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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은경 / 시민 |
예전에 일했던 사무실의 커피메이커 이름은 '미쓰리'였다. 사무실에 있는 누군가가 별칭으로 지어준 것이 아니라 커피메이커의 상품명이 '미쓰리'였던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덜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종종 설정으로 나온다. 예전 드라마를 보면 나이든 사장 곁에는 젊은 여성이 '비서'란 직함을 달고 나와서 커피심부름을 하거나 혹은, 불륜의 상대가 되는 설정이 꽤 자주 있었다. 그리고 그런 드라마의 설정은 '비서'란 직업에 대한 엄한 편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젊은 여성을 얕잡아 부르는 호칭인 '미쓰 0'이란 호칭, 여성은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존재, 동료, 동지가 아니라 커피 타주는 사람, 혹은 성희롱 대상, 불륜의 대상 등 성적 대상.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작금엔 줄어들긴 했지만 이 사회에선 여전히 만연한 문제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산이의 <나쁜년>, DJ DOC의 <수취인분명>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가사 내용을 읽어보면 박근혜가 대통령으로써 잘못한 부분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온통 여성비하와 욕설로 가득하다. 그저 박근혜가 여성이라는 점이 '잘못'이라는 식이다.
- fuck그네
-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 빽차 뽑았다 널데리러가 (빵빵)
- 잘가요 미스박 쎄뇨리땅^^
박근혜가 여성이라서 국정농단하고 의료민영화하고 복지 들러 엎고, 재벌특혜, 국민연금 흔들기를 했나? 박근혜가 여성이라서 일본과 말도 안 되는 위안부 합의하고, 국정교과서 추진한건가? 박근혜가 여성이라서 자기 아버지 박정희 동상 세우고, 박정희 도서관 설립했나?
산이와 DJ DOC의 노래 가사가 역겨운 건 이 지점에 있다. 정치권력으로 그리고 새누리당 재벌권력의 박근혜 정권의 부정부패비리에 대한 언급은 없고, 여성으로써의 박근혜만 문제 삼고 욕설로써 배설의 욕구를 충족한다. 이들이 언제 정치권력을 비판했나? 의료민영화를 비판했나? 재벌특혜와 비리를 비판했나? 강남10번 출구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혐 피해자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피해자에 대해서도 함구했던 이들이, 여성비하 욕설로 도배된 가사를 들고 나와 '래퍼 시국선언'이니 '정치비판'이니 하는 찬사를 받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가사 내용 어디에 시국선언이 있고? 정치비판이 있나? 그저 오랜 기간 체화되고 습득한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여성혐오 "여자니까 안돼~"만이 존재할 뿐이다.
여성혐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폭력의 시스템에 있다. 비폭력을 주장하고 평화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여성혐오를 남발하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기 위해 광장으로 나온 여성을 향해 성추행, 성희롱을 일삼는건 물론이요, 제대로 된 정치비판은 고사하고 오로지 “~년”으로 도배된 여성비하발언, 욕설을 배설하며 그것을 정치비판으로 포장한다.
그러면서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식의 발언이나 "물타기"라는 식의 조롱을 일삼는다. 강자를 향해서는 비폭력과 평화를 주장해도 나보다 약한 이에게는 한없는 폭력과 비하와 혐오발언을 내뿜으며 그것을 '대의'라 말하는 것이 과연 정의이고, 대안이고, 지속가능한 삶인 것인가?
산이의 <나쁜년>, DJ DOC의 <수취인분명>은 그런 점에서 이 시대를 투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여전히 여혐의 시대이며, 여성에게 한없이 폭력적이고 여성의 가능성을 짓밟는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산이의 <나쁜년>, DJ DOC의 <수취인분명>이 왜 여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다시 한번 가사를 읽어보시라. 거기에서 정치비판을 찾고, 권력비판을 찾고, 재벌비판을 찾아보시라. 재벌도, 권력도 무서워 벌벌 떨면서 CF 들어온 것에 대해선 자랑질에 부러움, 자본에 대한 욕망은 여지없이 드러내고 오로지, 만만하고 약한 소수자에 대한 폭력을 '정권비판'으로 포장하는 것이 바로 여혐이고 폭력이다. 여혐은 폭력이다. 여혐을 멈추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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