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순환경제

이승무l승인2023.05.23l수정2023.05.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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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전)노동당 정책위원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는 잉여가치 생산이 축소되는 데서 발생하는 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산업생산의 요소들 중에서도 노동력이라는 요소의 투입량이 잉여가치의 생산 규모를 좌우하는데, 지금까지 노동력의 재생산 기능을 상당 부분 자본주의 체제 외부에 위치하는 혈연으로 맺어진 공동체가 담당해 왔습니다.

여성의 무급 가사 노동과 상품 시장 바깥에서 가족을 위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노년층의 활동이 도시 지역의 노동력의 재생산에 상당한 기여를 해 온 덕분에 적은 액수의 가변자본으로 많은 노동력 투입이 가능했다고 하겠습니다.

물적 생산요소로는 식량, 에너지, 광물자원, 생물자원 등 다양한 생산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원재료와 연료가 있고, 이것들은 자연으로부터 노동력을 사용하여 채취하고 가공하여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1차산업 분야의 노동력이 노동력을 재생산할 정도의 급료를 받고 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1차산업을 영위하면서 파괴된 생태환경이 복구되지 못하는 것만큼 그 분야에서 잉여가치 비율이 높았을 뿐 아니라, 원재료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산업계가 투입하는 불변자본에 비하여 풍부한 원재료를 획득하여 생산공정을 가동하면서 잉여가치의 최대화에 노력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생산방식입니다.

이러한 생산요소 조달 분야에서 더 이상 저렴한 노동력과 식량 등 원재료가 가능하지 않게 되어 가는 것이 공급 측의 위기입니다.

모든 노동력과 모든 여가 활동이 상품화되고, 세계 전체가 시장에 의해 장악되면 모든 사람들이 시장 논리를 습득해서 생존을 도모하게 되고, 이에 따라 공짜나 염가에 제공되는 것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가 됩니다.

1980년대 초에 오일쇼크의 여운으로 나온 공급 측 경제학이라는 것은, 기업의 활발한 활동을 촉진하도록 조세를 낮추고 규제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정책, 노조를 탄압하고, 작은 정부를 주창하는 보수적인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 대처 정부를 득세하게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자유라는 것은, 틀림없이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의 공급측 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후의 급변은 저렴한 식량이란 자본주의 체제의 전제를 무너지게 합니다. 희토류 등 광물자원의 자유교역 중단과 무기화는 원재료의 공급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인데, 이는 미국의 대중국 공세에서 출발한 결과로 조성된 것입니다.

식량의 무기화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공급 측에서 출발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커다란 위기 국면을 말해 주는 것인데, 이에 원인 제공을 하고 부추긴 것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고 미국을 따르는 영국 등 서유럽의 나라들입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는 2008년경부터 본격화되었고, 그 이후로 국가기구와 산업계는 이를 돌파하기 위해 혁신을 추구해 왔고 녹색성장, 그린뉴딜, 알파고, 드론, AI 이런 것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혁신적인 개념들이 자본이 잉여가치를 확보하는 것으로 이어지려면 풍부한 물적 원료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미국의 진보 진영 대통령이라고 하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중동 패권을 위한 미국의 도박,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군사적 공작 같은 것은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공급 측의 기반을 확보하려는 거대 전략,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무기 생산을 통한 첨단산업의 수요창출을 도와주는 전술이 노골적으로 추구된 것이죠.

이런 미국의 전략과 전술에 러시아와 중국이 저항하면서 공급측 위기가 가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 행동은 일관적이고 결국은 저렴한 원료 기지를 확보하겠다는 목적 하에 확고한 논리로 추구되고 있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폐자원을 최대한 회수해서 다시 생산활동에 투입하자는 자원순환 정책. 그리고 이로부터 발전한 순환경제와 그린 뉴딜 정책도 이러한 자본주의 시스템의 현상태와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순환경제라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공급 측면의 대책이고, 그린 뉴딜은 수요 측면의 대책이라고 굳이 구분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제정책이든지 바람직한 정책이 되려면 공급측의 결과와 수요측의 결과, 그리고 노동자와 생태계의 건강에 대한 기여도의 측면에서 우수한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정책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기에서 구해 주는 것인지의 여부가 그 정책에 대한 평가 척도나 선호도를 구성하는데 반영된다는 것은 넌센스일 것입니다.

말하자면, 순환경제 정책이 산업 부문에 비교적 질이 보장되고 저렴한 원료를 공급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이것이 그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복지와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생태환경을 해치지도 않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유도되어야 바람직한 정책이 된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린 뉴딜 정책도 녹색 부문의 혁신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서, 다수 노동자들이 경제 활동에서의 지위가 높아지고 창조적인 인적 자본의 형성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high road의 방향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런 정책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게 한 수단이 된다고 해서 그런 이념적인 관점에서 문제가 되거나 칭송될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의 공급측 경제학에서 나온 정책은 상당히 일면적이었고 노동자들에게는 폭력적, 파괴적인 면을 가졌고 이를 통해 경제학의 논리로 뒷받침되는 자본이란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 후 수요 측의 대책이라고 나온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그 반대 측면의 정책으로, 이에 대한 비판론은 다분히 공급 측면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을 지적한다는 점에서 타당성을 충분히 지닙니다.

순환경제정책이든 그린 뉴딜 정책이든 이런 정책들이 미국 정부의 국제정치와 같이 경제적 목적에서 군사적인 갈등을 부추기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더러운 길로 타락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들을 더 주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순환경제 정책이 폐자원들을 다시 회수하는 소극적인 공급 측면의 대응책을 넘어서서 땅과 사람과 경제활동이 더 가깝게 유기적으로 맺어지는 형태의 경제공동체를 발달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일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것이 자본주의 체제에 해당되든 사회주의 체제에 해당되든 노동자들과 농민이 건강하고 행복하며, 땅이 건강해지고 다른 나라의 저렴한 1차 자원 채취, 가공활동에 의존하여 번영하지 않는 방향이면 충분합니다.

지금의 경제계에서는 공급 측면을 말하고 원재료를 말하면 그것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자원과 에너지들 이상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기반 위에서 아기 낳기 좋은 유인정책이 노동력 확보와 상품 수요 창출 정책으로 급조됩니다. 윤석열 정부의 친미일변도의 외교와 노동자 탄압, 무기산업 촉진, 원전건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 외면은 공급측 경제학으로서 노골적인 잉여가치 쥐어짜기에 매달린 셈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윤석열이나 바이든, 기시다 같은 철면피한 인물들에게 권력을 주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경제 체제라면, 이 체제를 적절하게 안락사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하지만, 이를 따져보는 것은 천천히 하고 그보다는 바람직한 순환경제와 그린 뉴딜을 구상하고 실험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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