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으로부터 나온 헌법적 권리는 어떻게 행사되고 있는가?

대통령 윤석열의 631일만의 기자회견을 보고 허영구l승인2024.05.10l수정2024.05.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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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구

(전)민주노총 부위원장

AWC한국위원회 대표

노년알바노조(준) 위원장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문

모두 발언의 핵심은, ‘자신은 열심히 일했는데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였다. 결론은 앞으로 잘 할 테니 국회(야당)가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취임과 동시에 출근할 때마다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으로 외국 대통령 흉내내더니 취임 100일 기자회견 후 630일(1년 9개월) 동안 대국민소통(기자회견)을 끊었다.

22대 총선 패배 후 19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22분간의 모두 발언에 이어 72분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 걸쳐 20개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1. 총선 패배 책임 : 민생문제인데 열심히 했으나 대외적인 어려운 경제여건과 함께 국민이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할 뿐 자신의 국정운영기조와 가족문제는 피해갔다.

2. 인선 등 국정기조 : 헌법의 시장경제를 거론했는데 헌법 정신은 전문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제1조 1항 ‘민주공화국’과 2항 ‘주권재민’인데 자본의 신자유주의 이론에 경도되어 있음을 재확인했다.

3. 김건희 특검 : 김건희의 ‘(디올백 수수 등)현명하지 못한 처사에 사과’하지만 검찰(경찰)수사 중이니 미진할 경우에 특검해야 하는 것이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정권 수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국민들의 생각은 도이처모터스 사건 공범들은 처벌을 받았는데 김건희는 왜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4. 채해병특검 : 수사결과 지켜봐야 한다며 부족하면 자기가 먼저 특검을 제안하겠다고 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진원지로 보고 있는데 제3자인 것처럼 말했다.

5. 협치방안 : ‘노력하겠다’,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으로 답변했다. 그 동안 국민과 야당을 배제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으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을 시인하고 과도한 권력을 분산하는 등 구체적인 복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비켜갔다.

6.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 고발당했다고 임명하지 않을 수 없고, 공수처가 출국금지한 사실을 몰랐다는 등 상세한(?) 설명만 했다. 대통령 다음으로 채해병 사건의 핵심 인물을 해외로 도피시킨 것이라는 국민들의 생각과 거리가 멀었다.

7. 한동훈 : 비대위원장 사퇴요구는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했다. 당사자인 한동훈은 그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했다.

8. 국무총리 포함 개각 : ‘검토’중이라고 했다. 국회표결을 거쳐야 하는 국무총리후보와 인재풀이 바닥난 장관후보 인선의 어려움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9. 차기 미국 대선에서 유력한 트럼프 : 주한미군 주둔비용 상향과 미군철수 발언 등에 대해 최근 2년간의 관계를 소개하면서 변함없는 ‘한미동맹’만 강조했다. 역대 정권이나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상호호혜적이고 균형있는 한미관계’에 대한 입장은 없었다.

10. 우크라이나 :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러시아와 사안별 관계 유지 등 언급했을 뿐, 미국 등 서방을 우회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11. 한일관계 : 북핵대응과 경제협력을 통해 ‘미래’로 가야 한다고 했고, 강제징용, 독도, 역사교과서 문제는 물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12. 한러관계 : 그간 좋은 관계였으나 최근 북러관계 진전에 따라 불편해진 측면, 사안별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주도 신냉전 체제에 일방적으로 편승하면서 악화된 한러관계 해소할 방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13. 반도체 : 제조산업에 지원하는 전력, 용수, 기반시설, 세제 등을 언급했는데 삼성 등 재벌 지원,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장비산업 등 반도체 구조개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4. 증시 : 증시를 활성화시키고 국내자본이 해외로 이탈하지 않도록 금융투자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재벌부자 감세로 인한 조세재정의 악화로 국가채무 증가, 사회복지 후퇴, 사회양극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15. 연금개혁 :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는 말만 했을 뿐, 국가복지제도로서 국민연기금에 대한 재정지원 등 국가역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6. 물가 : 물가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있지만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물가 (노동자 임금 연관성 포함)가 문제라고 했다. 미달러나 국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이 삭감되는 효가가 있다고 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등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17. 저출생 : 양육 국가책임제 관점에서 주거, 보건, 복지, 고용, 교육 등을 총괄하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먼저 저출생 원인에 진단이 부재하고 취임과 함께 출범했던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와 무엇이 다른지 설명이 없다, 상투적으로 ‘종합적’대책만 세우면 된다는 식이다.

18. 의대증원 : 정부와 의료계 대치가 길어지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원인으로 다양한 의료단체가 단일안을 제시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다. 먼저 공공의료정책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의사양성 계획을 수립할 복안은 없다.

19. 세금 :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시장원리를 무시한 징벌적 과세 때문이라고 했다, 신자유주의 이론에 입각해 조제재정 정책이나 주거정책 모두 시장에 맡기겠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질의응답의 핵심은 정치문제로 채해병과 김건희특검은 거부, 경제문제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이론에 입각, 사회문제 중 저출생 문제는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정권과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한 것은 경제문제나 의대증원과 저출생 등 사회문제에 대한 정책의 차이가 아니었다. 결국 본인을 둘러싼 정치문제였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은 이를 뭉개거나 회피하면서 민생(경제)문제로 관심을 돌리려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문제는, 이번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민생문제가 해결되거나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구(소선거구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71석(44%)을 더 얻어 압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유권자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에 불과하고 비례대표의 경우 위헌불법적인 위성정당(국고보조금 횡령 등)까지 만들어 의석을 독점하여 진보좌파 등 소수정치세력의 국회 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등 민주주의와 정치를 후퇴시켰다.

수구보수 양당은, 소선구제를 유지하며 지역과 열성지지자(팬덤)를 포함해 콘크리트 지지층 각각 30%를 볼모로 의회독재를 강화한다. 그들은 총선이나 대선에서 편을 갈라 결사항전의 이전투구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한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에 달하는 국민들을 위헌적인 선거제도를 통해 배제시키거나 무관심층으로 만든다.

우리나라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가 특징이다. 대통령은 결선투표제도가 없는 관계로 투표자의 과반수 득표 없이도 당선된다.

전체 유권자 30% 내외의 득표로 대통령이 되어 전체권력을 독점한다. 야당이 국회 다수당이 되더라고 200석 이상을 확보하지 않는 한 법률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을 수 없고, 대통령을 탄핵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이번 총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통령 윤석열이 1년 9개월 만에 이런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야는 다시 3년 후 대선승리를 위한 선거전략에만 치중할 뿐 그들이 입만 벌리면 말하는 ‘민생’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일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부서 신설까지 내세우며 저출생 문제를 강조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수사어로 세계 1위의 자살률과 높은 산재사망률을 낮추고, 낮은 행복지수를 높일 ‘종합적 대책’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를 기획하고, 입법화하고, 집행할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다수는 ‘민생고’로 시달리고 ‘삶의 회의’에 빠져 있는 절대다수의 국민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다.

정치의 장에서 국민 다수를 배제시킨 제도도 문제지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헌법 1조 2항의 국민권리(주권)를 헌납해 권력을 부당하게 행사하도록 만든 사람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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