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윤석열 정권은, 정부 관료기구 중에서도 사직당국과 재정경제 당국의 연합 정권이란 성격이 짙습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총리가 그 양측을 대표하는 인물이지요. 나머지 부문의 관료들이나 전문가들은 별다른 발언권이나 힘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사직당국의 특성은 과거에 일어난 일의 진상을 조사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적절한 벌칙을 제시하는 역할과 관련됩니다.

재정당국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맡아서 수입과 지출을 잘 맞추도록 다음 해의 나라의 경제사정을 잘 예측하고 대비하는 역할과 관련됩니다. 시간 범위로 따진다면 공소시효와 관련된 수년 이내의 과거의 일, 그리고 재정 및 산업정책과 관련된 수년 이내의 미래의 일에 관심을 집중하는 사람들입니다.

경찰이나 군인들처럼 바로 오늘과 내일의 현안에 대비하여 촉각을 곤두세우지는 않지만, 지나간 일에 대해서는 자료를 축적해 놓고 반드시 계산서를 발급하여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강제로 하거나 못 하게 하지는 않고 사후적으로 고지서를 발급한다는 점에서 ‘먼저 행동하는 것은 자유’라는 의미의 자유주의자들이기도 합니다.

경제관료들은 여러 가지 통계지표들을 활용하여 다음 해의 성장률과 같은 지표로 표시되는 경제사정을 잘 예측하고 이에 맞는 경제 정책과 조치를 만들고 실행해 가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정부 내에서는 이런 법무 당국과 재경 당국에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법을 다루는 검찰은 정부 관료나 경제인들을 포함한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인신의 구속이나 지위의 박탈 등 신변에 큰 변동을 줄 수 있는 조치들을 실행할 수가 있고, 재정을 다루는 경제관료는 각 기관의 활동 반경을 규정해 주는 예산 규모를 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나 정부 조직 내의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고, 나름 공부 성적이 좋은 사람들이 그 일들을 맡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가 하면, 그 일의 성격상 조금 먼 미래나 조금 먼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되어 있고, 그래서 먼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는 역사문제나 먼 미래의 사람들의 삶을 생각하는 생태과학의 문제에 대해서는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들도 대통령도 되고 국무총리도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전문 분야만이 아니라 역사에 관련된 일들이나 생태과학에 관련된 일들에 대해서도 정책을 펴나갈 책임이 생기게 되어 그런 분야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그 분야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권력이 집중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면, 겸손하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습관이 안 붙어 있기가 쉽고, 다른 사람들의 일을 쉽게 재단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태도가 체질화되어 있기가 쉽습니다.

그들이 아무리 공부 성적을 잘 올리는 데 성공한 엘리트들이라도 이러한 협소한 시야와 교만한 태도를 버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코 지식인이라고 볼 수가 없고, 그들에게 맡겨진 헌법상의 막대한 권한이 나라를 위기에 빠뜨릴 위험성이 작지 않습니다.

이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수출산업, 원자력, 군수산업 분야 외에 노동, 환경, 농어촌, 교육, 복지, 통일, 외교, 문화 등 사회의 중요한 분야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상당한 박탈감을 가지게 되고, 민주주의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 모두는 특별히 모자란 사람이 어쩌다가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생긴 일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사회와 정부 내의 권력구조에서 언제고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인간은 자기의 모습을 비추어 보기 위한 필요에서 거울을 만들 줄 아는 동물인데, 이 거울을 통해서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하는 함정이 있습니다.

자기를 다른 이들과 같이 객관화해서 직시하고 성찰할 줄 아는 사람과 자아도취에 빠지는 사람을 옛 사람들은 대인과 소인으로 분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주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기질적으로 반성을 못하고 안일하게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생각하는 사람이 선출직에 오르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른 어떤 제도에서도 엘리트 집단이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고, 그 안에서도 인성(人性)의 측면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고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입시나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시험공부 위주의 교육 시스템에서 문제를 찾는 것도 진부한 일이겠습니다.

다행히 인간사회는 대체로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개혁을 해 나가는 힘을 그 안에 가지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제관료 기구의 연합 정권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고, 오만과 독선으로 사회 구성원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역사적으로 나오게 된다면, 다소의 자정(自淨) 작용이 생기기는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를 하는 것도 상당히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대의민주주의 정치 제도는, 결국 재벌과 언론을 중심으로 해서 자아도취의 성향이 큰 야심적인 정치 후보생들을 발탁하는 제도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사회 내의 수많은 일터에서 기초 단위에서부터 직원들에게 신망을 얻은 사람이 직능상의 조직을 통해 대표로 점차 올라갈 수 있는 직능대표 체계가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의 민주주의 체계입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한, 많은 돈을 들여 기탁금을 내고 홍보를 해야 하는 자천(自薦)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선거제도는 일터를 중심으로 한, 돈을 들이지 않는 직원 추천 중심의 선거제도로 보완이 될 경우에 소인배가 버젓이 선량으로 등장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 공화국의 정치에서 지금까지 건드리지 못한 부분이 일터에서의 민주주의입니다.

대의 민주주의의 대주주들이 일터의 사업주들이기 때문에, 선거제도는 일터를 우회하여 거주지를 중심으로 금력과 포장 기술이 큰 사람을 발탁하는 제도로 변질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나 북한식의 위원회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평소에 일터에서는 일만 열심히 해서 윗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하고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정치 시즌에는 집 가까운 투표소에서 투표나 하는 제도로는 나라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국민적 경험이 결국에는 제도를 바꾸게 될 것인데, 당장에는 우리가 빠른 해결책을 기대할 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냉철한 눈을 뜨고, 또 역사의식을 가지고 현 정부가 하는 일들을 지켜보는 것이 우선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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