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순 글로벌인간경영연구원 원장 대한법률경제신문사 대표이사

지금 사회적으로 병역에 관한 여러 가지 이슈가 많아지고 있다. 모병제라든가 핵 무기체제에 관한 전문가들의 부족으로 복무기간도 다시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분명한 일은 병역에 관한 의무는 아직까지 모두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고위공직자와 직계비속의 병역면제율은 7.7%로 일반인 병역면제율(0.26%)보다 29배 높다고 한다. 본인은 물론 자녀까지 면제를 받은 고위공직자만 100여명에 달한다니 대대로 허약한 고위공직자 집안이 왜 이리 많은가.

현역 복무 중인 4급 이상 고위공직자 자녀(738명)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54%(356명)가 비전투 병과나 비전투 부대에서 근무 중이라고 한다.

중앙과 지방 공공기관의 4급 이상 고위공직자로 병역을 면제받은 2천 520명 가운데 아들도 병역 면제자인 사람은 92명(3.7%)으로 집계됐다. 당장에 국민들은 이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기가 막힌 것은 이들 가운데 1명은 아들 3명이 모두 병역 면제자라는 것인데, 아들 2명에게 병역면제를 대물림한 고위공직자도 4명이나 돼 혀를 내둘릴 판이다.

병역면제를 아들에게 물려준 고위공직자에는 국회의원, 부장판사, 검사장, 외교부 영사, 교육장, 대학 총장 등도 포함됐다. 특히 중앙 기관 중에서는 병역면제를 대물림한 고위공직자가 교육부에서 3명, 외교부가 3명, 국회 3명, 법무부 2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았고 지방 기관에서 본인과 아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고위공직자는 모두 56명에 달했다.

당장 보기에 이러한 병역면제가 모두 비리와 결부할 수는 없지만, 자신뿐 아니라 아들마저 병역 면제자인 고위공직자가 많은 현상은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군대에 가지 못할 정도로 대(代)를 이어 건강이 좋지 않은 고위공직자가 이렇게 많아서야 대한민국을 잘 책임질 수 있을지, 어떻게 그 힘든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가 의문투성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현주소다.

이 때쯤이면 권력층과 자제들의 병역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국민이 눈살을 찌푸리는 이유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란 말이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지진으로 어수선하고 대선주자들 말 싸움으로 정치권도 어지러운 판에 이런 씁쓸한 뉴스까지 들어야 하는 힘없는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봐야 하는 사회지도층이다.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그 자녀가 병역 의무를 교묘히 피해가고, 흔히 말하는 ‘꽃 보직’만 꿰차면서 국민에게 ‘신성한 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고위공직자나 그 자녀의 병역특혜라는 고질적 병폐가 여전히 나아질 기미가 없다.

고위공직자 자녀의 병역이 특별 관리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흙수저’의식은 안보 위기에 큰 짐이 될 터이다. 정부가 뒷짐만 질 요량이라면 차라리 모병제로 전환해 청년들이 정당한 봉급과 대우를 받고 군복무를 하도록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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