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대한법률경제신문사 대표이사

분식회계(粉飾會計. Creative accounting)는 기업이 부실 규모를 숨기거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장부 상의 정보를 고의로 조작하는 행위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투자의 기본 정보인 재무제표가 왜곡되는 일이므로, 선의의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명백한 사기행위이자 범죄행위다.

주주와 채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켜 손해를 끼치기 때문에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공인 회계사의 감사 보고서를 통한 분식회계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분식회계의 ‘분식’은 분칠하여 억지로 꾸몄다는 뜻으로 엔론 사태 이후 언론을 탄 "cosmetic accounting" 의 번역어로 등장했다. 일본식 조어다.

그 이전에 회계학 용어의 80%가, 아니 현대 정치, 경제, 사회 관련된 대부분의 한자어가 일본식 한자조어다. 분식에 粉자는 분장할 때 분자고, 飾은 장식할 때 식 자. 즉 ‘없는 걸 만들어서 꾸민다.’ 라는 소리다.

영어의 creative는 말 그대로 '나쁜 쪽으로 창조적인', 아예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그냥 간단하게 주작(做作)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된다. 한국식 한자어로 풀이한다면 회계조작이나 장부조작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장부조작 자체는 인간이 상행위를 시작한 이래 항상 있어 왔지만, 1970년대 이후 그 규모와 피해가 유독 커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1970년대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의 경영 관행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탈세가 근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면, 분식회계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근간을 흔드는 악랄한 범죄행위이다. 그러나 처벌 수위는 그리 무겁지 않은 편인데, 버나드 메이도프처럼 아예 처음부터 회사 수립 자체가 피라미드 사기가 목적인 경우가 아니면 별의별 핑계를 대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엔론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제프리 스킬링도 상당히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분식회계, 이면계약, 내부거래는 건전한 자본주의를 흔드는 3대 악이다.

분식회계의 3가지 핵심

첫째, 분식회계는 절대 경영자 혼자 저지를 수 없다. 꼭 경리, 회계팀만이 아니라 사원, 대리, 과장, 부장, 임원 등 회사 직원 모두가 연루되거나 참여할 수 있다.

둘째, 나중에 얼마의 손실이 있는지 계산이 안 된다. 그동안 이렇게 여러 명이 손을 대다 보니, 매년 결산은 억지로 맞춘다. 결산담당자도 분식회계에 가담한 셈이다. 그러니 실체는 이미 과거 속에서도 찾기 힘들 수준이 된다.

셋째, 분식회계로 인한 제3의 피해자 대책은 없다.

이 짓의 반대인 역분식회계(역분식결산)도 있다.

재무 상태를 나쁘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이익이나 자산을 줄여버리는 것이다. 당 회계년도에 귀속될 손익을 차 회계년도로 넘긴다든가(Cookie Jar / Bill and hold) 차년 발생 예정 비용을 당해에 앞당겨 뒤집어 쓴다든가(Big Bath)하는 수법이 널리 쓰인다.

손익을 축소 보고하게 되는 역분식 회계는 일부러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악용한다든지, 아니면 여러 가지 이유로 당 회계년도의 실적이 도저히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시망일 때에 한꺼번에 욕먹을 거 다 얻어먹고, 이듬해에 실적을 좋게 만들기 위하여 이용된다.

모 재벌기업은 상속을 유리하게 하도록 주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의 모 통신사들도 요금 올리고 실적이 너무 높아 욕먹을 것 같으면 이런 짓을 한다.

역분식회계도 엄연히 정상적인 회계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역분식회계는 사안에 따라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결정된다. 회계기준의 범위 안에서(내용연수나 잔존가치 조정) 이루어지는 테크닉 외의 거의 모든 역분식 또한 불법의 범주에 들어가 규제를 받게 된다.

분식회계 사실이 걸리게 되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을 감사했던 회계법인에게도 엄청난 제재가 가해지며, 회계법인이 폐업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분식회계 사실이 발각되면 해당자는 감형없는 종신형에 처하고, 회계사도 종신형에 처해야 할 것이다. 그 업무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없애야 할 것이다.

회계법인에 대한 의혹과 문제점이 있다. “전문가라며 왜 속고만 있었는가? 너희는 뭐한 거냐?”라는 비난은 벗어날 수 없다. 심각하게 회계감사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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