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미국의회를 방문하여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영어 연설을 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태평양 전쟁과 한국전쟁에서 치른 희생에 대한 언급에서 시작하여, 자유주의와 공산 전체주의의 대결을 논하고, 한미동맹을 찬양한 다음, 다시 1882년 한미수교 후의 교류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미국 선교사들의 공로를 치하하면서 대한민국 헌법의 기초가 된 자유와 연대의 가치가 그들이 전해 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독립과 건국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도 했습니다.

1960년대 초반 박정희의 경제개발정책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권고에 따른 로스토우의 경제성장 모델을 받아들여서 만들어졌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검사 생활에서 롤 모델이 된 사람도, 미국 검사 로버트 모겐소였다는 것을 소개합니다.

모든 것이 미국의 힘과 미국의 가르침으로 대한민국과 윤석열 개인이 이 자리에서 영어로 연설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을 비난하면서 레이건 대통령이 했다는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말을 인용하여 이것을 북한에게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미국 상하 양원의 의원들에게 말합니다. 그러면서 한미공조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한, 북한 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고 하면서 북한의 인권유린 사례들을 들어서 이야기합니다. 이런 이야기 끝에 “한미 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동맹입니다.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습니다. 우리의 동맹은 평화의 동맹입니다. 우리의 동맹은 번영의 동맹입니다.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세계는 미래 세대들에게 무한한 기회를 안겨줄 것입니다. 여러분께서도 새로운 여정에 함께해주시길 당부합니다.”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이것은, 한국의 보수세력들의 신줏단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신앙고백의 모범양식의 최신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민의 고난과 독립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이야기하지 않고, 일본 제국주의와 영국, 미국 제국주의의 묵계에 의해 한반도가 식민지 지배를 받았던 사실도 건너뛰고 있습니다.

한국민에게 자유, 인권, 민주주의를 가르쳐 준 것이 미국이라는 이야기이고, 그런 도움과 가르침을 받아서 한국은 이제 대견하게 세계에서 당당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신앙고백하듯이 읊조리고 우리의 동맹은 평화, 정의, 번영의 동맹이라는 동맹 찬가로 마무리하는 것을 볼 때, 미국의 의원들은 미국의 입장에서 더 없이 바람직한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으로 왔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유창한 영어로 미국을 찬양한다고 미국 사람들이 한국과 한국민을 존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유럽에서 건너 온 미국 사람들은 북미의 토착민들을 말살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았고, 태평양의 섬들을 식민지화했습니다. 아시아 사람들의 민족해방 투쟁을 방해하고, 베트남을 침략했고,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비롯하여 많은 지역에서 무수한 민간인들을 학살하도록 꼭두각시 독재자들을 앞세워 사주했습니다.

태평양 전쟁과 한국 전쟁에서 핵폭탄을 포함하여 무차별 폭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범죄를 저질렀으며, 이에 대해서 사과한 적이 없습니다.

이들의 아시아인을 비롯한 비유럽 인종에 대한 인종차별과 식민주의는 지금까지 본질상 달라진 바가 없습니다. 아시아는 아직도 그들에게 노동력과 자원의 공급 창고로 자유롭게 이용할 곳이지, 대등하게 협력할 상대방이 아닙니다.

일본은, 백수십년 전에 미국과 영국 등 서양 나라들의 이해관계에 편승하여 조선, 만주, 중국 등 동아시아의 식민지화를 대행해 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길게 본다면 16세기 말 유럽의 총포 제작기술을 받아들여 조선을 침략했을 때부터, 유럽의 해외 식민지와 시장개척에 편승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백 년 이래의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은 자신의 문화적, 인종적 뿌리를 부정하고 강대한 세계 제국을 구축한 서양에 붙어서 이익과 생계를 도모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신앙고백에 그와 유사한 정체성의 고백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서구의 침략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 투쟁해 온 아시아인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정신과 상충됩니다.

서양인들의 인종차별과 식민지 지배 욕구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로 간접적으로 한국민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었고, 한국민의 근대사는 이에 대한 저항과 극복의 역사였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이를 반영하고 있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신앙고백은 개인적으로는 자유이지만, 미국 의회에 가서 일국을 대표하는 자의 자격으로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시아인들, 한국인들이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배워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들은 자연과 공생하며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는 유, 불, 선 등 여러 사상의 합일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지식과 문화를 이미 누리고 있었습니다.

수천 년의 문명이 자연을 황폐화시키지 않으며 자족할 수 있는 풍토를 이루어 왔습니다. 타인의 신앙과 종교와 논쟁을 할 수 있어도, 이를 적대시하고 말살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미국과 서양으로부터 앞선 기술과 과학을 배우는 입장이었지만, 정신적인 가치의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도, 청구해야 할 것도 너무나 많습니다. 근대 서구문명은 지금까지도 아시아와 아시아인을 비롯하여 타 대륙과 타 인종들의 희생이 없이는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시아인으로서 이 서구문명에 편입된 것이,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일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계에서 검은 머리와 노란 피부의 아시아인들이 이 정도로 존중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수천 년 농경문화에서 이어져온 농민들의 저항운동을 계승한 중국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신중국의 사람들과 베트남 전쟁을 이겨낸 베트남인들의 힘이고, 한반도에서 서구 제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하며 희생해 온 북녘의 우리 동포들의 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신과의 동맹이 번영의 동맹이란 것은, 그런 반대급부를 기대한 것일 수 있지만 평화의 동맹이고 정의로운 동맹이라는 것은 역사를 아는 아시아인의 입장에서는 가소로운 말입니다.

이러한 아시아와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완전히 무시한 미국에 대한 신앙고백은, 미국이라는 신이 힘이 있을 때는 복으로 보답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 신이 힘을 잃었을 때는 공허한 노래가 되고, 동포와 이웃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게 하는 화근이 될 것입니다.

“미래세대에게 기회를 안겨줄” 동맹이라는 희망사항은 성취될 가능성이 더구나 희박한데, 이는 전제되어 있는 서구 문명, 구체적으로 미국 문명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순환 문명으로서 바깥의 사람들과 땅들에 대한 지배와 약탈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문명이기 때문이고, 그 폐단이 이미 기후변화의 위험과 각지의 분쟁과 긴장의 인위적 조성행위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신앙고백을 버젓이 하고 부끄러운 줄 모르는 윤석열 대통령, 그를 두둔하고 찬양하는 이 땅의 보수 세력들은 그 정신에 일본 사람들의 수백 년 간의 정체성을 이룬 패턴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잘 모를 것 같습니다.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와 함께하는 방법 4가지>

1. 기사 공유하기 ; 기사에 공감하시면 공유해 주세요!~

2. 개미뉴스 페이스북 '좋아요'를 눌러 주세요!~

https://www.facebook.com/gaeminews/?pnref=lhc

3. 개미뉴스에 후원금 보내기 ; (농협 351-0793-0344-83 언론협동조합 개미뉴스)

4. 개미뉴스 조합원으로 가입하기 =>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jIWEPBC4xKuTU2CbVTb3J_wOSdRQcVT40iawE4kzx84nm

■ <개미뉴스>의 모든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 2.0 대한민국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개미뉴스>의 모든 기사는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를 따릅니다.
   ☞ 「개미뉴스 편집가이드」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