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공은행’을 제안한다

이건수 기자l승인2022.12.13l수정2022.12.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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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인천대 후기산업사회연구소 소장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지역에서 '공공적인' 금융을 발휘, 담보할 수 있는 은행을 설립하여 운영해야만,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방자치단체 재정 수준을 질적으로 확 끌어올려 지자체의 중앙정부에 대한 종속을 완화시켜내고, 이른바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다.

10여 년 전에 상영되었던, 미국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자본주의(Capitalism: Love Story)'에 수록된 스페셜 영상에 이런 질문이 제기됐었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에 사회주의 은행이 있다고?'. 그 영화를 끝까지 본 다수의 사람들이 다들 세계자본주의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에 ‘무슨 사회주의 은행이 있겠느냐?’, '노스다코타라는 주에 있는 그 은행이 도대체 뭐하는 곳이길래?’ 하는 생각들을 했을 것으로 본다.

영화를 봤던 사람들에게 의문을 던졌던, 바로 그 은행은 미국에서는 유일무이한 노스다코타 주(State of North Dakota) 지역의 이른바 '공공은행/공립은행(public bank)'이다.

이는 1919년에 설립된, 무려 100년이 넘은 오래된 은행. 노스다코타 지역사회가 이 은행을 설립한 최초의 목적은 '주 정부가 관할하는 지역 안의 농가와 중소사업자(중소 영세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역 밖의 은행과 금융자본가 그리고 마피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야말로, 주 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의 주민을 위한 주민의 은행으로서 설립되어, 지금까지도 노스다코타 주 내의 농업, 공적사업, 지역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큰 산업거래, 그리고 지역 내 사회적경제 등을 추진, 활성화하기 위한 저리 융자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노스다코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있어 이 은행은 그야말로 ‘주역 중 주역’이다.

이 은행이 이와 같은 저리 융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노스다코타 주 정부의 공적 수입이 되고, 또 그 수익을 어떻게 사용, 지출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지역민들에 의해 선출된 주의회가 직접 결정한다.

보통 일반 영리은행들이 영업 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의 ‘돈 안 되는’ 사람들의 자금수요는 외면하고 ‘돈 되는’ 투융자처를 찾아 영업 지역 밖으로 유출시키고 있는 것과는 달리, 노스다코타은행은 그 수익이 최종적으로 지역 안에서 돌고 또 돌게 할 뿐만 아니라, 정책에 연계되어 공공적으로 지출되는 '사회적 자금'으로 만들어낸다는 것.

그래서, 나는 여기서 제안한다.

우리나라 지자체들의 모든 시금고를, 수익이 나면 바로바로 본사가 있는 지역 밖으로 또 ‘돈 되는’ 자금수요가 있는 곳으로 빼내는 일반적인 영리은행들에게 맡기지 말고, 노스다코타은행 같은 지역공공은행을 지자체에 설립하여 이 지역주민을 위한 주민의 은행에게 일괄 위탁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지자체 시금고는, 시의 자금을 받아 수탁고 실적을 올려 지역 금융시장에서의 평판을 강화하여 매우 유리한 조건에서 여수신 장사를 한 후 그로 인해 버는 막대한 수익의 대부분을 '지역화'하지 않고, 그 본사가 있는 서울로 또 신용등급이 높고 담보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득 수준이 높은 자금수요자들이 있는 지역 외부로 유출시켜 왔다.

공공자금을 관리하는 '시금고'는 공공적인 은행이 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아가, 노스다코타은행은 노스다코타 주 안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주 정부가 발행한 지방채를 매입해서 주 정부에 대해 자금을 공급한다.

또 초(超)저리의 학자금대출을 지역의 가난한 학생 자금수요자들에게 직접 제공한다. 농업사업자(농가), 중소기업, 영세자영업자, 사회적경제기업, NGO, 교육기관 등과 같은 노스다코타 주의 주체들이 기획하고 추진하는 '공적이고 사회적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융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이 은행은 '공적인' 은행, 즉 공공은행이기 때문에 일반 영리은행과 같이 비인간적인 차압이나 추심을 행하지 않는다.

또 중요한 것은, '공공은행(public bank)'이라고 하는 것은 통화발행권이 없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부통화 내지 공공통화를 발행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정책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방채를 한 나라 전체의 중앙은행이 직접 매입/인수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이런 지역 차원의 공공은행 또는 공립은행에서 지방채를 매입하여 지역민을 위한 재정정책을 먼저 선제적으로 취하게 하고, 그 후에 그 지방채를 중앙은행에게 매입하도록 해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야말로, 지자체의 ‘긴축재정’이니 또는 ‘재정위기(재정파탄)’이니 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그야말로 지역민을 위한 또 지자체를 위한 시스템 아니겠나.

지역의 자금이 지역 밖으로 유출되면서 피폐화되고 있는 지역경제, 영리은행들의 수익중심주의로 인한 심각한 수준의 금융배제, 지자체 재정문제와 지역의 재정분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비책은, 바로 '지역공공은행'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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