

(현역복무가 아닌 공익근무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공익근무는 군복무를 대체하는 것일 뿐 진짜 군복무가 아니므로 강제노동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었는데, 정부는 이른바 '현역과의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선택할 수 있으니까 강제노동이 아니다라는 논리로 피해갔다)

둘째, 자치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관련된 노동.

가령 일부 나라에선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처벌을 하는데 (이것도 자신의 시간을 쓰는 일종의 노동이다) 이런 건 강제노동이 아닌 것으로 본다.

셋째, 유죄 판결 중 징역형과 관련된 교도소에서의 노동 이른바 출역과 관련된 노동.

(이것도 105호 협약과 관련된 다른 쟁점이 있는데, 여기서는 생략한다. 105호 협약은 한국은 여전히 비준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105호 협약을 비준할 경우 일반 형사범죄가 아닌 이른바 정치범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강제노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집시법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하지 못한다.)

넷째, 긴급상황으로서 불가피한 경우.

가령 전쟁이나 자연재해 및 전염병 등으로 국민의 생존 내지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동 등.

다섯째, 공동체의 일원으로 공동체 모두에게 함께 부과된 공동체 서비스로서의 노동.

다만, 이럴 경우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해 공동체나 그들의 대표자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자, 위의 다섯개 조항 중 이번 화물연대의 업무개시명령에 적용될 만한 조항이 있는가? 1, 2, 3, 5가 아님은 확실하다.

굳이 논란이 된다면 4번이다. 긴급상황으로서 불가피한 경우인가라는 것.

그런데, 지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국민의 생존 내지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가?

물론 경제적인 피해는 있다. 그런데, 원래 파업이란 경제적인 피해를 입히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피해를 이유로 강제노동을 인정한다면 이는 모든 파업에 적용될 수 있고, 사실상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이다.

따라서,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로 4번을 인정할 수 없다.

(4번이 인정될 수 있는 건 이런 것이다. 가령 코로나 판데믹 상황인데 응급실까지 포함해서 의사들이 파업을 벌이는 경우. 이건 진짜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화물연대 파업은 그런 게 아니다. 경제적인 피해 말고 국민의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된 피해가 있는 게 아니잖아? 지금 일부에선 의사들에게 이미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전례가 있다는 이유로, 화물연대에도 이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단순히 형식상 비슷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근거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응급실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지만 화물운송은 그게 아니다.)

화물운수 사업법 상에 업무개시명령이 규정되어 있다지만 그동안 한 번도 적용되지 않았던 조항을 이번에 적용하려 하고 있는데, 그것도 올해 4월 이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이미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듯이 올해 4월에 ILO 29호 협약이 발효되었고, 이 협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즉, 화물운수 사업법과 ILO 29호 협약은 동등한 조건이다. 동등한 조건의 법률안 두 개가 서로 다를 경우, 신법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보다 최근에 발효된 ILO 29호 협약이 우선적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29호 협약 위반으로 법적으로 무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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