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시장경제에서 리스크 관리는 거대한 산업을 이룹니다.

우리나라에서 2020년의 손해보험료는 97,453백만 달러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웃 일본의 수치는 108,777백만 달러인 것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손해보험료가 인구에 비해서는 더 많이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100조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자동차 사고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돌발변수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나라의 손해보험료가 국민소득(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음 그림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꾸준히 높아져 왔습니다.

세상은 그만큼 점점 더 불확실한 곳이 되어 갑니다. 경제에서 말하면 경제성장에 대한 호재와 악재가 있다고 할 때, 악재의 발생빈도와 규모가 점점 더 높아져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손해보험료가 국민소득(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출처 : 통계청

여기에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의 병적인 불안정성, 이상기후, 전염병과 같은 자연적 내지 불가항력적인 요인도 있고,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국제정세, 지구상의 전쟁과 분쟁 등과 같은 외부 정치적 요인도 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돌발변수들이 생겨나서 안정적인 경제활동과 성장과 이윤창출을 방해합니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이윤율 저하의 경향은, 이러한 돌발변수들의 증가 없이도 관찰되고 예측되는 것이지만, 내·외부 조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욱 그 정도가 커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에 사람들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것으로 체감하는 것은, 코로나와 기후위기를 포함한 생태 위기 그리고 미중 갈등,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 같은 국제정치적 위기 등 두 범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리스크들은 보험산업의 리스크 관리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는 분야입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국방비가 48.7조원, 공공안전 및 질서 관련 예산이 20.8조원, 환경 예산이 9조원, 통일외교 관련 예산이 5.5조원입니다.

전체 손해보험액보다는 작지만 국가 차원의 리스크 관련 예산이 84조원으로 계산이 되며, 이 부분은 앞으로 점차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리스크 관리는 공공 부문에서는 국가가 민간 부문에서는 보험산업이 담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며, 이는 조세와 보험료를 통해 충당됩니다.

그런데, 생태리스크와 국제정치적 리스크는 경제의 관점에서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일정한 비용을 들여서 대처하고 이런 것들이 산업과 경제를 방해하지 않도록 전문업계에 위탁하여 관리를 해야 할 대상이고 더 이상 들어다보거나 관심을 기울일 분야가 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각종 리스크가 증폭하는 추세에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과 이상 기후로 그러지 않아도 지불해야 할 비용과 충당해야 할 손해가 산업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국내적으로는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으로 안전한 일터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주장하여 노동비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를 하고, 국제적으로는 세계경제 질서를 관리하고 있는 미국과 서유럽의 대서양 질서에 중국, 북한, 이란, 러시아, 브라질 같은 나라들이 국제 금융과 해양운송 등의 네트워크에 흠집을 내어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행동을 한다면, 리스크 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거대 제국 내의 하위 국가기구들은 보스의 주문을 받고 리스크를 없애기 위한 무리한 행동에 나서게 됩니다.

윤석열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권력기구는,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터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억누르고, 시민사회의 역사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을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리스크 관리 대상으로 바라보고 한미일 동맹 추구와 대규모 군사 훈련을 통하여, 리스크 자체라고 보는 북한의 도발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는 등 유능한 리스크 관리자로서 자본주의 경제에 밥값을 한다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행동들에 요구되는 정교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과잉적이고 허세적인 행동으로 사실상 한국 사회에 커다란 또 하나의 위험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험 산업과 함께 사회의 리스크를 관리하도록 위임을 받은 국가기구 자체가 자본의 위탁을 받은 노조파괴 전문가와 같은 리스크 관리 산업자와 같이 됩니다.

국민으로부터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유능한 외교로써 대처하라는 위탁을 받은 국가기구가 세계 패권을 잃지 않으려는 제국의 충실한 용병처럼 나서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 국가기구는 국민과 사회에 커다란 리스크 자체가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잘 파악하여 신중하게 행동하지 못하므로 자본과 제국에 의해서도 버림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우리는 생태적 리스크와 국제정치적 리스크, 국내의 노동자들을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라는 리스크를 자본주의 사회의 리스크 산업이 바라보듯이 바라보는 관행을 버려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생태적인 파괴와 기후 재앙 그리고 중국, 북한, 러시아, 남미, 중동 국가들의 반기(叛起), 노동자들의 저항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르지 않은 움직임이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것은 지금까지 물질문명에 많은 물자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 땅이 일으키는 저항일 수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에 의해 적절한 범위 내에 통제가 되고 잠재워질 수 있는 저항이 아니라, 물질문명을 뒤집어엎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지구상의 물질계의 역사를 끌고 갈 잠재성을 가진 저항이 점점 더 표면화되어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중에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와 저항이 변수가 되는 국제정치적 갈등에서도 그 사람들을 총체적인 의미에서의 땅이 일으키는 움직임의 수단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기후위기와 군사적 위기는 일정한 비용을 지출해서 전문기구에 맡기고 경제와 산업에서는 열심히 기술혁신과 상품개발을 잘 해 나가면 된다는, 생각 자체가 뒤떨어진 위험한 생각입니다.

저항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행동에서 땅의 목소리를 듣고, 이상 기후에서 무시당한 생명체들과 수탈당하면서도 무시당한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귀 기울이며 생각을 바꾸는 일은, 리스크라는 상투적인 용어와 그 사고방식과 결별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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