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 뉴스가 상징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

신재길l승인2024.06.28l수정2024.07.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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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길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교육위원장, 노동전선 편집위원

신재길 

노동사회과학연구소 교육위원장

‘페트로(석유) 달러’ 체제가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50년짜리 페트로 달러 협정이 만료됐다”며 “이제 사우디는 미국 달러로만 석유를 판매하는 대신 위안화나 유로화, 엔화 등 다양한 통화로 석유를 판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페트로 달러 협정 혹은 체제는 사우디가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하는 대신, 미국은 사우디의 안보를 보장해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1971년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금태환 정지 선언을 하며 달러 위상이 추락하자, 1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다. 원유가격은 4배가 올라가고, 물가가 치솟고 스태그플레이션이 벌어졌다. 이에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의 파이살 국왕을 접견해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이 사우디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원유를 달러로만 거래해 달러의 위상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취지였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동에 군사개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이 협정 자체가 공식 문건으로 공개된 적은 없다. 이 협정의 계약 기간이 존재하는지, 계약 기간이 있다면 50년이 맞는지 등도 불확실한 상태다. 이 협정이 미국과 사우디 사이 ‘신사협정’ 수준이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협정이 공식적인 것이든 관행이었든 간에 그 동안 페트로 달러 체제가 유지되어 왔고, 미국은 이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에게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응징하고자 했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리고 페트로 달러 협정 만료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반세기 가까이 작동했던 페트로 달러 체제가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긴 하다.

오건영 신한은행 WM 사업부 팀장은 “페트로 달러 체제는 반세기 동안 굳어져 각국에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며 “달러 영향력도 굳건해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 지배 체제의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신호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우디 원유 생산량은 최근 5년간 적게는 일일 1,100만 배럴에서 많게는 1,240만 배럴까지 분포해 있다. 배럴당 80달러로 계산하면 일일 생산량이 거의 10억 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1조 4000억 원 정도이다. 사우디는 이렇게 들어온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거나 미국의 금융시장에 투자하고 미국의 무기를 구매한다. 세계에 뿌려진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환류되는 시스템인 것이다. 달러 환류 시스템의 또 다른 예는 중국과 미국의 무역관계이다. 미국이 중국의 공산품을 사고 달러를 지급하면 중국은 상품판매 대금인 달러로 미 국채를 매입하여 달러를 다시 미국에 돌아가게 한다. 이렇게 달러 지배 체제는 곧 달러 환류 체제인 것이다. 따라서 페트로 달러 협정 문제는 달러 지배 체제 즉 달러 환류 시스템의 위기의 징후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렇게 달러 환류 시스템의 위기로 볼 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미중 대립과 미러 대립 그리고 브릭스의 확대와 연결되는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의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러우전쟁으로 스위프트 결제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배제하였다. 이로서 러시아의 원유 수출은 달러화로 거래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사우디에 이어 세계 2위의 원유 수출국이다. 러시아를 달러 체제에서 배제하여 미국은 스스로 달러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중국과의 밸류체인 분리에 나섰다. 중국의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높이고 반도체등 중국에 대한 수출도 제한하였다. 중국은 미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밸류 체인 분리 정책으로 달러 환류 시스템의 유지는 점점 힘들어 질 것이다.

달러 지배 체제의 가장 큰 위험은 브릭스의 확대이다. 24.1.1일 사우디, UAE,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의 신규가입을 통해 기존 5개국에서 10개국으로 회원국 확대가 이루어 졌다. 브릭스는 전 세계 GDP의 27%, 인구 45%, 영토 31%, 원유생산 42%, 상품수출 25% 등의 막대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평균 5% 내외의 고성장세를 지속하며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브릭스는 궁극적으로 금과 원자제에 기초한 브릭스 통화를 계획하고 있다. 일단 과도적으로 위안화를 중심으로 각국이 자국통화 결제를 점차 확대해 달러 비중을 줄여나가려 한다. 브릭스 가입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원유 등 자원 강국들과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인 제조업 강국이 포함되어 있다. 즉 브릭스는 자원국과 제조국으로 이뤄져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달러 지배 경제를 대체할 실물 경제 중심의 브릭스 경제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이라는 점이다. 제조업 국가는 자원국에서 자원을 사오고 자원국은 이렇게 들어온 제조국의 통화로 제조업 국가의 상품을 구매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달러 지배 체제는 자원국과 제조국의 상품을 미국이 소비하는 체제였다. 제조국과 자원국은 사용가치가 없는 달러를 보유하는 것이다. 결국 제조국의 노동력과 자원국의 자원이 미국을 비롯한 소비국의 소비를 위해 쓰인 꼴이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어 있는 불균형의 상태이다. 이에 반해 브릭스 경제가 구축된다면 이는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는 균형적인 경제가 될 것이다. 달러 지배 체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소비국에 자원국과 제조국이 종속적 지위에 있으면서 잉여가치를 착취당하는 체제였다면, 브릭스 체제는 자원국과 제조국이 등가교환을 통해 상호 이익을 보는 체제를 염원하는 것이다. 여기에 국제 관계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국가간 관계가 이루어진다면 세계는 새로운 사회로의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브릭스 경제 질서가 구축될 수 있다면 미국 중심의 서방 경제 질서는 급격히 몰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부를 수탈하여 성장해 왔다. 그 수탈체제가 달러 지배 체제이다. 가치는 하나도 없는 달러를 찍어 자원과 노동력이 들어간 상품과 교환하여 소비하고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이는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불균형의 시스템으로 그 모순이 2008년 금융위기로 나타났다. 그 후 미국의 대응은 미국도 제조업이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는 중국과의 밸류 체인 분리 정책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베터리 공장과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제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이라는 것이 달러를 찍어내는 것인데 이는 달러 환류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달러는 미국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제조업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주는 것은 미국 내에 달러를 머물게 한다. 처음에는 효과를 볼 수도 있겠으나 결국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자극하여 달러가치의 폭락을 가속화 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하는데 금리를 높게 유지하면 자산시장과 제조업이 붕괴한다. 결국 미국의 달러 지배 체제의 유지와 제조업 부활은 양립할 수 없는 모순적 목표인 것이다.

브릭스에 사우디가 가입한 상태에서 페트로 달러 협정이 만료 되었다는 뉴스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서막을 알리는 의미로 상징적이라 할 수 있다. 브릭스 경제의 구축은 달러 지배 체제에서는 달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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