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에 참석한 인천지역의 노동자들과 진보정당 당원들이 토론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진제공 ; 민주노총 인천본부

'오리무중(五里霧中)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주최한 '민주노총 정치전략 수립을 위한 인천토론회'가 지난 8월 18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인천본부 대강당에서 열렸다.

민주노총 인천본부 이동익 조직국장(정치담당)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토론자로는 이광규 민주노총 정치국장이 발제를 했고, 이근선 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 이주남 민중연합당 인천시당 공동위원장, 박재근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시당 공동대표, 황윤정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국장, 이동익 홈플러스노조 인부천본부 사무국장 순으로 토론을 이어갔다.

▲ 지난 8월 18일 오후 6시 '오리무중(五里霧中)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민주노총 인천본부에서 주최한 '민주노총 정치전략 수립을 위한 인천토론회'가 민주노총 인천본부 대강당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좌로부터 이동익 홈플러스노조 인부천본부 사무국장, 황윤정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국장, 박재근 사회변혁노동자당 인천시당 공동대표, 이주남 민중연합당 인천시당 공동위원장, 이근선 노동당 인천시당 위원장) @사진제공 ; 민주노총 인천본부

마지막으로 발언한 이동익 홈플러스노조 인부천본부 사무국장의 발제문을 싣는다.

민주노총이 중심에서

노농빈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홈플러스노동조합 인부천본부 사무국장 이동익

1.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치

정치는 재벌기업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서 서민복지로 쓸 수 있게 결정할 수도 있고, 박근혜정부가 하는 것처럼 임금을 낮게, 해고는 쉽게 하여 재벌이 더 배부르게 할 수도 있다.

마트노동자의 경우 연중무휴로 24시간 가동되던 가혹한 노동조건에서 야간영업이 제한된 것도 법이 바뀐 덕택이고, 한 달에 두 번이나마 대형마트 일요일 휴점을 강제해서 마트노동자가 주말에 가족들과 보낼 수 있게 만든 것도 정치의 힘이다. 정치가 바뀌니 일부 지역에서는 있던 주말 휴점도 다시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것도 정치의 문제다.

임금문제를 살펴보자. 마트노동자 임금은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에 붙어 있거나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는 최저임금 투쟁을 통해서 확인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에는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공익위원은 정부가 지정하는데 항상 막판에는 사용자위원의 손을 들어준다. 결국 최저임금은 쥐꼬리만큼의 인상안을 낸 공익위원 중재안으로 마무리된다.

복지문제를 보자. 서구의 복지국가들에서는 기업에서 주는 임금 외에도 ‘사회적 임금’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른바 사회복지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 중 절반은 자기가 직장에서 일해서 번 임금으로, 나머지 절반 정도는 사회복지제도에서 지원이 된다.

자신의 교육, 의료, 실업, 노후, 보육, 주거, 교통, 통신비용의 절반 정도를 나라가 부담한다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는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복지제도로 개인생활에 지원하는 비용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모두 개인이 알아서 살라는 식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비정규직이든, 저임금이든 열악한 조건의 일자리라도 구해야 하고, 세계 최장시간 노동을 하며 죽기 살기로 일을 해야만 한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도 저절로 그렇게 된 게 아니다. 다 노동자들이 나서 정치에 참여한 결과이다. 결국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는다. 지금 정부와 새누리당은 가진 자 1%를 위한 정책을 편다. 노동자, 농민, 빈민,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없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세력도 마땅히 없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언론과 기관을 이용하여 정치인들의 부패한 모습, 싸우는 모습을 부각시켜 정치혐오를 부추긴다. 일반국민들이 더럽고 꼴 보기 싫어서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 다음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돈과 권력을 이용해 계속 권력을 누리고자 한다. 노동자들이 반발하려고 들면 분단체제를 이용해서 종북 빨갱이 공세를 펴면서 억압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노동자가 단결해서 정치권력을 바꾸면 된다. 1,800만 명이나 되는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편에 있는 정치인을 밀어주거나, 혹은 직접 노동자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서민세금 대폭인하, 최저임금 1만원 법제정 같은 말들도 허황된 꿈이 아니란 말이다, 노동자가 정치를 한다면.

2. 노동자 정치세력화 다시 가능할까?

지난 4.13 총선에서 민주노총은 국회의원 전략후보 3명을 당선시켰다.

특히, 울산에서는 새누리당 36,69%, 야권지지율은 56,58%로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압도적으로 심판하였다. 진보정치가 실종되었다는 지금의 암울한 시국에 울산노동자와 민주노총은 사상 처음으로 2곳에서 동시에 진보후보 승리를 만들어내는 기적을 보였다. 이는 하늘이 내려준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울산 노동자와 민중의 일치단결을 통한 활동에서 나온 필연적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울산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단순히 누구를 당선시키기 위해 도와주는 정도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후보 선출과정에서부터 전 조합원이 주체로 나서서 후보를 직접 선출했다. 그리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간부들이 대대적으로 선전 지지활동을 펼쳤다. 새벽 출근 선전전부터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동네곳곳에서 간부들이 움직였다.

후보들이 앞장서서 정리해고 반대, 노동개악 저지를 내세우고 움직이자 지역이 들썩거렸다. 새누리당 후보조차 고용안정이라는 슬로건을 따라서 걸 수 밖에 없었고, 다급하게 들이댄 빨갱이 종북 공격조차 통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노동자가 주도했고, 의제 또한 노동계급의 이해를 반영했으며, 그 이슈를 주도하여 민심을 모아 선거심판까지 노동자가 책임지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선거투쟁이자 위대한 승리였다. ‘노동자가 단결하면 승리한다.’는 단순하지만 만고불변한 진리를 바로 울산지역에서 실제로 보여준 것이다.

3. 지금이야 말로 노동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정치세력화가 너무도 절실하다.

민주노총은 이미 민주노동당을 통해 정치세력화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다. 2004년 총선에서 10명의 국회의원도 만들었고, 무상보육 무상의료 의제를 선도하며 화제도 되었다. 그러나 상층의 파벌싸움과 입장 차이를 넘지 못하고, 두 번의 분당사태를 겪었다. 그 피해는 박근혜 정권 탄생, 노동탄압 등 고스란히 노동자 자신들에게 돌아왔다.

지난 총선에서도 아쉬운 것은, 민주노총의 지지정당이 없다보니 정당투표를 할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어디를 찍어야 하냐고 물어보는데, 진보정당이 분열된 조건에서 아무거나 하나를 선택해서 투표하라는 방침밖에 내릴 수가 없었다.

조합원들은 새로운 정치세력화에 목말라 있지만, 민주노총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패의 경험은 바로 평가해야 하며, 과거의 분열로 인한 우리 안의 불신과 패배주의 등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그러나 그 과제보다 절박한 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노골적으로 재벌만 배 채우게 하려는 오만한 정부,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최저임금을 졸속적으로 결정해버리는 정부, 재벌을 살리기 위해 정리해고, 쉬운 해고, 전국민 비정규직화를 밀어붙이는 정부, 위안부 졸속 합의로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사드배치로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아가는 정부.

야당도 속 시원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누가 답답한 야당을 견인할 것인가? 진정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담을 새 그릇, 새로운 시대의 정권교체는 누가 책임지고 할 것인가.

지난해 13만의 노동자 농민 빈민의 민중총궐기에서 확인하였듯이, 지금은 실패와 답습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민중들의 처절한 삶은 뒤돌아보며 천천히 갈 여유가 없다.

4. 민중의 정치적 대표체가 될 새로운 정당을 민주노총이 주도해서 건설해야 한다.

과거의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던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민주노총의 결의는 있었지만, 정작 대다수 현장의 조합원들은 정치의 주체로 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중심에 서지 못하고 후견자 정도의 역할에 그치다보니, 선거 때 투표지침을 내리기만 했지 일상적인 정치활동이나 정당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은 없었다. 그리고 의석수나, 당선결과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다. 현장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정치적 열의를 모아나가지 못하다보니, 현장의 문제들과 조합원들의 요구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괴리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진보정당의 의사결정도 상층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결국 이파 저파 이견이 생기면서 중심을 못 잡고 좌초한 것이다.

민주노총의 결의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조직 건설단계에서부터 뿌리를 현장에 튼튼히 내리고, 오롯이 민주노총이 곧 당이고 당이 곧 민주노총이 되는 정당구조를 확립하여, 민주노총의 투쟁의 성과가 당으로 모아지고, 당의 활동이 민주노총의 활동을 지지하고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노동자들이 책임지고, 1800만 노동자, 900만 비정규직들을 위한 정당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단결하면 이긴다. 노동자들이 중심에 확고히 서야, 농민들과 빈민들도 대중조직의 결의를 통해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을 건설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단순히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공감을 넘어, 이제 어떻게 정치세력화를 확실히 해낼 것인가, 민주노총이 뜻을 모을 수 있도록 우리부터 현장에서 어떠한 결심을 모아나갈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누가 해주는 게 아니라 우리 운명은 우리가 개척하는 것이고, 책임도 우리 스스로가 지는 것이다.

5. 정당건설의 시기는 대선 이전 창당을 목표로 최대한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한상균 위원장 5년 선고는 무엇을 얘기하는가? 정권에 반해 데모하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민중들의 투쟁의 사기를 꺾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폭주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결정적 시기는 이미 2017년 12월이라는 시간표에 박혀져 있다.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선거 때 투표만 잘 하면 되겠지 하는 그런 느긋한 정신으로는 정권교체도 불가능하다. 노동자 민중이 뭉쳐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설사 정권교체가 된다 하더라도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유례없는 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탄압이 벌어졌단 사실을 잊지 말자.

민중들은 무능력하고 줏대 없는 야당, 진정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돌아보지 않는 야당에게도 똑같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말은 최악의 경우 딱히 투표할 정당이 없으면 투표장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부지리는 또 새누리당이 가져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총파업, 민중총궐기 등 민중들의 투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민중들의 거센 투쟁의 파도가 무기력한 야당을 정신 차리게 목줄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투쟁도 희망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야당을 믿고 밀어주자는 식으로는 투쟁이 불붙기 힘들다. 우리의 대안을 준비하고 강하게 밀어붙일 때 정치권에 진보적 의제도 강제할 수 있고 진보정치의 토대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5년, 10년 미래를 계속 지금의 야당에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더 큰 꿈을 꾸자. 지금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민중들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현 정권의 심판장이자, 우리 스스로 새로운 삶과 사회를 개척하는 건설장이다. 역사적으로도 대통령 선거 시기는 한국사회 모든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높아지고, 우리의 요구를 실현할 수 있는 매우 유력한 공간으로 되었다.

이러한 공간에서 노동자들이, 민중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의 공염불만 듣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 전에 진보대통합정당을 준비하고, 조직적으로 단결하여 국민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활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우리 손에 달려있다. 민중들의 투쟁 속에서 탄생한 정당, 모든 걸 바쳐 민중들을 지지하고 엄호하는 정당만이 새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민주노총 중심의 진보대통합당, 다시는 무너지지 않을 백년 가는 노동자 민중의 정당을 지금부터 힘차게 건설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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