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노동당 정책위원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지난 11일에 봉은사에서 열린 ‘종교와 생태 학술대회’에 지인의 소개로 관객이면서 지정 토론자로 참석했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의 위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의 상황에서 생태과학은 인간사회가 생존을 위해 필요로 하는 최고로 중요한 과학의 분야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생태과학이 지금과 같은 전대미문의 생태위기 앞에서 인간사회에 충분한 자초지종의 원인과 앞으로의 결과에 대한 설명을 해 주고 있지는 못합니다.

확실히 아는 것은 극히 일부이고 불확실하게 아는 것이 많고 전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분야도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될 뿐입니다.

인간이라는 생물종을 만든 우주 대자연은 인간과 대등한 존재가 아니고 처음에는 인간의 숭배 대상이었다가 그 다음으로는 인간이 개발이용의 대상으로 삼았었습니다.

아예 대화의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서 우주 대자연, 내지는 인간사회를 등에 태우고 있는 지구와 어떤 식으로라도 의사소통을 하여야 해서 그로부터 인간에게 발신하는 정보를 취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아 있고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생명체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가이아 가설이 지구생태과학에서 출발하여 대중화된 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어떤 형태이든 인간의 종교적 행위는 인간을 둘러싸고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미지의 존재와 의사소통을 하려고 하는 인간적 본능에서 나온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시인이 뭔가 시적인 소재를 관찰하고 그 소재와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본능에서 나온 일종의 종교 행위가 되겠죠.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생태과학, 아니 자연과학은 여러 가지 발달된 관찰 및 사고 수단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교 행위라는 범주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 화석연료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온실가스 농도가 지구 대기에 높아지게 되면 지금까지의 지구 생태계를 존재하게 해 주었던 평형상태가 교란되고 다시 원 상태로 돌아오려는 관성이 작용하다고 어느 정도를 지나게 되면 다른 평형상태로 이행하여 수렴해 가거나 또는 수렴의 가능성을 상실하여 극단적인 발산으로 생명이 살 수 없는 지경으로 나가게 된다는 물리화학적인 설명을 우리 인간의 직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그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미 인간은 지구 생태계 또는 태양계를 포함하는 우주 대자연을 물리화학의 언어로 설명되는 물질상태로 보지 않고 반응할 뿐 아니라 자유 의지를 가진 어떤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보려는 감각을 내장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주 대자연을 인간에게 관심이 많고 기본적으로 인(仁)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친인간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종교적 인식체계가 동아시아의 유학(儒學)입니다.

조선조까지만 해도 천기(天氣)를 살피는 기능을 하는 정부 기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했었고 농업생산에 직결되는 경제적인 연관성에서만이 아니라 정치가 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시금석으로서 천기에서 나타나는 이상현상이 하늘이 보내는 신호로서 의미하는 바가 컸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우주 대자연으로부터 관대함(indulgence)을 기대하고 낙관적인 희망을 읽어내려는 속성을 타고 났습니다.

유학에 포함된 역(易)의 사고체계에는 이런 본능적 태도가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존재로부터 오는 기본적인 자애와 관대함에 대한 기대를 가지면서도 최소한의 재계(齋戒)하는 마음가짐과 진실(誠)되려는 태도 그리고 절제(節制)는 우주 대자연과의 소통의 끈을 단절할 수 없다는 잠재의식에서 인간 윤리도덕의 근거가 된 측면도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와 함께 인간과 우주와의 관계가 선하려고 하는 양심에 관계된 중대한 지주의 하나가 된 것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우주 대자연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 존재인가? 즉 인간의 명(命)에 대한 질문 역시 인간 스스로의 인식능력을 통한 자문자답으로는 충분한 객관적 신뢰성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객관(客觀)적인 대답이기 위해서는 비(非)인간이라 할 수 있는 우주 대자연에서 발신하는 답을 들어야 합니다. 이 대답을 구하는 노력 역시 생태과학, 철학을 포함한 인간 학문체계를 그 수단으로 작동시키면서도 종교 행위의 범주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땅 속에 묻힌 화석연료가 기화한 냄새를 맡고 진화해서 화석연료를 말끔히 땅에서 뽑아내어 연소시켜서 지구의 온도를 높이라는 사명을 타고난 일종의 촉매제로 발명되고 키워진 존재인가, 아니면 우주공간에 떠 있는 지구의 생각하고 인식하고 의사표현을 하는 기관(器官) 기능을 맡은 존재인가? 아니면 그야말로 일단의 사람들의 자조적인 표현처럼 지구를 병들게 해 온 암적인 존재인가?

그러한 자조적이고 파괴적인 언사에도 인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대답을 얻어야만 하는 절박한 질문이 들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마침 지난주에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Avatar) 또한 인간에 관한 이러한 질문을 하는 영상입니다.

개발이용을 위해 생명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인간과 파괴당하는 비(非)인간의 편을 들어 싸우는 인간이 대립합니다. 인간이 생명을 위해 저항할 때 대자연의 생명계와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영상미학을 통해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기후재앙의 위기와 코로나로 대표되는 팬데믹의 재앙 앞에서 인간은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식과 수단만으로 생존과 번영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공감대를 가지는 사람들이 종교와 생태의 대화 자리에도 영화관에도 점점 더 많이 보입니다.

영화 속에서처럼 비(非)인간, 타(他)생명들과 함께 하는 생태민주주의나 생태적 연대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구상의 곳곳에서 파괴당하는 땅의 토착민들과 연대하는 생태적 민주주의 노력은 우주 대자연과의 대화로 나아가는 재계의 수행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간을 병원체(病原體)로 보지 않기로 종교적 공리(公理)를 대전제로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생각하는 갈대처럼 흔들리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지구가 자신을 비추어보는 맑은 거울이 될 수 있는 마음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 같고 약한 생명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성찰의 거울에 비추는 가운데 우주 대자연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출발을 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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